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시민단체들의 '주한미국·일본 대사관 포위 시위' 계획을 불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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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6월24일, 주한미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사드철회 범국민평화행동'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인간띠잇기'를 하는 모습.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 반대 등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이 광복절에 주한 미국·일본 대사관을 에워싸는 '인간 띠 잇기'를 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지난 6월 비슷한 시위를 조건부로 허가한 것과는 다른 판결이다.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앞서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 등 200여개 진보 성향 단체로 구성된 '8·15 범국민평화행동 추진위원회'가 경찰의 행진 제한 통고에 반발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집회 및 행진 명칭이 '주권회복과 한반도 평화실현'이고 신고 내용이 대사관을 에워싸는 점,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시험으로 비롯된 국제적 긴장 상황과 이에 대한 미국 및 일본의 대응 등을 고려하면 이번 행진은 미·일을 대표하는 외교기관인 대사관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일 대사관 뒷길에서의 집회 및 행진이 '외교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외교기관을 에워싸는 방법의 집회나 시위를 허용하는 것은 접수국의 외교기관 보호의무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어긋난다"며 "미·일 대사관의 앞길에서 집회 및 행진을 개최할 수 있으므로 그 목적을 상당 부분 이룰 수 있고, 대사관 뒷길에서의 개최를 금지한 부분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입법목적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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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광복절이 휴일이기는 하나 최근 북핵 관련 세계정세, 광복절의 시기적 특성 등으로 직원 일부가 출근해 근무하는 점도 고려했다.

추진위원회의 계획대로 집회 및 행진이 이뤄져 미·일 대사관 주위가 참가인들로 에워싸여지면 직원들의 출입이 제한될 수 있고 대사관에 있는 직원들은 심리적으로 갇힌 상태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추진위원회는 15일 서울 중구 시청 옆 서울광장에서 1만5000여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연 뒤 종로구에 있는 미·일 대사관을 에워싸는 '인간 띠 잇기' 퍼포먼스를 하겠다고 서울지방경찰청에 통고했다.

하지만 경찰이 대사관 앞쪽 행진만 허가하고 뒤쪽에 대해서는 금지 통고를 하자 추진위원회는 서울행정법원에 경찰의 금지통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추진위원회는 집회에서 미국의 대북제재 동참 중단과 남북대화 개시, 사드 배치 철회, 한일위안부합의와 군사협정 철회 등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경찰의 금지통고로 시청 삼거리부터 율곡로까지 전차로가 아닌 3개 차로에서의 행진만이 가능하더라도 추진위원회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권리가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금지통고는 적법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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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법원은 지난 6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주한미국 대사관을 감싸는 '인간 띠잇기' 시위를 한다는 계획을 조건부로 허가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행진을 허용해도 대사관의 기능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위가 벌어진 이후, 주한미국 대사관은 '외교 공관 보호 의무를 규정한 빈 협약을 어긴 것'이라며 외교부에 공식 항의 서한을 보냈다.

1961년 발효된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제22조 2항)'은 "접수국은 어떠한 침입이나 손해로부터 파견국의 공관 지역을 보호하고 공관의 안녕 교란이나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조치를 할 특별한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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