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럿 워크' 6년 후, 한강공원에 '슬럿 라이드'가 등장했다(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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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야한 옷’을 입은 채 자전거를 타는 여성들이 나타났다. 짧은 반바지, 배꼽이 보이는 상의, 브래지어 등을 입은 이들은 몸 이곳저곳에 빨간 립스틱으로 ‘잡년 만세’, ‘내 몸은 포르노가 아니다’ 등의 문구를 적었다. 이들이 탄 자전거에는 “성폭력의 원인은 옷차림이 아니다”라는 팻말도 달렸다. 한강에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힐끗힐끗 시선을 보냈다.

여성인권단체 페미몬스터즈는 이날 한강공원에서 ‘슬럿라이드(Slut Ride)' 시위를 열었다. 이 시위는 “성폭력의 원인은 피해자의 옷차림에 있지 않다. 피해자의 행실을 문제 삼아 범죄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짓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오후 5시 한강공원에 모인 10여명의 여성은 이른바 ‘야한 옷차림’을 한 채 한강공원의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행사에 참여한 김실(활동명)씨는 “성폭력을 저지른 후 ‘저 여자의 옷차림이 나의 성적 욕망을 일으켰다’는 식으로 변명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옷을 입든 문제는 피해자가 아니라 성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에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대학생 진아무개(20)씨는 “성폭력이 발생할 때마다 ‘저 사람이 나를 유혹해서 그랬다’고 답하는 이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용화장실 앞에 붙은 경찰의 경고 문구(몰래카메라 신고가 예방입니다)에 ‘촬영은 범죄’라는 팻말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브래지어 10개를 이어 만든 줄넘기를 타 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페미몬스터즈의 안현진 활동가는 “브래지어는 현대판 ‘코르셋’이라 생각한다. ‘여성에게 가해진 억압과 잣대를 벗어던지고 쓸모없어진 브래지어를 뛰어 넘자’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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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여성인권단체 페미몬스터즈와 여성시민들이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공용화장실에 붙은 경찰의 경고문구(몰래카메라 신고가 예방입니다)에 ‘촬영은 범죄’라는 팻말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슬럿 라이드는 ‘슬럿워크(Slut Walk)' 운동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2011년 4월 캐나다 토론토의 한 경찰이 대학 강의 중 “성폭행을 당하지 않으려면 매춘부(슬럿, Slut)같은 옷차림을 피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반발한 여성들이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성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서 찾지 말라”고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이 운동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한국에서도 2011년 `잡년 행진'이라는 이름으로 슬럿워크 운동이 열렸다.

페미몬스터즈의 이지원 활동가는 “여성이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여성의 옷이 간소화되고 활동이 편한 방식으로 변화했다는 시각이 있다. 주체적이고 역동적인 자전거 타는 활동을 통해 ‘성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