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달걀 공장'이 친환경 농장으로 둔갑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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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s are pictured at a poultry farm in Wortel near Antwerp, Belgium August 8, 2017. REUTERS/Francois Lenoir | Francois Lenoir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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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에서 피프로닐(Fipronil)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남양주시 A농장은 시로부터 인체에 무해한 살비제 '와구프리 블루'를 보급 받았음에도 사용금지된 살충제를 다량으로 사용했다.

그 이유에 대해 농장주는 '진드기 박멸에 효과가 좋다기에'라고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농장의 달걀은 '무항생제축산물'로 친환경 인증을 받았으나, 검사결과 달걀에서 기준치 0.02㎎/㎏를 초과하는 0.0363㎎/㎏의 피프로닐 성분이 나왔다.

국내 대부분 농수산물에 대한 친환경 인증제도는 '민간업체'에서 수수료 받고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8만마리의 산란계를 사육하는 A농장은 서울 송파구의 B사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B사는 2015년 2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부실인증'으로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받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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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업체에서 '인증수수료'를 받고 친환경 인증을 내주며, 정부는 민간인증업체를 지정할 뿐 사실상 인증신청절차에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통계조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친환경농산물 부실인증으로 적발된 건수는 2730여건에 이른다.

'정부가 손을 놓고 주먹구구식 인증제도를 운영, 부실인증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B사는 홈페이지에 '2004년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인증업무를 대행해 국내 유기∙무농약 농산물 인증, 유기∙무항생제 축산물 인증, 취급자 인증, 유기가공식품 인증 및 해외 농산물·유기가공식품 인증하고 있다'며 '농산물우수관리(GAP)인증으로 생산에서 유통단계까지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B사 대표는 "친환경농업은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어내고 환경을 보호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현재의 우리와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인증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인사말에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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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전하다'는 소개와 달리 이들로부터 인증 받은 농장은 '살충제 달걀' 농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업체에 의한 친환경 인증절차는 인증신청자가 서류를 제출한 뒤 '인증신청비, 출장비, 출장관리비' 등의 인증수수료를 내고 심사 받은 뒤 '친환경 업체' 여부가 결정된다.

이를 위한 인증수수료는 민간인증업체별로 다르다. 출장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국적으로 수십여개의 민간인증업체가 활동하고 경기도에서만 14개 업체가 운영되고 있다.

민간업체들은 '친환경농산물(유기농산물·무농약농산물), 축산물(유기축산물·무항생제축산물), 유기가공식품, 취급자' 등 세부적으로 나눠 친환경 인증한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장들은 매년 수천만원에 이르는 '친환경안전축산물직불금' 등을 지원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은 '사후관리' 역할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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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남양주시장이 15일 관내 산란계 농장에서 '살충제 달걀' 성분이 검출되자 긴급회의를 열고 재발방지 대책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는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 인증농장'이라는 명단을 통보 받으면 '지원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남양주 관내에는 50여 축산농가가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AI(조류인플루엔자) 등의 방역활동과 함께 친환경 농산물 판매 활성화를 위해 예산을 들여 지원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농장이 '친환경 인증신청'하면 민간업체가 심사해 인증해주고, 정부는 이를 관할 지자체에 통보해 지원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농산물품질관리원 본원 등에 질의했으나 "휴일이고 담당자가 휴가 중인 상태"라며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편 이석우 남양주시장은 15일 관내 농장에서 '살충제 달걀' 관련 긴급회의를 열고 "재발방지와 예방대책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관내 모든 산란계 농장에 진드기 발생 여부, 살충제 사용 여부를 전수조사하고 행정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달 유럽에서 '살충제 달걀'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달 31일 인체에 무해한 살비제 '와구프리 블루'를 구입해 관내 3000마리 이상 산란계 농장 5곳에 공급했다. 살충제를 쓴 문제의 A농장도 시로부터 와구프리 블루 40개를 공급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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