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문학상' 폐지 논란에 대한 문단의 반응은 여러 갈래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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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원 이광수]

광복 72주년을 맞아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최원식)와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가 공동으로 친일문학상 반대 특별전시를 여는 등 친일문학상 폐지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작가들에게 수상자로 선정되어도 친일문학상을 거부하자는 촉구를 담은 성명서도 발표하면서 상의 존치 여부 외에 기존 수상자들과의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작가회의와 민족문제연구소는 15일 광복절 오전 10시부터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저항도 절필도 하지 않고, 문학을 한갓 출세와 타협의 도구로 전락시켜버린 친일 작가들과 그들이 남긴 오욕의 증거를 고발한다"는 취지로 '친일문인과 그들의 작품' 전시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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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가 지난해 10월 ‘2016 미당문학제’ 개막식이 진행된 전북 고창 부안면 선운리 미당시문학관 입구에서 집회를 갖고 미당 문학제 반대 시위를 벌이는 모습.]

이번 전시에서는 서정주를 비롯한 친일문학인들의 작품과 친일행적이 전시되고, 작품이 낭송되는가 하면 시민들을 대상으로 친일문인 문학상 폐지를 촉구하는 서명도 받았다.

아울러 '한국문학의 미래와 참다운 문학정신을 위해, 문학인들은 국민 여론에 귀 기울이고 ‘친일 문학상’ 심사와 수상을 단연코 거부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성명서도 발표했다.

문단에선 이처럼 친일문학상에 대해서는 강경한 폐지론자도 있었지만, 반대로 상을 준다면 거부할지 고민된다는 문인들도 상당수 있었다. '친일 문인이 기념되어서는 안된다'는 취지에 동의해도 생활고에 시달리는 대부분의 문인들이 한번 받으면 1~2년간은 작품에만 전념할 수 있는 수천만원의 상금의 유혹을 떨치기가 힘들어서다.

친일문인을 기리는 한 문학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 한 작가는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돈이 없으니 일하고 자본의 돈을 받는다"면서 "책을 사는자와 파는 자 중에서 누가 윤리적으로 자본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고 되물었고 또 다른 작가는 "작가에게 사회적 책무를 너무 요구한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상금을 사회적 임금으로 봐야 한다' '노동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작가의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작가들의 목소리도 존재하기에 친일문학상 문제는 단순한 사안이 아니라는 게 문단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문단도 친일문학상의 시상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당대의 좋은 시나 소설에 상을 주어왔다고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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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시문학관 주변에 핀 국화. 매해 시월 미당문학제가 전북 고창에서 개최된다.]

작가회의 등이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문학상은 지난해 한 출판사가 제정하면서 친일문학상 논란에 불을 당긴 '춘원문학상'과 언론사들이 주관하는 '동인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이다.

특히 이 가운데 미당문학상이 기리는 서정주는 많은 시인들에게 문학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남긴 시인이기에 제정 당시는 물론 그 후로도 자주 논란의 중심이 됐다.

지난달 송경동 시인은 "미당의 시적 역할이 있을 수 있겠지만, 친일 부역과 5.18 광주학살과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전두환을 찬양하는 시를 쓰고 그 군부정권에 부역했던 이를 도리어 기리는 상 자체가 부적절하고 그 말미에라도 내 이름을 넣을 수는 없다"며 미당문학상 후보가 되기를 거절했다.

개별적으로 상을 거부한 작가들은 물론 집단적으로 상을 받지 않겠다고 결의한 사례도 예전부터 있어왔다. 2001년 미당문학상 1회 수상자로 정현종 시인이 발표되자 당시 작가회의의 전신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산하 12개 지회가 `오도된 역사와 현실을 거부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그간 미당의 문학적 성과가 턱없이 신비화·고평가돼 왔다"고 지적하고 “우리는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수상자로 선정되더라도 이 상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이 20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작가회의 소속인 김사인, 이시영 시인 등은 심사위원으로 일하고 나희덕, 이영광 등 진보적인 시인들도 미당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문단 내부에서도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다.

송경동 시인은 "상이 문단을 분열시키고 있다"면서 "작가들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돈 좀 있다고 문학상을 제정해서 건강한 문학인들을 갈라놓고 문화권력을 가지려는 주체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작가 자신들이 친일문학상에 대한 관행을 과감하게 깨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해방 이후 우리 정치·문화사가 친일파가 지배하는 시대여서 문인들도 별 의식없이 친일문학상을 받아들여왔다"면서 "하지만 국민들의 친일에 대한 인식이 점점 뚜렷해져서 이제 정치인이 친일 옹호 발언을 하면 장관후보자가 낙마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국면에 이르렀는데 문학인들이 그 관행을 계속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각종 상을 이미 수상한 분들은 상을 무를 수는 없지만 반성하고 없애는 데 앞장서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