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한미FTA 폐기 준비 지시' 보도를 사실상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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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ALD TRUMP MOON JAE IN
WASHINGTON, DC - JUNE 30: President Donald Trump and South Korean President Moon Jae-in deliver joint statements in the Rose Garden of the White House on June 30, 2017 in Washington, DC. President Moon is on a three-day visit in Washington. He had an Oval Office meeting with President Trump prior to joint statements. (Photo by Alex Wong/Getty Images) | Alex Wong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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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여부를 논의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주(4~8일)에 이를 결정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미국 언론들도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검토 중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허리케인 ‘하비’ 수해를 입은 텍사스 주 휴스턴을 방문 중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참모들과 논의하고 있느냐, 다음주에 어떤 조처를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그것(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내가 대단히 신경 쓰고 있는 문제”라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이 참모들에게 ‘한-미 자유무역 폐기 준비를 지시했다’는 워싱턴 포스트 보도 직후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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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워싱턴 포스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논의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무역협정 조건을 재협상하기 위해 협정에 남는 결정을 할 수 있지만, 협정 폐기를 위한 내부 준비는 많이 진척돼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공식적인 공식적인 폐기 절차가 이르면 다음 주 시작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5일 협정 폐기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 고위 참모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통상 전문지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즈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르면 오는 5일 폐기 절차를 개시하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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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포스트는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백악관과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정 폐기 움직임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협정 폐기를 막으려고 하는 이유는 북한이 미사일 프로그램과 핵실험, 일본 상공으로의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점점 더 적대적으로 되가고 있는 시점에 한국 정부를 고립시키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을 폐기하면 한국에 미국산 제품을 더 수입하도록 강제할 수 있고 미국 회사나 노동자들한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어떤 논의도 거부하기로 결정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양국 간에 무역전쟁이 촉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문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조처는 미국과 동맹인 한국 양국이 북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위기에 직면한 시점에 경제적 긴장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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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 준비 지시 및 폐기 여부 논의 방침은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열린 특별회의가 결렬된 뒤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당시 회동에서 미국은 한-미 자우무역협정 이후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 확대와 자동차·철강·정보통신(IT) 분야의 무역 불균형 심화 등을 들어 협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맞서 우리 쪽은 미국의 상품 수지 적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원인이 아닌 만큼 한-미 자유무역협정 효과와 미국 무역수지 적자 요인에 대한 조사 분석을 하자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언론들도 이날 한국이 특별회의에서 협정에 중대한 변화를 원하지 않는 것에 불쾌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우리가 제안한 ‘공동연구’를 시간끌기 전략으로 여겼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 분위기에 대한 이같은 보고를 받고 ‘강공’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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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폐기 검토’ 지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엄포용’인지, 진지하게 폐기를 염두에 둔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논의 과정을 잘 아는 행정부 외부 관계자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얼마나 진지한 지 실제로 의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정(NAFTA·나프타)와 관련해서도 협상이 본격 시작되기 전인 지난 4월과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밀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최근에도 ‘나프타 폐기’ 가능성을 내비쳐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 지시와 관련해서도 ‘총부리를 머리에 대고’ 위협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략 차원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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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폐기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나프타만큼 미국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가 크지 않고, 따라서 미국 경제계에서 나프타만큼 찬-반 논란도 격렬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폐기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미 동맹 맥락에서 의회 등 정치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미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 절차에 돌입한다면 한국 쪽에 종료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협정문(제24조)에 따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어느 한쪽의 협정 종료 서면 통보로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 나프타와 달리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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