이 스마트 자판기가 미국 구멍가게를 위협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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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DEGA
Window display showing the retail products being sold in a Kensington convenience store, on 31st August 2017, in London England. (Photo by Richard Baker / In Pictures via Getty Images) | Richard Baker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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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부분 도시에서 사랑받는 '보데가'(Bodega), 즉 구멍가게들을 가로채려는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이 있다. 인터넷에서 이들을 향한 반응은 냉담하다.

이 스타트업은 회사 이름부터 '보데가'라고 지었다. 인간이 운영하는 가게를 자판기로 대체하려는 사업을 한다. 빌딩 로비, 기숙사, 체육관 등에서 새벽 2시에 데오도란트 같은 물건을 사야하는 사람이 있을 법한 곳에 자판기를 전략적으로 배치한다는 사업계획을 가지고 있다.

보데가의 이사진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 자판기는 다양한 상품들을 다 넣어두는 대신, 시간 흐름에 따라 기계가 학습을 하고, 자판기의 각 위치에 소비자가 선호하는 상품들만 갖춰두게 될 것이라고 한다.

“각 지역은 비교적 취향이 균일하다. 같은 곳에서 살거나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구매 행동을 연구함으로써, 우리는 한 아파트 건물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다른 아파트 건물 사람들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파악할 수 있으리라 희망한다.

이 기숙사 건물의 상품, 저 기숙사 건물의 상품을 맞춤형으로 구비할 수 있을 것이다.”

- 폴 맥도날드(Paul McDonald) 보데가 공동설립자(패스트 컴퍼니와의 인터뷰)

맥도날드와 함께 보데가를 설립한 아시와스 라잔(Ashwath Rajan)은 구글 출신이다.

보데가는 9월 13일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미국 경영 월간지인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가 이 기업을 소개하자 소셜 미디어에서는 분노의 폭풍이 불어닥쳤다. 트위터에서는 주로 이민자와 유색 인종이 운영하며, 고양이 한두 마리를 키워서 각광받아온 보데가(bodega), 즉 구멍가게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 스타트업이 구멍가게에서 회사 이름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고양이 머리 실루엣을 사용한 로고까지도 그대로 베낀 것이라며 인터넷이 들끓었다.

(허프포스트가 사용자 기반 배달 서비스를 하는 '포스트메이츠'(Postmates)에 이 사안에 대한 언급을 요청하자, 이들은 조심스럽게 '보데가'와 거리를 뒀다. 포스트메이츠는 보데가(구멍가게)나 보데가(기업)에서 파는 모든 것을 다 배달해줄 수 있지만, 포스트메이츠 대변인은 자신들은 모든 제품을 다 지역 상점에서 구입한다고 강조했다.)

맥도날드는 패스트 컴퍼니에 사람들이 이름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딱히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라틴계 미국인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한다. (편집자 주: 현재 bodega는 구멍가게들을 통칭하는 명칭으로도 쓰이고 있으나, 본래 라틴계 미국인들이 운영하는 구멍가게들을 가리킨다.)

보데가와 소규모 레스토랑을 포함한 8만 개 정도의 업소를 대표하는 뉴욕 주 히스패닉 상업회의소 연합의 프랭크 가르시아 회장은 이 스타트업의 발언에 대해 무슨 소리냐는 반응을 보였다.

“‘보데가’처럼 우리에게 중요한 이름이 우리들을 해치는데 사용된다는 것이 우리로선 굉장히 충격적이다. 그들이 하는 짓은 신성모독적이다.”

가르시아가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가르시아의 할아버지는 ‘보데가’라는 단어가 이민자들에게 "환영"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던 1960년대에 라틴 식료품점 협회장이었다. 그는 “내 할아버지가 무덤 속에서 탄식하실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구멍가게들은 동네에 식품과 잡다한 물건들만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고 그는 덧붙였다. 예를 들어 기저귀와 우유를 살 돈이 없을 경우, 아는 사람들이 와서 외상으로 물건을 사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기업이) 지역사회에 가서 이 이름을 써도 된다고 물었다고? 결코 그랬을리 없다.” 가르시아는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보데가는 히스패닉들에게 접근한 게 아니라 대놓고 이 이름을 상표 등록하려 했다고(그리고 실패했다고) 가르시아는 말한다.

가르시아는 자신이 이끄는 단체를 통해 스타트업 보데가의 사업을 좌절시키고 말겠다고 한다.

“히스패닉들은 사람들에게 이 이름에 대한 존중, 이 업체들이 지역사회에 갖는 중요성에 대한 존중을 얻어냈다. 이 업주들은 하루도 쉬지 않고 밤새 일한다. 그런데 자금이 두둑한 기업이 우버(Uber)처럼 끼어들어서 우리를 해치려 한다.”

허프포스트의 질문에 맥도날드는 브랜딩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했다며 기업의 블로그를 보라고 했다. 블로그 내용은 이렇다.

"보데가라는 이름은 소셜 미디어에서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정도의 비난을 일으켰다.

우리가 사명을 보데가라고 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이것이 멋대로 끌어다 쓴(misappropriation)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 역시 인지했다.

그래서 뉴요커들, 브랜딩 업계 종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 이름이 어떨지, 혹시 불쾌해할 사람들은 없을지 설문조사까지 했다.

그러나 우리가 적절한 사람들을 만나 적절한 질문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게 분명하다."

우리의 의도는 좋았고 우리는 전통적 보데가를 존경하지만, 오늘 아침 우리는 분명히 민감한 곳을 건드렸다.

우리가 불쾌하게 한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

우리가 의도한 것은 전통적 구멍가게에 대한 결례(혹은 심지어 위협)가 아닌, 오직 존경이었다.

우리는 배우고 개선해 가며, 현재 상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곳들에 유용하고 새로운 소매 경험을 가져다 주길 바란다.

의도야 어쨌든, 트위터 안에서는 믿지 않고 있다.

"그들은 이 악랄한 자판기를 ‘젠트리피케이션 박스’가 아니라 ‘보데가’라고 부른다니 기묘하다."

 

허프포스트US의 'Ryan Grenoble, 'Silicon Valley Startup Takes Aim At Mom-And-Pop Stores, First By Stealing Their Nam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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