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 인터뷰] 김수진 MBC 기자는 "당신 편에 서는 뉴스"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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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제가 여러분의 파업을 지지하는 건 여러분이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하라는 게 아니라 바로 내가 또다시 죽고 싶지 않아서, 내가 언론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여러분들 파업 성공해서 공정언론을 따내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세월호 참사 보도는 정부 얘기를 사실 확인도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쓰고, 세월호가 침몰한 그 날 저녁 뉴스에 사망 보험금을 이야기하고, 특별법 시행령을 폐기하라고 안산에서 광화문까지 영정 들고 행진할 때 여러분들은 정부의 배보상금 이야기만 보도해왔습니다. 당연히 고쳐야 합니다. 앞으로 그렇게 안 할 거라 믿습니다. 그런데 단지 거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중요한 건 여러분들 공부하십시오, 분석하고 비판하십시오.

예은 아빠는 휴대전화에 적어온 글을 담담히 읽어나갔다. 9월9일 MBC, KBS 파업을 지지하는 집회 현장의 무대에서였다. 어느 언론학자보자 더 매섭게 언론사 노동자들을 질책하고 꾸짖었다. 그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현장엔 김수진 MBC 기자도 있었다.

- 예은 아빠의 이야기를 들고 무슨 생각이 들었습니까.
= 제가 사실 지난 5년 동안 생각했던 게 그런 거였거든요. 관찰하는 입장에서 뉴스를 보게 되고, 저희 조합원들이 겪고 있는 고초를 알렸으면 좋겠는데 길이 없잖아요. 저희가 조합 특보 발행하고 시위해도 기사 한 줄 안 나니까. 저희조차 그랬는데 다른 노동운동 하시는 분들은 어땠을 것이며 세월호 유가족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그걸 조금이라도 느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얘기를 현장에서 듣던 제 주변 동료들은 난리가 났죠.

- 예은 아빠는 기자들이 공부하고, 분석하고, 비판하라고 했습니다.
= 정말 아팠어요. 한편으로는 하고 싶은 얘기를 앞에서 시원시원하게 해주시니까 좋더라고요. 어떤 사안이 있을 때 사실 전달만 하는 것만으로는 안 돼요. 사실 전달만 해도 그게 왜곡이 될 수가 있거든요. 세월호 보도에서도 당시 보도국장이었던 김장겸 사장이나 당시 세월호 사회3부장이었던 박상후 부장은 분명히 사실 보도만 했다고 할 거예요. 물론 사실 보도였죠. 하지만 그거 보도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단순히 언론이 사실 보도, 양적인 균형만 보도하는 게 왜곡이 된다는 생각을 계속했거든요. 어떤 방향으로 뉴스가 나아가야 하는지 내부 언론사 구성원들이 토론해서 다 같이 결정을 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MBC 뉴스가 제대로 시작하려면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MBC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오보의 주역입니다. 목포 MBC의 현장 기자가 4차례나 '전원구조'가 아니라고 보고했지만 수정 요청을 무시하고 계속 '전원구조'로 내보냈습니다. 참사 당일 저녁 뉴스에는 보험금 지급 뉴스까지 나왔고요. 세월호 참사 당시 MBC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사실 그거는 해서는 안 될 보도들이었죠. 근데 제가 그때 보도국에 없었어요. 사건 났을 때 보도국으로 출입조차 안 되던 때였기 때문에. 그래서 좀 다행이에요. 왜냐면 제가 당시에 보도국에서 파업 이후에 허드렛일이라도 하고 있었을 수도 있거든요. 자막 만들고 있었거나, 사망 보험금 CG를 만들었다든지. 제가 거기 나가서 그런 걸 하라고 했을 때 저항을 해야 되는데 잘 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이것도 비겁한 얘기라는 걸 알아요.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보도가 돼서는 안 되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파업 이후 MBC라는 조직이 데스킹을 하고 기사 방향을 잡고 언론의 기능은 완전히 망가졌어요. 거기에 경력과 시용으로 들어온 기자들이 아무런 비판 없이 리포트를 했죠. 광화문 집회에서 그렇게 예은 아빠가 이야기하시는데, 변명의 여지가 없더라고요. MBC가 한 거니까 나중에 우리가 반성하고 책임을 묻고 책임을 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세계 언론사에 남을 만한 오보거든요. 진도에서 현장 보고를 한 걸 뭉개다니요! 하. 그건 정말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MBC가 제대로, 금방 조직에 화합하는데 해가 된다 하더라도 그건 정리를 하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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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뉴스는 첨예한 사안을 파고들지 않고 '여야 공방'으로 처리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 네. 그것도 말이 안 되죠. 자유한국당이 야당이라고 똑같이 여야라고 하지만, 그게 맞는 걸까요. 언론에서 특히 양적인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거 그거 공부하기 싫어서 그런 거거든요. 그럴 때 양적 균형 맞추면 '나 공정했어' 자기 방어하는 거잖아요. 뉴스는 그렇게 해서 안 된다고 생각해요.

- 예전에 정치부 출입하실 때에는 '공방' 처리를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 네, 여야 공방으로 썼습니다. 한 줄 쓰고, 한 줄 쓰고, 인터뷰 길이도 딱딱 맞춰서 했습니다. 여당 정치인 인터뷰 15초 나가면, 야당 정치인 인터뷰 15초 나가고. 그랬죠.

- 방송 뉴스 포맷의 한계라고 봐야 합니까.
= MBC에서 그런 작업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도국에서 제가 좀 부각이 돼 있지만, 대부분의 일 많이 하고 오피니언 리더라고 할 수 있는 부장급 선배들이 다 쫓겨났거든요. 과정은 길어지겠지만 어떤 식의 방향으로 뉴스를 만들지 토론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 공영방송으로서 MBC의 역할론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 MBC 뉴스의 일원이라는 전제로 말씀드린다면, 기계적 균형이라는 게 정말 공정한 건지 모르겠어요. MBC가 파업이 끝나서 기존의 보도에 대해 반성하고 새로운 뉴스를 만든다고 하면 기계적 균형에 매달릴 게 아니고 시청자 편이 돼야 할 것 같아요. 미국에서 한 방송사의 뉴스 슬로건이 '당신 편에 서라'였거든요. 그 슬로건이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을 받았는데, 그게 우리 뉴스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점이 아닌가 싶어요. 세월호 유가족 편에서 서서 얘기를 했다면, 배상금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겠죠. 유성기업 노동자들, 그 사람들 편에 서서 이야기를 하려면 단순한 기계적 균형이 다가 아니라는 걸 알았을 거예요.

편을 들어준다는 게 왜곡보도를 한다는 게 아니라, MBC 사람들이 파업 이후 100명 넘게 부당전보를 받고 6명이 해고되는 노동 탄압을 겪었잖아요?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만 보도해줘도 그게 편이 되는 거거든요. MBC가 다시 뉴스를 제대로 한다면 '모든 사람의 편이 되어줄 수 있는 뉴스'를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게 100%는 불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는 뉴스가 돼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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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을 출입하신 거로 압니다. 요즘 자한당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방송 장악 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 저희 MBC 문제를 언론탄압이라고 하고 있는데, 그건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 시스템을 알아요. 조선일보에서 사설이나 톱기사로 문제를 제기하면, 보수정당이 지침처럼 받아서 그날 아침 최고위원 회의할 때 바로 얘기하죠. 조선일보에서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나올 때 쓴 사설을 보면,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나왔다는 팩트만 있어요. 그런데 그 사람에게 왜 체포영장이 발부됐는지, 그 사람이 지난 5년 동안 MBC 구성원들을 상대로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거기에 대한 설명은 아무것도 없거든요. 저는 그 기사를 보는 순간, '와 이건 정말 사기 같은 기사다'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기사를 보고 자유한국당에 있는 정치인들이 언론탄압이라고 해요. 제가 출입할 때 알던 정치인들도 있거든요. MBC 문제를 아예 모른다면 모를까, MBC에 있던 구성원들이 파업했는데 정치적인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법에 저촉되는 그런 조치를 당했는데 거기에다 언론 탄압이라고 하는 거는 두 사람의 이익이 맞아 떨어진 사기극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성태 의원이 2012년 파업 당시에는 MBC 파업을 지지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자유한국당에서는 '언론탄압'이라고 입장이 180도 선회했습니다.
= 그걸 보면서 아무리 정치인이 필요에 따라서 말을 바꾸고 그런 사람들이라고 해도 어떻게 이렇게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지금 파업하고 있는 기자들과 상당한 친분도 있어요. 기자하고 정치인의 관계는 친분이 있다고 해서 여러분 생각하시는 것처럼 친구는 아니고 필요에 의한 그런 관계고, 그게 끝나면 아무 관계도 아닌 거지만. 그래도 아는 사람이 그렇게 얘기하니까 너무 황당했죠.



- 드라마 마케팅부에도 계셨고 통곡하신 날도 있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일 날에는 느닷없이 구로센터로 전보됐습니다. 구로 유배지에는 다른 파업참가자들도 많았는데요. 이근행 전 노조 위원장이 구조 유배지를 폐쇄하면서 쓴 글들이 많은 조합원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들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파업을 다시 시작하면서 바닥에 앉아있는 조합원들의 얼굴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습니까.
= 이근행 선배가 같은 사무실에 있었으니까 말 하시는 거 보고, 그 글 자체로는 슬프다거나 그렇지 않았어요. 그런데 조합원들이 다 앉아서 오열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사실 그거 보고 울었어요. 저만 힘든 거 아니라는 알고는 있었는데, 사람이 자기밖에 생각 못 하는 존재다보니까. 다들 너무 아파하고 있더라고요. 그게 느껴져서 아주 슬펐어요. 5년 동안 저만 힘든 줄 알았는데, 남아있던 동료들도 다들 힘들었구나. 싶었죠.

- 본인은 좋은 기자였다고 생각하십니까.
= 그렇게 좋은 기자는 아니었던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런 거 같아요. 제가 열심히는 했다고는 생각하거든요. 국회나 경제부에서 금융권 취재할 때 팀에 누가 안 되기 위해서 열심히는 했는데 그게 타 방송사 뉴스보다 그럴듯하게 보이는 게 목표였어요. 그때는 좋은 기자로서 좋은 기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고민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는 게 정확한 거 같아요. 특히 밖에서 5년간 시간을 보내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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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성윤 에디터
사진·영상 = 윤인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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