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 '도깨비' 김은숙 작가 "톱스타 캐스팅? 저도 선택받는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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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현재 김은숙 작가는 대한민국 드라마 작가 중에서 최고다. ‘태양의 후예’에 이어 ‘도깨비’를 연이어 히트시키면서 그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일필휘지로 쭉쭉 명대사와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낼 것 같은 김은숙 작가 역시도 시청률에 대한 압박과 대본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면서 한 작품 한 작품 써 내려 가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시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 인재캠퍼스에서 열린 ‘콘텐츠 인사이트’에 김은희 작가와 김은숙 작가가 참여했다. 두 사람은 2시간가량 되는 시간 동안 드라마 작가의 삶과 고충 그리고 창작의 비결에 대해서 행사에 참여한 청중들과 대담을 나눴다.

역시나 김은숙 작가에게 쏟아진 관심은 창작의 비결. 하지만 김은숙 작가는 특별한 영감 없이 책상 앞에 오래 앉아있으면서 대본을 완성한다고 전했다. 과거 일주일에 두 권씩 대본을 완성하던 시절에는 사람답지 못한 생활을 한다고 털어놓으면서 “대본을 완성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18시간 정도를 책상 앞을 떠나지 못한다. 지금은 식탁에서 밥을 먹지만 그때는 밥도 책상에서 먹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한민국 최고가 되기까지 김은숙 작가는 즉석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대본을 완성할 때마다 술을 마셨다. 좋지 않게 평가되는 작품에도 배울 점이 있다고 말하는 김은숙은 천상 드라마 작가였다.

이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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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작인 ‘미스터 선샤인’ 제작비가 편당 15억 원이 맞나

편당 15억 원이라는 것은 명백한 오보다. 정확하게 제작비 산출이 안 되는 대본을 쓰고 있다. 현재 190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한 세트장이 없어서 많은 세트장을 지어야 한다. 대규모 전투 장면도 있고 해서 제작비가 많이 투입되는 것은 사실이다. 처음으로 경제적인 글쓰기를 고민하고 있다.

- 집필했던 작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세 개를 꼽는다면

‘파리의 연인’에서 ‘애기야 가자’. 이 장면으로 인해서 제가 지금까지 먹고살 수 있었다. ‘도깨비’ 메밀밭 고백 장면. 메밀꽃이 져버리기 때문에 하루 만에 쓴 대본이다. 너무 예쁘게 잘 나와서 기분 좋다.

드라마 속 장면이 아니라 ‘태양의 후예’ 3부 시청률을 기다릴 때가 기억이 난다. 드라마 1, 2부에 관한 시청률은 배우들에 대한 기대가 담겨있다. 3부부터 작가의 스토리에 따라서 시청률이 따라온다. 3부가 끝나고 11시부터 새벽 6시 넘어서까지 술을 마셨다. 아침 7시가 될 때쯤 작업실 바닥에 누웠다. 바닥에 누워서 한참을 시청률을 확인할 용기가 안 나서 스마트폰을 못 켜고 있었다. 카톡이 하나 울렸다. 보통 아침에 카톡이 하나 오면 시청률이 떨어졌지만 괜찮아요 라고 위로하는 내용이다. 그 순간부터 내가 뭘 잘못 썼나, 뭘 잘못읽었지라고 자책하고 있는데, 1분 뒤에 계속해서 카톡이 울리는 것이다. 보통 카톡이 계속 오면 기분 좋은 소식이다. 이야기할 거리가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그 소리를 들으면서 작업실에서 잠이 들었다. 3부 시청률이 23%를 기록했다. 앞으로 3년 동안 편성은 잘 받겠다고 생각했다.

- 드라마 작가로서 캐스팅에 얼마나 많이 관여하나

나도 선택받는 입장이다. 한국에 배우가 얼마없다. 내가 원하는 배우는 영화에서도 원하고 다른 드라마에서도 원한다. 배우에게 선택받기 위해서 정말 열정적으로 미팅에 임한다. 수없이 거절당하는 것이 일이다. 가장 많이 거절했던 배우는 공유다. ‘도깨비’에서 두 분의 은혜로운 투 샷이 나왔을 때 수없이 거절당하면서도 도전한 나 자신이 기특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나에게 와준 배우들이기 때문에 캐릭터로서 미친 듯이 사랑한다. 남자 배우든 여자 배우든 똑같다.

- 대본이 잘 안 써지면 어떻게 하나

특별한 방법이 없다.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다. 대본이 막히면 잠을 잔다. 먹고 자면 더 좋다. 퉁퉁 부은 상태로 자고 일어나면 죄책감이 찾아온다. 이렇게 아까운 시간을 6시간이나 낭비했다니 그러면서 책상에 앉아서 뭔가 써낸다. 뭔가 써내야 하는 불안감에 책상을 떠나지 못한다. 18시간씩 책상에 붙어있는다. 예전에는 밥도 책상에서 먹었다. 즉석밥은 정말 맛있는 것 같다.

- 딸이 드라마 작가를 한다면 말릴 생각인가

12살 딸이 있지만 떨어져 있다. 딸에게 좋은 엄마는 아니다. 나쁜 엄마고, 나쁜 며느리고 나쁜 딸이고 나쁜 아내다. 그래도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잘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계속하고 있다. 김은희 작가의 딸이 글을 쓰면 결말에서 누군가를 죽이는 내용을 쓰고, 내 딸은 중학교에 재벌 2세가 전학 온 내용을 쓰더라. 내가 무슨 일을 한 건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