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트바트뉴스가 맥마스터와 이방카를 '저격'했다. 배넌의 '전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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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istant and White House chief strategist to US President Donald Trump, Steve Bannon listens as Trump delivers remarks with auto industry executives at American Center for Mobility in Ypsilanti, Michigan on March 15, 2017. / AFP PHOTO / Nicholas Kamm (Photo credit should read NICHOLAS KAMM/AFP/Getty Images) | NICHOLAS KAMM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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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수석전략가에서 경질된 스티브 배넌은 곧바로 자신이 몸담았던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트로 복귀하며 '전쟁'을 예고한 바 있다.

그 '전쟁'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배넌이 CEO로 복귀한 다음날인 19일, 브레이트바트뉴스가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판하는 기사를 올렸다. 백악관 내에서 배넌의 대표적 '정적'으로 꼽혀왔던 맥마스터를 저격한 것이다. '주류 보수'로 분류되는 맥마스터는 '극우' 성향의 배넌을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축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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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트바트는 19일 기사에서 카지노업계 거물이자 공화당 고액 기부자인 셀던 아델슨 라스베이거스샌즈 회장이 이메일을 통해 맥마스터 NSC 축출 운동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는 '악시오스' 보도를 인용했다. 아델슨은 미국시온주의기구(ZOA) 회장이기도 하다.

ZOA는 맥마스터가 '반(反) 이스라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맥마스터를 NSC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운동을 벌여왔다. 이들은 맥마스터가 이스라엘 정책, 이슬람주의 테러 대응 정책 등에서 트럼프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브레이트바트는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을 실행하려던 정치적 정적(스티브 배넌)을 NSC에서 내친 것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맥마스터에게 아델슨의 이메일은 타격"이라고 보도(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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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트바트는 다음날인 20일에도 맥마스터를 비판하는 장문의 기사를 냈다. 이 기사에서는 맥마스터 보좌관의 '사상'을 문제 삼았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주의에 대해 "위험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특히 브레이트바트는 맥마스터가 추천사를 쓴 책(Militant Islamist Ideology: Understanding the Global Threat)의 내용을 파편적으로 거론하며 맥마스터가 "논쟁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맥마스터의 '논쟁적 시각'은 매우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지난 2월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맥마스터는 취임 직후 NSC 직원들에게 '테러리스트'와 '이슬람주의'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러리스트들이 "이슬람적이지 않기 때문"에 "급진적 이슬람주의 테러리즘"이라는 용어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그는 이것이 '종교 전쟁'이라는 지하디스트들의 프로파간다에 미국이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슬람의 이름으로 테러를 벌이고 있는 단체들이 이슬람의 가르침에 어긋난다는 점을 계속 지적해야 한다는 것.

또 테러단체 격퇴를 위해서는 무슬림 동맹국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이슬람'과 '테러리스트'를 구분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굳이 따지자면 배넌보다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시각과 비슷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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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넌과 맥마스터의 '악연'은 널리 알려져 있다.

앞서 폴리티코 등 미국 언론들은 맥마스터를 몰아내려는 배넌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으며, 그 결과 배넌이 백악관에서 쫓겨났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달 초 사설에서 배넌이 브레이트바트뉴스를 동원해 백악관 내 자신의 '정적'들을 저격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새로 임명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배넌의 공격에 맞서 맥마스터를 보호한 것으로 전해진다. 장군 출신인 켈리 역시 '정통 보수'로 꼽히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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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트바트는 이방카 트럼프 부부도 '저격'했다. 배넌을 경질하는 과정에 이방카와 재러드 쿠슈너가 개입했다는 영국 데일리메일 기사를 인용해 보도한 것.

이어 이방카 및 쿠슈너의 조언을 트럼프가 무시했으며, 이들의 불편한 감정이 언론에 유출된 사례들을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쿠슈너 역시 배넌의 오랜 '정적'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지난 5월 배니티페어는 '쿠슈너-배넌 내전의 내막'이라는 장문의 기사에서 이 둘의 관계를 조명한 바 있다.

배넌은 쿠슈너와 이방카를 '리버럴 민주당원'으로 규정하며 이들이 더 보수적인 정책들을 좌절시키고 있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반면 쿠슈너는 '이데올로그' 배넌이 대통령의 효과적인 직무수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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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넌의 '전쟁'은 자신을 내친 백악관 내 정적들에 대한 일종의 '복수'처럼 보인다. 정적들의 조언에 '휘둘린 끝에' 끝내 자신을 내친 트럼프에 대한 배신감이나 불만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극우 성향의 배넌은 자신이 트럼프 정권을 만들어냈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트럼프의 승리 원인 중 하나로 배넌의 선거캠프 합류를 꼽는 이들도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배넌과 브레이트바트가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트럼프 정부의 '실세'를 넘어 '은둔의 대통령'으로 배넌을 묘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블룸버그 기자 조슈아 그린은 지난 7월 낸 책에서 트럼프를 배넌이 표상하는 '새로운 우파'의 아바타로 묘사했다. 지난 2월 타임(TIME)은 커버스토리에서 백악관 내 배넌의 막강한 권력을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가족들은 물론, 트럼프 본인도 대통령보다 배넌이 부각되는 상황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NYT의 지난 4월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타임 커버스토리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건 그냥 일어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는 것. 이 표현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부하 직원들에 대한 분노를 드러낼 때 트럼프가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YT 기사에는 트럼프 일가가 배넌이 몸 담았던 브레이트바트뉴스를 면밀히 모니터링 해왔다는 내용도 있다. 특히 이방카 트럼프는 자신의 부친이 아니라 배넌이 트럼프 경제 정책의 '주역'으로 묘사된 기사에 격분했으며, 트럼프에게 이를 강하게 어필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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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역시 최근 배넌과 거리를 두는 듯한 말을 했다. 트럼프는 지난 15일 "배넌은 (선거캠프에) 늦게 합류했다"고 말했다. "나는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왔던) 17명의 상원의원 및 주지사들을 꺾었고, 경선에서 이겼다. 배넌은 그보다 훨씬 더 늦게 합류했다"는 것. 대선에서 승리하는 과정에서 배넌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는 의견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NYT는 20일 배넌 경질 사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며 이렇게 전했다.

(트럼프) 취임식날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배넌은 오래 머물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트럼프가 대선 당시 자신을 동료로 대했다고 느꼈으나 "백악관에 가보니까 갑자기 나는 그냥 직원이었다"며 친구들에게 자주 불평했다.

반대 진영에는 트럼프가 몇몇 대담한 결정들을 내리도록 만든 '이블 지니어스(evil genius)가 배넌이라는 미신이 있었다. 배넌의 정치적 정적들은 배넌의 경질로 백악관의 안정에 가장 큰 방해물이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 분명한 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배넌의 이탈로 오직 한 사람, 즉 도널드 트럼프 자신이 언제나 수석 전략가였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뉴욕타임스 8월20일)

배넌의 '전쟁'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전쟁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분명한 건, 모든 전쟁이 그렇듯, 그리 아름다운 전쟁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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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본 트럼프의 첫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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