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창업자 이해진이 네이버의 주인이 되지 않으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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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전 의장은 왜 네이버의 주식을 팔았을까?

23일 네이버는 이해진 자사 창업자 겸 전 의장·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보유지분 11만 주를 주당 74만3990원에 블록딕(시간외 매매)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이 전 의장의 지분은 4.64%에서 4.31%로 감소했다.

블록딜에 '성공'했다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개인 최대주주인 이 전 의장은 지난 21일(월요일) 이날 종가(78만 1000원)에서 2.3% 할인된 76만 3037원에 블록딜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하루가 지나 전날 내놨던 주당 가격보다 약 2만원, 22일 종가 76만7000원에서 3% 할인된 가격으로 곧바로 다시 내놓은 것. 주관사는 미래에셋이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이 전 의장이 이같은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준대기업집단'의 실제 주인이 되고 싶지 않아서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공정위는 기업을 자산 규모에 따라 나눠서 관리하고 있다. 10조원이 넘으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약 30여 개 내외)으로 지정되고 계열사끼리 지분을 투자하는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계열사 간에 채무 보증도 지지 못하게 한다.

자산 총액 5조원이 넘으면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총수가 지분을 많이 가진 기업에 일감을 몰아줘 과도한 이익을 얻게 하는 총수 사익 편취 행위에 대한 규제의 대상으로 삼고 공시의 의무를 부과한다.

네이버는 이중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

서울신문은 네이버가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기업의 실제 주인인 '총수'가 회사의 잘못에 법적 책임을 져야하고, 총수와 친인척 등 관련자들이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규제를 받는다고 전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기업을 지배하는 주체인 '동일인'을 지목해야 하며, 이 동일인은 개인이나 법인이 될 수 있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한다.

현재 네이버의 최대주주는 전체 지분의 10.76%를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이지만, 공정위는 개인 주주 중 4.6%(거래 전)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이해진 전 의장이 사실상의 총수, 즉 '동일인'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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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 대표 전 대표(우)와 한성숙 현 대표.

그러나 네이버 측은 다른 입장이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가 가진 지분은 4.6%(거래 전)에 불과하며 자회사 지분도 대부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14일 이 전 의장이 네이버 임원들과 함께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하며 공정위를 방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당시 네이버 측은 "네이버 총수는 네이버 법인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며 16일엔 "국내에서 드문 투명한 지배구조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춘 만큼 총수를 개인으로 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시아경제는 이 전 의장이 "지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서울신문은 네이버 측이 이번 블로딜에 대해 “이 전 의장의 개인적인 일이라 회사에서는 알 수 없다”고 밝혔으며,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도 “고객 개인 자산과 관련된 일”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네이버와 이 전 의장이 규제를 피하려고 한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일단 대기업집단의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IT 기업의 특성상 해외시장 등에서 공격적인 인수 합병을 추진해야 하는 네이버 입장에서는 무척 까다로운 꼬리가 따라붙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횡령, 배임, 일감 몰아주기, 순환출자 등의 불법과 편법은 기업을 2세와 3세에게 대물림하면서 발생하는데, 네이버는 가족 경영체제가 아니며, 이 전 의장의 일가친척도 따로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아서 총수의 일가친척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기존 대기업들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21일 다음의 창업자인 이재웅 씨는 네이버의 기업지배구조는 아주 이상적이라며 "대기업이 이런 이사회 구성과 지분구조였다면 지금까지 생겼던 많은 비리, 횡령, 정경유착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 전 의장과 네이버의 입장을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