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 인터뷰] 권성민 MBC 예능국 PD "MBC 영광 재현이 아닌, 새로운 MBC 만들어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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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코리아 이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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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왕좌의 게임' 보시나요? 거기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악역들이 나와요. '왜 쟤들이 밑도 끝도 없이 나쁘지?' 설득력 있고 개연성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이런 개연성 없는 악역을 보면 작가가 게으르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김장겸 사장과 일당들을 보면서 '현실 속의 악당은 원래 개연성이 없구나. 입체성이 없구나. 내가 봤던 드라마에서 나오는 악당들이 현실적이었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권성민은 예능 PD다. 시청자를 즐겁게 하는 직업이다. 그는 동시에 MBC 최연소 해직 언론인이었다. 웹툰을 그렸다는 이유였다. 자신의 부당 전보의 일상을 그렸다. 1심, 2심, 그리고 대법원에서 '해고 무효' 판결이 나왔다. 정직 6개월, 해고 1년 반. 2년 만에 회사로 돌아왔다. 청춘 2년이 날아갔다. 그의 일상은 뒤틀렸다. 돌아온 MBC는 쑥대밭이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수평적 조직은 위계질서를 무척이나 강조하는 '꼰대'로 변해있었다.

- 해고는 보통 40대 이상에서 이뤄지는데 30대에 해직 됐습니다. 최연소 해직 PD 아닙니까? 혹시 그동안에 이직 생각은 안 했는지요.
= 네. MBC 안에서는 그렇게 됐습니다(웃음). 제가 30대 초반이잖아요? 이게 언제 끝날지 모를 해고 기간이고, 이렇게 나이를 먹어야 하나? 콘텐츠 제작을 하는 사람들은 빨리 대응을 해야 할 텐데. 그런데 다른 회사로 옮겨야 하겠다는 생각은 안 했던 거 같아요. 이건 부당해고니까 내가 이대로 다른 회사에 취직하면 내가 지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제 개인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부당해고니까 확실히 해서 회사로 돌아가는 거까지가 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해고 기간 동안 자유가 주어졌다고 생각하고, 방송사 울타리 바깥에서 만들 수 있는 걸 해보자고 생각했고 개인적으로 만들고 싶은 콘텐츠도 만들어보고, 모바일 콘텐츠 만들고 계신 분들도 만나서 방송사 바깥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고민도 하는 시간으로 가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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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겸 사장이 고용노동부 서부지청에 출석하면서 "무소불위의 언론노조를 상대로 6개월 된 사장이 무슨 일을 했겠냐"고 했습니다. 무슨 생각이 들었습니까.
= 제가 3년 전에 해고를 당했잖아요. 제가 해고되기 전만 해도 경영진들이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알고는 있으나 자기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전략적으로 모른 척하는 거로 생각했어요. 그러나 해고되는 일련의 과정과 공판 중의 드러난
회사의 입장을 보면서 이 사람들 진심이구나. 굳게 믿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언론노조는 대한민국을 전복하는 세력'이고 우리가 정말 바른 뉴스를 하고 있다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걸 그때 실감을 했습니다. 요즘 투쟁하고 계신 민식 선배 같은 경우도 파업 끝나고 드라마 연출을 다시 하려고 할 때 막은 사람이 김장겸 사장이라는 이야기가 유력하거든요. 자신이 보도국장이면서도 일개 드라마 PD의 연출을 막을 정도로 회사 곳곳에서 개입하고 있던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출두하면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걸 들으면 어이가 없다가도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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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등 사장들이 줄줄이 불려나가는 걸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 너무 늦었다, 이제서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대법원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고 복직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해고가 무효다 판결이 났을 때 제 해고 사안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이 그래서 '권 PD가 무죄다'라고 얘기를 하셨어요. 그런데 잘못된 이야기에요. 부당해고 소송은 제가 원고이거든요. 회사가 저한테 말도 안 되는 해고를 했는데, 이 해고가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니까 잘못됐다는 판단을 해주십시오라고 하는 거고요. 회사가 자행한 해고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판결인거잖아요. 그러니까 제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났다는 거는 제가 무죄가 아니라 회사가 유죄라는 판결이거든요. 대법원까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한 건 제가 원래 받았어야하는 2년 간의 임금, 근속연수를 복귀시켜준 거가 다 거든요. 회사가 유죄라는 판결이 났음에도 회사가 한 건 저에게 물질적인 부분만 복구시켜주고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은 거죠.

- 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생각은 없습니까.
= 지금은 아닌 거 같습니다. 그 시간 동안 어떤 것을 했던 것과는 별개로 회사에서 부당하게 쫓겨나 있고, 제 계획과 일상이 틀어진 부분들에 대한 것들은 배상 부분에 포함돼 있지 않고요. 회사가 그렇게 잘못한 행동에 대해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부당해고 미안' 이런 거로 끝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불과 2년이었지만, 해고된 6명의 선배와 정직으로 일상이 이렇게까지 망가지고 나서야, 그건 돌이킬 수 없는데, 그제야 불려가고 죗값을 치르겠다고 불려가는 거 자체가 허탈하고 허무했습니다. '체포영장 발부되고 조사받으면 통쾌할 것 같아'했지만 지난 시간을 보니 허망하고 허탈하더라고요. 죗값을 치른다고 해서 이 사람들의 일상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 MBC 예능국은 한 때 최고라고 자부할 정도였지만, 종편과 CJ 등으로 많이 나간 거로 압니다.
= 제가 2012년에 입사했는데요, 예능국 평PD들이 지난 몇 년 사이에 20명 가까운 PD들이 나갔어요. 원래는 한 60명 정도였고요.

MBC 노조의 '블랙리스트' 기자회견

- 인력난이 심각할 거 같습니다.
= 연출 인력은 빠져나가는데, 신입은 안 뽑고. 조연출을 대용할 수 있는 경력 계약직들만 계속 채워 넣고 있죠. 예능국 안에서 끈끈한 유대관계도 사라졌고요. 우리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을 섭외하려고 한다든지, 풍자적인 자막을 넣으려고 한다든지 이런 것들은 검열을 많이 받았어요. 회사 전체 분위기가 바뀌니까 예능 분위기도 거기에 같이 가게 되는 게 있죠. 제가 입사할 때가 MBC 전체가 무너지는 기점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위계질서가 자유로운 조직이고, 개인적인 조직이고 연차가 차이 난다고 해도 짓누르는 게 없었어요. 기본적으로 반골 기질이 심한 사람이라서, 엄청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분위기를 못 견뎌 하는 거거든요.

- 예능국에는 소위 '똘끼'를 가진 PD들이 많지 않습니까.
= 사실 그런 사례는 많아요. 프로그램 폐지 되고 나면 술 잔뜩 먹고 국장실 방문 차고 들어가서 '내 프로그램 왜 폐지 시켜서' 이러면 '술 많이 먹었네' 하면서 토닥토닥하고 넘어가는 그런 분위기요. 지금은 그러면 경인 지사 가겠죠. 예전에는 방송에서도 본부장실에 예고도 없이 불쑥 들어가고 부장도 찾아가고 하는 장난도 쳤어요. 제가 옛날 생각 하고 임원실에 불쑥 찾아갔다가 호되게 데인 적이 있어요. 예능국 분위기도 이제 '까라면 까라'는 분위기가 됐어요. 윗사람에게 잘 보여야 되는 조직이 된 거죠. 옛날 같으면 '한번 해봐'라고 할 수 있었던 아이템도 부장과 국장 입장에서 이해가 안 되거나, 그들 취향이 아니면 통과하지 못하면서 연출하지 못하는 PD들이 생기면서 CJ, JTBC, YG로 많이 갔죠. 사실상 지금 JTBC에는 구시대 MBC 분들이 다 가서 잘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요. 그런 거 보면 속도 상하고요.

- 지상파의 위기 상황입니다.
= 지상파는 이런 상황이 아니어도 위기죠. 공룡 같은 몸집을 가지고 있고요. 우리끼리 그런 얘기를 하거든요. 나영석 PD가 연출하는 8부작짜리, 5부작짜리, 이런 사이즈로는 뭔들 못 만들겠느냐고요. 그렇게 짧게 압축적으로 만들 수 있으면 사실 어떤 시도든지 할 수 있거든요. 저희는 항상 예능을 만들 때마다 1년 이상 레귤러로 갈 수 있는 아이템인가를 고민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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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익 구조 때문이죠? 지상파 편성 띠에 맞춰서 광고를 배정해야 하니까.
= 네. 지상파와 케이블이 수익 구조가 다르다 보니까요. 사실 별 의미 없다고도 생각하는데도, 수익 구조가 거기 묶여 있다 보니까요. PD들끼리는 시즌제도 가고 케이블처럼 단편 예능도 하고 실험적인 시도도 해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결국엔 구시대 권위주의 조직 문화가 스며들어 오니까 못하죠. 본부장실에 문 차고 들어가는 게 일상적인 PD들이 이런 구조로 바뀌니 어떻게 견디겠어요.

- 지상파 방송 시청층이 굉장히 40대 이상 계층에게만 소구하는 매체가 돼버렸습니다.
= TV 시청은 습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게 오래된 방송학 이론이죠. 선발주자가 그걸 가지고 가는 거고요. 뒤늦게 시작한 프로그램은 그걸 이길 수가 없죠. 시청행태를 연구한 방송학 이론 중에서 보편적인 이론이었고, 거기에 의해서 제작이 되고 광고가 들어갔죠. TV를 전통적으로 시청하던 시대인데 이제 그 시대가 거의 끝났잖아요. 본방송으로 TV를 보는 사람은 거의 없고, 내려받는 형태로 가면서 시즌제로 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생각하거든요. 시청습관, 편성으로 써 오던 전략이 축소되고 콘텐츠 자체의 승부를 보면 아무 때나 보는 거니까 길게 가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죠. 그런 시대에 발맞춘 게 JTBC나 tvN에서 짧은 예능을 하는 거고, 지상파는 본방송에 붙는 광고 수익이 주요하다 보니, 본방송 시청률을 견인하는 부분을 무시할 수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 10대는 고사하고 20, 30대 집에도 TV가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집에서 본방송으로 TV를 보는 세대는 40대 이상이고, 예능이 이들 취향에 맞추니 너무 젊은 기획들은 지상파에서 나올 수가 없죠. PD들이 현장에서 대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데, 자기 자리를 보신하는 데만 혈안이 된 인물들이 임원이 돼 있으니까 이런 논의 자체가 벌어지지 않죠. 공정방송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는 것도 있거든요. 차라리 CJ나 SBS 등 민영방송처럼 사주가 있는 회사라면 사주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경쟁력을 갖추려고 노력할 거란 말이죠.

- 예전엔 예능국에서도 국장에게 직함만 국장이지 '형'이라고 부르는 문화가 있었는데요.
= 네. 그런 문화가 있었죠. 그런데 이제 '형' 이러면 불쾌해하시는 분들이 국장이 되고 본부장이 됐죠. 한번은 이런 적도 있었어요. 회사에서 파일럿 전사적으로 한다고 해서 PT 자리에 예능 PD가 불려갔어요. 결혼식장에 반바지 샌들 신는 사람들이 예능 PD인데 팔짱을 끼고 PT를 했나봐요. 그러니까 한 간부가 '저 예능 PD는 왜 버르장머리 없이 팔짱을 끼고 있냐'고 하니까 그 다음에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더니 막 '버럭' 화를 냈다고 해요. 복장이 불량하다, 중국에 연수 갔는데 간부들한테 인사를 잘 안했다 등 이런 사례는 너무 많아요. 온통 머릿 속에 그런 거만 가득차 있는 사람들이 보직을 맡으니까.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처음에 기획안 올렸을 때 담당PD가 젊고 조연출 때부터도 잘해서 인정도 받고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어요. '1인 방송'이라고 해서 개념을 써서 본부장한테 갖다 드렸더니 본부장이 '이게 나혼자 산다랑 뭐가 다른 거냐'라고 답했다고 해요. 새로운 트렌드, 새로운 개념 자체가 아예 없는 거에요. 기획안을 보니까 혼자, 1인, 이런 생각만 하는 거죠. 그런 결재 라인을 통과해야 저희가 방송을 할 수 있는 곳이 된 거라 PD들이 답답해 하고 있는 거죠. 옛날 같으면 이해가 잘 안되도 '네가 재밌을 거 같으니까 한번 믿고 맡겨보자'라는 분위기였지만.

- 임원들이 동원하는 행사에는 돈을 쏟아붓고 프로그램 제작비는 줄인다고 예능 PD 성명서에 나왔습니다.
= 예능은 섭외가 중요하잖아요? 타사는 잘 나가는 예능은 회사에서 섭외할 비용도 지원해줘요. PD들이 따로 만나면서 예능에 잘 출연하지 않는 배우들에게 가서 회사에서 지원받은 돈으로 섭외를 하면 그게 수월해지거든요. 우리는 사비로 '도지마롤' 하나 사 들고 가서 '잘 좀 부탁드립니다' 부탁하고 그래요. 지금 잘 나가는 '복면가왕'의 경우 가왕 되면 받는 상금이나 출연료를 매니저들한테 얘기하면 코웃음쳐요. 그런데도 아직까지 MBC 예능에서 괜찮은 출연진이 나온다고 하면 그건 맨파워죠. 돈 대신 이 프로그램 나가면 '내 이미지와 브랜드에 도움이 된다'라는 것밖에 남아 있지 않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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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

- 제작비도 많이 줄었습니까?
= 늘 제작비 쪼들리면서 만들고 있거든요. 식사비 같은 것도 줄이고, 카메라 한 대 줄여야 하고, 작가비도 줄여야 하고. 예능 전반적으로 제작비 압박이 너무 심해요. 특히 '무한도전'은 항상 광고를 완판하는데, '무도'마저도 제작비 압박에 시달려요. 가령 승합차 한 대 더 썼다고 불려가서 혼나는 일이 있을 정도니까요. MBC 예능 PD들은 이렇게 위에서 계속 쪼니까 결국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의 처우가 낮아질 수밖에 없어요. 카메라가 2대 더 오면 편하게 촬영할 수 있는데, 1, 2대 더 빼서 정말 최소한으로 해서 힘들게 촬영하고 있죠.

- 폐지된 '듀엣가요제' 조연출을 맡으셨습니다. 경쟁 프로그램이었던 '판타스틱 듀오'를 보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제작비 차이가 보였는데요.
= '판듀'가 저희 뒤에 나온 거 아시죠? 가수들 출연료도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죠. 다른 데는 더 많이 받는데. MC 중에는 더 깎을 수 없을 만큼 깎아서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였고요. '판듀'를 보면 스튜디오에서부터 딱 차이가 나잖아요. 저희는 기본적인 요소들로 이쁘게 만들고 한 거죠. 타사랑 비교를 해보면, MBC 예능 PD들 고생한다,MBC 미술팀 CG 팀, 고생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차이가 나도 '듀엣가요제'도 돈이 아니어도 꾸준히 나와주신 분들도 계셨고, 이 안에서 만든 거로도 시청자들이 즐거워서 해준다고 하면 위로도 되고 그래요.

- "조선의 언론기관이었던 삼사에 대해 현대 민주주의의 관점에 입각하여 설명하고, 이에 기반하여 MBC에게 요구되는 역할에 대해 논술하라"는 질문이 권 PD의 2012년 입사 당시 나온 질문이었습니다. "입사하면 노조 가입할 거냐"고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는 지금의 MBC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질문입니다만.
= 그거 질문 나왔을 때, 지원자들 40여명이 다 패닉에 빠졌어요. 예능 PD들 질문에서는 그런 게 없는 줄 알았으니까. 지원 현장에서 다들 야유하고 그랬죠.

- 뭐라고 답을 했습니까.
= 제가 학교 다닐 때 마지막 학기에 썼던 논문이 '온라인 상 공론장 형성에 있어 유희적 커뮤니티가 하는 역할'이었어요. 인터넷을 보면 유머 사이트에서 여론이 형성되는 게 신기해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어떤 요소가 필요한가를 연구했는데 MBC 시험장에 오니까 똑같은 게 문제로 나왔더라고요. 그렇다면 예능 PD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널리즘 역할이 있고 예능의 역할은 좀 다른 거 같아요. 예능은 공론장을 만들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고민해봅시다'는 아니고 화두를 던져줄 수 있다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충분히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아빠 어디가' 같은 프로그램이 나온 다음 우후주순으로 가족 예능들이 나왔죠. '아빠 어디가'는 판타지죠. 그 아빠들은 아이들과 여행을 하면서 대가로 돈을 받잖아요(웃음). 하지만 실제 아빠들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돈을 써야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예능이 가르칠 필요는 없으니까 아빠가 아이들과 재밌게 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예능의 역할을 충분히 한다고 생각해요. 그걸 본 사람들은 '아 너무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고, 좋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렇게 못하지?'라는 질문이 당연히 들 수밖에 없는 거로 생각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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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파업 얘기를 다시 해보겠습니다. 현재 파업 참가 인원이 무척이나 많고 노조 가입원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거로 압니다. 구여당 측 이사인 유의선 이화여대 교수도 이사직에서 사퇴했습니다. 파업 기류가 어떻습니까.
= 부장, 국장까지 우르르 내려와서 사퇴하고 노조 가입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어요. 저희 파업을 하면 회사를 작살내려고 파업하는 게 아니잖아요. 필수인력, 송출인력들은 조합원이어도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인정했지만, 이번에는 필수 인력들까지 다 내려왔거든요. 심지어 구내식당 조합원들까지 다 오셨어요.

MBC 경영진이 지난 9년 동안 노조 탄압의 새 역사를 썼다는 게 노동계의 일관된 얘기거든요. 노동법을 위반한 사례도 많지만, 노동법의 틈을 악용해서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모든 창의적인 방법을 만들어냈다고 그러거든요. 소위 작전이 들어가면 대부분의 사업장 노동조합은 다 무력화되거든요. 조직률이 60~70% 사업장들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MBC는 온갖 회유와 협박을 했는데도 과반을 유지했어요. 안 싸웠다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노조 탈퇴를 하지 않고 대오를 유지한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과반 노조와 과반 노조가 아닌 게 차이가 크잖아요. 과반 노조면 비조합원들에게도 혜택이 그대로 돌아가고 대표성을 띠게 되잖아요. 회사가 아무리 노조를 탄압해도 숫자가 안 줄어드니까 원래 부장 TO보다 부장 자리를 더 만들어버려요. 보직을 주면 노조에서 탈퇴하게 되니까요. 원래 5명 있어야 하는 자리에 10명을 만들어서 연차가 되는 사원들을 꾀는 거죠. '너 부장 자리 줄 테니까 노조 탈퇴하고 와' 경력직 새로 받으면 '너 노조 가입하지 마' 같은 부당노동행위는 이미 여러 차례 적발이 됐고. 그런데도 숫자가 안주니까 과반 노조는 비율만 깨뜨리면 되니까, 분자를 줄일 수 없으면 분모를 늘리겠다는 거죠. 그래서 신입 공채를 안 받고 계약직 경력직을 받으면서 노조 가입을 못 하게 막으면 분모가 느니까 비율이 줄겠죠. 그런 식으로라도 대표성을 무너뜨리고 하고 싶어 할 정도로 열심이었던 거죠. 지난 5년 동안 새로 들어온 분들은 분모를 늘리는데 기여한 분들인데 지난 몇 개월 동안 이제 분자로 오고 있어요.

- 경력 사원들을 수년간 이렇게 많이 뽑은 전례가 없었고, MBC가 정상화되면 이들과 같이 어울리겠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안팎으로도 많습니다.
= 채용에 지원하는 것 자체가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일하는 사람들도 충분한데 이 사람들을 일을 시키지 않기 위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뽑은 거니까. 그걸 알면서도 지원했다면 속상하기도 하고 화도 나는 일이죠. 그렇게 들어온 사람 중에 연이 닿아서 개인적으로 저에게 말씀하시는 분도 있어요. '저도 이게 어떤 채용인지 알았는데, 어쩔 수가 없었어요. 괴로워요' 먹고 사는 문제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 자리가 꿈이었을 수도 있고, 현실하고 타협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사람들이 그렇게 옳지 못한 선택을 하게 만든 회사가 악랄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현실하고 타협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다시 조합에 가입하고 잘못된 게 잘못됐다고 이야기를 하게 만든 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부당한 협박을 받았던 사람들의 증언도 나오고 있고, 불이익을 감수하고 노조를 가입하고 있으니 고무적인 상황이죠. 다만, 기존에 있었던 사람들 밀어내고 잘라내는 데 앞장 섰던 사람들이 지금 돌아서려고 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런 분들은 저희가 받아줄 수가 없죠. 그 사람들은 자기가 한 행동의 대가를 치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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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업이 끝난 후 만들어질 MBC 모습은 어떤 모습입니까.
= 저희가 예전의 훌륭했던 MBC로 돌아가자는 구호를 외쳐서는 안된다고 공감대를 가지고 있어요. 지난 5년 동안 많은 것들이 바뀌기도 했지만, MBC 외적 미디어 환경도 많이 바꼈고요. 지상파 방송사도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인데,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전에 아무리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하더라도요. 이렇게 엉망으로 망가뜨린 사람들의 책임을 묻는 게 이 싸움의 첫 번째 목표지만, 구성원들끼리 앞으로 어떤 MBC를 만들어 갈 것인가에요. 파업 총파업 가결 선고를 하던 날, 노조위원장이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기존 공채 사원들과 새로 들어온 경력 사원들 간 불편할 겁니다. 연차가 높은 시니어 사원들과 시니어 사원들간 감정의 골도 깊습니다. 해직자에 대한 마음의 빚도 많이 있습니다. 저희가 파업을 시작한 9월4일부로 이 모든 것은 없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저희 다 똑같은 조합원 입장에서 똑같은 투쟁을 해 나갈 것입니다.' 이 말이 이 싸움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예능 조합원들도 서로 바쁘고 그래서 얘기할 시간도 없는데 매일 같이 얼굴보고 식사하고 끝나고 술도 마시면서 얘기를 하는 시간들이 많아지고 있거든요.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가 어떤 예능을 했고, 앞으로 어떤 예능을 해야되는지 얘기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있어요. 이 투쟁 기간동안 나눴던 얘기들이 앞으로 나갈 MBC에 대해서 좋은 밑거름이 되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MBC 정상화되면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 해직 선배들을 포함해서 쫓겨나신 분들, 다 회사 안에서 한 번씩 만나보고 싶어요. 저도 정직되고 유배되고 하는 기간 동안 비슷하게 징계받은 분들 많이 만났거든요. 예능국 안에만 있었다면 못 만났을 분들인데. PD로서의 제 욕심은 일로써 실천하면 되는 거고. 정직 받았을 때 같이 징계받은 분들이 찾아와주셨고, 유배돼 있을 때 유배지에서 만난 선배들 계시고, 해고되니까 해직 선배들을 만나게 됐거든요. 하나같이 너무 좋은 분들이세요. 저는 나이로 누르는 '꼰대'를 정말 불필요할 정도로 싫어하는데, 정말 하나 같이 권위의식이 없으세요. 까마득한 연차인데 똑같은 눈높이에서 똑같은 동료로 대해주세요. 같이 일했던 다른 동료들 이야기 들으면 현장에서도 친절하게 잘 배려해주시고 그런 분들만 골라서 잘려나갔고, 그런 분들이었기 때문에 치열한 싸움이 생겼을 때 대신 화살을 맞기 위해 나가셨죠. 그렇게 선하고 좋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삶이 망가졌잖아요. 그분들이 회사 다시 돌아와서 즐겁게 앉아 계시는 모습을 꼭 제 눈으로 보고 싶어요.

= 원성윤 에디터
사진·영상 = 이윤섭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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