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스플레인'의 리베카 솔닛이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에게 한 말(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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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스플레인’이란 용어를 유행시키며 새로운 페미니즘의 기수로 떠오른 리베카 솔닛이 한국을 찾았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창비)라는 신간과 '어둠 속의 희망'(창비), '걷기의 인문학'(반비) 개정판 출간에 맞춰 방한한 것이다. 4박5일 일정으로 방한한 그는 2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에게 “우리가 승리하는 중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강남역 살인사건 등에 관해 들었다. 남성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우리의 적들이 페미니즘에 위협을 느끼고 있고, 페미니스트들이 하는 일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남성들도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왔고, 이를 인정해줄 때가 됐다. 우리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힘도 더 커질 것”이라며 “수천년간 지속되어온 여성차별 문제를 50년 사이에 다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좌절해서는 안 된다. 긴 시간이 흘러 더 큰 그림을 보면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음을 볼 수 있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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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닛은 현상을 정확히 명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을 명확히 규정하고 엄중히 남성의 책임을 묻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여성 인권을 위한 입법 활동과 살해 위협을 범죄로 다루도록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솔닛은 “사적인 공간에서 은밀히 저항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집단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며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혁명과 이후의 비폭력 혁명, 베를린 장벽 붕괴 등을 보면, 사람들 간에 차이가 사라지고 두려움을 극복한 순간에 큰 변혁이 일어나는 것을 목도했다”고 덧붙였다.

솔닛은 “친구들에게 한국에 가서 대통령 탄핵하는 방법을 배워오겠다고 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거침없이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백악관은 여성혐오와 강간의 문화가 존재하는 곳이다. 여성의 권한을 빼앗아서 여성을 과거의 성역할로 복귀시키려는 문화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그로테스크하고 부끄럽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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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미국 대선의 ‘공정성’에 의문도 제기했다. “왜 힐러리가 패배했냐고 묻는데, 많이들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투표권을 억압하는 정책이다. 선거의 공정성을 의심할 정황이 있다. 러시아의 개입, 해킹, 가짜뉴스, 마피아의 개입 등이 제대로 수사되면 트럼프는 탄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제로 공화당에선 젊고 진보적이고 백인이 아닌 유권자들의 투표를 저지하려 했고, 많게는 2천만명의 유권자가 투표권을 박탈당했다. 결과를 봐도 힐러리가 300만표를 더 받았다. 힐러리가 패하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다.”

이어 그는 “제 파트너가 의사인데, 의사가 암에 걸릴 확률이 10~20%라고 하면 사람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트럼프가 당선될 확률이 10~20%라고 했을 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아쉽다”며 “다만 이런 안타까운 상황으로 미국 시민들이 깨어나게 됐고, 정치적 사회적으로 더 깊이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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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안에서의 운동이자 중산층 지식인의 운동으로 변질할 가능성과, 페미니즘과 사회주의의 관계를 묻는 말에 그는 “(사회주의를 표방한) 버니 샌더스의 경제적 재분배 공약 등엔 동의하지만, 샌더스는 민주당 경선에서 크게 패배했고, 당선 가능성도 희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페미니즘은 궁극적으로 모든 인간 해방을 위한 운동의 한 부분이다. 여성문제는 인종, 성 소수자 문제와 교차하는 지점이 있다. 페미니즘이 여성문제만이 아니라 경제적 불평등, 인종 문제 등 여러 문제와 통합적으로 연대해 움직이면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솔닛은 이날 기자회견에 이어 저녁 7시30분 서울 화양동 건국대 새천년관, 27일 오후 5시 북티크 서교점에서 강연을 한다. 26일 저녁 강연은 당초 창비 서교동 사옥(130석)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청자가 1300여명이나 몰려 창비는 급히 800석 규모의 건국대로 장소를 옮겼다. 가히 ‘솔닛 현상’이라고 부를 만하다. 여성을 가르치려는 남성의 태도를 꼬집는 ‘맨스플레인’이란 기존의 신조어를 전세계적으로 알린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창비)는 3만부가량 팔려, 출판사들은 그의 후속작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는 2014~2017년에 쓴 글들로 최근의 페미니즘 물결을 반영한 후속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