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인터뷰] 문소리가 '여배우 문소리'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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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인생이 대부분 오르내림이 있고, 희로애락이 있고, 나의 고통이 가장 큰 것 같지만 또 들여다보면 다들 그만큼, 그보다 더 큰 고통들이 있었다. 그러니 나도 위로하고, 서로 위로해주고, 영화를 통해서 위로 받기도 하고, 그러자고 예술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 걸 관객들과 나누고 싶었다." - 문소리가 밝힌 영화 연출 이유 중에서

배우 문소리의 첫 연출작 '여배우는 오늘도'가 14일 개봉했다. 세 편의 단편을 이은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여배우 문소리'다. 영화 속 문소리는 현실의 문소리처럼 베니스영화제 신인배우상을 탔고, 스타고, 딸을 키우는 워킹맘이지만 현실의 문소리와는 조금 다른 세상에 산다. 현실에 존재하는 캐릭터들에 가상의 캐릭터들이 섞여들어갔고, 어쩌다보니 한 장면 등장하게 된 남편 장준환 감독 등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배우들이 연기를 한 '픽션 영화'다.

주연배우이자 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첫 영화 개봉을 앞둔 문소리를 만났다. 아래 예고 영상을 먼저 보면 그의 이야기가 더 실감나게 다가올 것이다.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메인 예고편]




- 개봉 소감이 어떠세요?

= 일을 이렇게 크게 벌릴 게 아니었는데 커졌네... 이런 생각도 들고요. 영화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해서 만들어진 거니까, 즐겁게 이 과정을 잘 치러야지. 그런 생각 해요.

- '여배우는 오늘도'를 직접 소개해주세요.

= 여배우 문소리의 하루하루에 대한 이야기예요. 겉으로 보이는 삶과 잘 드러나지 않은 이면의 삶의 아이러니를 보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에게 서로 위로도 하고, 같이 웃자고 말하는 영화죠. (단편으로 만든 '여배우', '여배우는 오늘도', '최고의 감독' 세 편을 만들고 나니) 이야기가 이어져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장편으로 나왔습니다.

- 문소리씨의 실제 이름과 실제 직업, 실제 남편까지 등장하지만, 영화 속 에피소드들은 모두 픽션이라고 하셨어요. "실제로 똑같이 겪었던 일은 없고 비슷한 지점을 느낀 것을 재구성한 것"이라고 소개하시기도 했고요. 이런 형식을 택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 과거를 영화처럼 찍어놨다면 이것과 얼마나 비슷할까? 라고 묻는다면, 명확하게 답은 못 할 것 같아요. 어차피 기억도 희미하고요. 다만 이런 과정이 있었어요. 어떤 마음과 진심이 있는데, 이걸 전달하기에 어떤 방식이 제일 좋은가. 그래서 현실을 가져다쓰기도 하고, 각색을 하기도 하고, 픽션을 만들어넣기도 했죠. 현실 재현에 중점을 둔 건 아니었어요.

재밌는 건, 보시는 분마다 '가장 현실적'이라고 느끼는 장면이 다 다르더라고요. '이런 일 진짜 있었지?' '이런 건 꾸민 거지?' 하고 말하시는데 사람마다 반응이 굉장히 다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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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주인공은 현실의 문소리씨를 빌려온 인물이고, 나이와 직업 때문에라도 현실의 문소리씨와 많이 겹치는 인물이죠. 감독 데뷔작을 준비하면서 '영화로 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으셨나요?

= 저는 이게 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주인공은 '여배우 문소리'지만, 단지 제 얘기였다면 일기를 쓰거나, 친구들이랑 수다 떨면서 나 이랬었어, 저랬었어, 하는 걸로 충분했겠죠. 이게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같이 영화를 하는 동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이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 또 그 여성들과 함께 살아가는 남성들과 같이 웃으면서 생각해볼 수 있겠다 싶은 이야기였기 때문에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여성으로서, 또 배우로서의 삶에 대한 영화지만 진지하기만 한 게 아니라 웃을 수 있는 이야기도 담겨있어요.

살면서 유머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유머를 안다는 건 서로를 이해한다는 뜻이고, 서로를 알아간다는 뜻이고, 공감한다는 뜻이잖아요. '웃픈' 현실을 이야기하지만, 그런 현실 앞에서 관객들이 같이 웃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 한 장면에서 뜬금 없이 튀어나온 "민노당" 대사도 유머러스했는데요. 실제로 이른바 '민노당원 이미지'가 한동안 각인돼있기도 했었죠.

= 실제로 당원이었으니까요. 당원이라는 기사는 나도 탈당했다는 기사는 나지 않더라고요. 탈당해도 이미지는 남아있기도 하고. 많은 분들이 그런 이미지를 오래 갖고 계셨고, 지금도 갖고 계시죠. 제가 보수적인 이미지는 아니잖아요.

광고주들은 노측이 아니라 사측이니까 이런 이미지 때문에 광고할 수 없을 거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고, 배우한테 정치적인 이미지가 굉장히 위험한 거라고 조언하는 분들도 많았죠. 그런데 당시에 저는 '그런 이미지 있는 배우도 있어도 되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게 득이 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나'라는 사람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죠.

저는 제가 데뷔했을 때, 그리고 민주노동당 당원이라는 게 화제가 됐을 때보다 지금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배우나 연예인이 많아졌고요.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밝힐 수 있는 사회적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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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중에 처음 만나는 중년 남성들이 대놓고 외모 품평을 하는 장면이 있죠. 연예인이 아니어도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나는데, '여배우'라면 더 자주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일 것 같아요.

= 저도 배우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상대방이 나쁜 의도를 갖지 않고도 그런 경우가 꽤 있었을 거고. 배우가 아닌 여성들에게도 많은 남성들이 호의를 표현하기 위해서라도 가볍게 외모에 대해서 툭툭 얘기를 던지는 경우가 꽤 있죠. 여성들도 남성들에게 그런 경우가 종종 있는 거 같고요. 아무래도 외모를 스크린에 드러내놓고 사는 직업이다보니 그런 말들을 많이 듣죠. 사실 저는 실제로 만나면 대부분 호의적인 편이세요. 지금보다는 20대 중반에 데뷔했을 때 그런 일이 더 많았던 거 같아요.

- '여배우'로서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고, 더 유명해지면서 달라지는 게 있나요?

= 남자 배우들은 아무래도 다양한 외모, 다양한 캐릭터로 활동을 하는데 여자 배우들은 좀 한정적이기는 해요. 연예기획사들도 글래머러스한 섹시한 컨셉? 아니면 청순한 컨셉? 아니면 귀여운 컨셉? 거의 이 중에서 맞춰보려고 하죠.

저는 '오아시스'로 유명해졌으니까 처음부터 그런 카테고리에 들지 않고 시작을 했어요. 그래서 주위에서 '저 배우는 어떤 배우가 되려고 하는 거지?'라고 의아해하는 시선이 있었고, 어릴 때 저 스스로도 '내가 한국영화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가 계속 영화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과 방황을 했던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캐릭터는 만들어가기 나름이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뿐 아니라 배우로서의 캐릭터, 한 사람으로서의 캐릭터도 만들어지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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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아시스(2002)'의 한 장면]



- 영화 현장에서 겪는 성차별도 있을 것 같아요.

= 여성 캐릭터들은 훨씬 더 전형적으로 그려진다거나,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기는 해요. 엄마라고 하면 지금까지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봐왔던 전형적인 엄마를 벗어나기 싫어하는 남자 감독님들도 계셨고, 대부분 여성은 약하고 피해자인 데서 갑갑함을 느꼈던 적도 있고요.

현장에서는, 너무 더운데 남자 스탭들은 나시에 반바지 입고 다니는데 여자 스탭들은 짧은 반바지를 못 입게 하는 식으로 복장에 제한을 두는 감독님들도 계셨고 여러 일들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많이 바뀌어가는 추세예요. 성희롱, 성폭력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 같은 것들을 시나리오 뒤에 인쇄해서 모든 스탭들이 다같이 읽어보고 시작하자, 이런 분위기고. 그런 사례가 많아지면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 앞으로 한국영화계에서 여성 배우들의 캐릭터가 더 다양해질 거라고, 긍정적으로 보시나요?

= 다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이렇게 역할이 없는 거야', '왜 이렇게 남자들 영화만 만드는거야' 하고 불평만 하고 있을 수는 없더라고요. 우리들 얘기를 우리가 해볼 수도 있는 거고, 도전해볼 수도 있는 거고, 작은 시도라도 뭔가 생산적으로 시도해보는 것들이 많은 여성 영화인들한테 주어진 일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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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 '매력'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는데요. '매력'이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 상대방을 집중하게 하는 힘, 만났을 때 느끼는 에너지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그 사람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배우에게도, 배우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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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처럼 '일이 많지 않을 때'의 대처법은 뭘까요.

= 누구의 인생이든 오르내림이 있는 것 같아요. 내려갈 때, 위축될 때, 그럴 때 그 시간들을 '나'를 잃어버리고 상하게 만드는 시간이 아니라, 화내면서 나를 해치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더 건강해지고 두터워지는 시간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겠죠.

- 마지막으로, 연극 무대에 설 계획이 있으신가요?

= 오는 11월에 프랑스에서 해요. 작년에 명동예술극장에서 프랑스 연출가와 올렸던 '빛의 제국'을 프랑스 3개 도시에서 다시 공연해요. 연극은 좀 더 자주하고 싶어요. 한 5년에 한번씩은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빛의 제국' 하고 나서는 2~3년에 한번씩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좀 더 자주할 수 있도록 계획해보려고요.



사진/ 윤인경
영상/ 윤인경, 이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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