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본부·경찰청·검찰청·국회 그리고 학교에 일상화된 '갑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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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의 공관병 ‘갑질’ 논란을 계기로 공직사회에 만연해 있는 직위에 따른 불필요한 차별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특혜성 차별이 각종 갑질을 묵인하고 조장하는 토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욕탕부터 식당까지…‘간부들만 오세요’

충남 계룡시 육·해·공군본부에는 대령과 장군들을 위한 목욕탕, 식당이 따로 마련돼 있다. 심지어 화장실은 장군들만 쓰는 전용칸이 따로 있는데, 일반 화장실보다 널찍하다.

서울 종로구 사직동 서울지방경찰청 등 전국 지방경찰청 목욕탕도 총경·경무관들이 이용하는 ‘간부용’과 경정 이하 ‘직원용’으로 나뉘어 있다. 경찰청 본청 ‘간부 식당’은 약간 문턱이 낮아 경정(계장급)까지 들어갈 수 있다. 공식적으로는 경감 이하는 ‘간부 식당’이 아닌 ‘직원 식당’에 가야 한다.

이런 구분을 뒷받침하는 규정은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종의 관행이다. 같이 이용하면 직원(부하)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구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개혁위원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학교 화장실도 특별한 이유 없이 교사용·학생용으로 나누어 놓았다. 하는 일이 다르고 보직이 다를 뿐인데 식당 등을 구분해 사용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이런 관행들이 일상의 적폐인데, 그것이 이번 공관병 사태를 계기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 빠르고 쾌적한 고위층용 엘리베이터 ‘황금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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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의 고위직 전용 엘리베이터]

계급조직인 군대나 경찰이 아닌 다른 정부부처에도 이런 구분은 일상화돼 있다. 서울·세종·대전 정부청사에는 장차관이나 국회의원 등 ‘높은 분’들을 위한 전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다. 엘리베이터 색깔이 일반용 은색(혹은 동색)과 달리 금색이라 직원들 사이에서는 ‘황금마차’라고 불린다. 이 엘리베이터는 원래 비상용이다.

서울중앙지검 등 전국 검찰청 청사는 검사장이 출입할 때만 건물 현관의 정문이 열린다. 청사로 출근하는 검찰총장·서울중앙지검장은 현관 정문 앞에 차를 세운 뒤 하차한다.

반면 여느 검사와 일반 국민은 현관 정문 옆 쪽문을 지나 검색대를 통과해야 청사 내로 들어설 수 있다. 서울고등검찰청의 경우, 주차장에 검사장·차장검사·부장검사·검사·사무국장·과장 등을 위한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일반 직원들은 빈자리에 알아서 주차하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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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직원들 출근길]

■ ‘민의의 전당’에도 곳곳에 의원전용

국회도 이런 구분에서는 다른 기관과 다르지 않다. 국회의원은 보통 차량을 타고 국회 본관 2층 정문 앞에서 하차한다. 그곳엔 붉은색 카펫이 깔려 있다. 의원들은 카펫을 밟으며 본관 정면에 마련된 3개의 문 중 가운데인 의원 전용문으로 들어선다. 이 문에만 붉은색 카펫이 깔려 있다.

일반 직원이나 보좌관들은 정문 옆 쪽문으로만 드나들 수 있다. 일반 시민들은 본관 정문에서 250여m를 돌아가야 있는 후문을 통해서만 입장이 가능하다. 이런 관행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엔 국회 본관 정문에 레드카펫을 깔거나 국회의원 전용 출입구가 없다. 국회 의원회관에는 의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목욕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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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문 소식에 여의도 국회 본청 입구에 직원들이 레드카펫을 깔고 있는 모습]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무상 지위가 신분처럼 인식되는 관행이 굳어져왔다. 직위가 높으면 다른 사람을 눈 아래로 보는 행태가 이어져왔고, 결국 ‘갑질’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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