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인터뷰] 지금 가장 '핫'한 프로듀서 그루비룸은 영원히 핫할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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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비룸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핫한 프로듀서 듀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그루비룸'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봤다면, 이 노래들을 한 번 떠올려보라. 도끼의 'Ambition and Vision', 개리의 ‘바람이나 좀 쐐’, 헤이즈의 ‘널 너무 모르고', 다이나믹 듀오의 ‘요즘 어때?'. 그렇다. 당신은 그루비룸을 모르지만 그들이 만든 음악을 어디선가는 들어봤을 것이다.

그루비룸이 아주 쉽게 지금 자리에 올라선 건 아니다,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 그들은 홍대 길거리에서 수도 없이 자기소개를 하며 직접 만든 작업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종일 갇혀서 비트만 찍는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작업량도 대단하다. 이미 그들이 발표한 곡만 60여 곡이 넘는다. 그리고 그루비룸은 얼마 전 첫 앨범인 Everywhere를 발매했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핫한 프로듀서 듀오를 만든 건 성실함이다.

재미있게도 그루비룸은 항상 자신들이 잘될 걸 알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영원히 핫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음악에는 유통기한이 있고 유명세는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갓 24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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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휘민(왼쪽)과 박규정(오른쪽).

처음 프로듀싱을 시작한 건 언제였나요?

휘민: 처음 시작한 건 고등학교 3학년이었어요. 저는 원래 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고 싶었거든요. 정말 좋은 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현실적으로 (성적이) 조금 아쉬워서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어요. 근데 어릴 적부터 음악을 워낙 좋아했으니까 한 번 해봐야겠다 해서 시작했어요.

규정: 저도 미디를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3학년 때쯤이었어요.

음악 종류가 많은데 왜 하필 프로듀싱을 선택했나요?

휘민:저는 ‘2ne1TV’를 봤을 때, 테디, 쿠시 같은 프로듀서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또, 어렸을 때부터 힙합이나 흑인 음악을 좋아했는데, 팀발랜드나 퍼렐 같은 사람들이 녹음실에 있는 것 자체가 멋져 보여서 그들이 하는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규정:저는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어요. 그래서 음악 자체는 끊임없이 계속 해왔는데, 중학교 때 처음으로 mr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듣고 있는 이 노래에 나오는 반주는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걸까,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비트 만드는 프로그램을 찾았고, 재밌길래 고등학교 3학년 내내 공부 끝내고 집에 가서 새벽까지 음악 하면서 지냈습니다.

누가 프로듀싱하는 법을 가르쳐줬나요?

휘민:미디 자체는 독학으로 배웠어요. 프로그램으로 음악 만드는 건. 저는 그냥 처음에 띵까띵까 하다가 ‘루프'가 하나 나왔어요. 그 루프에다가 드럼, 신시사이저를 더하고, 운 좋게 완성이 됐어요. 근데 그때 ‘아, 내가 천재구나'라는 오해를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다행인 오해예요.

규정: 저희는 미디를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어요. 전 회사에서 스무 살 때 처음 만났을 때, 둘 다 잘하지는 않았어요. 근데 그때 항상 같이 붙어 있으면서 맨날 할 얘기가 뭐가 있겠어요. 음악 얘기를 하면서, 서로 만든 걸 들려주고. 라이벌처럼 비트를 만들던 때도 있어요. 그러면서 실력이 제일 많이 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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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싱'은 정확히 어떤 일을 뜻하나요?

규정: 프로듀싱은 아티스트의 음악뿐만 아니라, 음악과 함께 움직이는 컨셉과 전체적인 앨범 색깔까지 만들어 주는 걸 뜻해요. 근데 요즘에는 범위가 좁아져서 흔히 말하는 ‘비트메이킹'만 해도 프로듀싱이라고 하는데, 저희는 비트메이킹 만을 떠나서 누군가가 안 해본 재밌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휘민:비트메이킹만 하는 게 나쁜 게 아니에요. 근데 요즘에는 아티스트도 프로듀서 일을 하는 시대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진짜 다 해요. 아티스트의 전체적인 앨범 색깔을 위해서 함께 작업하는 편이에요.

규정:비트메이킹은 솔직히 프로듀서가 가져야 할 자질 중에서 가장 기본적이자 잘해야 되는 거예요. 곡을 만들 때, 퀄리티는 물론이고 방향성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프로듀싱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아티스트가 어떤 음악을 했을 때 더 새롭고, 멋있고, 좋을지를 고민하는 순간이에요.

휘민:음악 뿐만이 아니에요. 앨범 커버도 물론이고, 스타일링, 포토그래퍼와 촬영 장소 추천도 해요. 특히 원이 최근에 발표한 ‘해야 해'라는 곡의 뮤직비디오 감독님은 저희가 추천했거든요. 곡의 컨셉하고 잘 어울릴 거 같아서요. 결국에는 좋은 뮤직비디오가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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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어떻게 같이 일하게 됐나요?

규정: 처음에는 같은 회사에서 따로 작업 했어요.

휘민: 당시에 제가 한 래퍼랑 작업하고 있다가 곡 요청이 왔어요. 그때 우연히 규정이가 생각났어요. 워낙 2년 동안 많은 이야기를 했고 서로에 대해서 잘 아니까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음악을 만드는 거잖아요. 규정이랑 하면 좋은 곡이 나올 것 같았어요. 결국, 좋은 곡이 나오기도 했고요. 그래서 다른 곡도 같이 작업해보자고 했어요. 사실 그 곡은 발매되지 않았어요.

아쉽겠어요.

휘민: 그러면서 호흡을 맞췄던 거죠.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규정: 초안은 번갈아가면서 작업하고, 서로 지칠 때마다 교대해요. 제가 마음대로 1부터 5까지 만들어 놓으면,

휘민: 제가 5를 받아서 다시 3부터 8까지 해놓고, 규정이가 다시 6부터 9까지 만든 다음, 마지막 정리를 같이해요.

자기가 해놓은 걸 지우는 과정이 있다고 했는데, 그럴 때 트러블은 없어요?

규정: 전혀 없어요. 저희는 음악적으로 전혀 마찰이 없어요.

휘민: 진짜 없었어요. 규정이가 이유가 있으니까 지울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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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정.

규정: 그리고 한 명이라도 별로라고 생각하면, 누군가는 그걸 별로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니까 그건 지우는 게 맞아요. 저희는 두 명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객관성을 이용해서 좋은 것만 추구하려고 하거든요.

휘민: 근데 이건 진짜 내버려 뒀으면 좋겠는데, 하고 확신이 있으면 얘기를 해요.

규정: 가끔, 휘민이나 저나 나름의 장인 정신이 있어서 이거는 내가 시도한 거야, 이건 진짜 해봐야 해. 이런게 있어요. 한 명이 진짜 확신이 있으면 그거는 믿고 가야 해요.

휘민/규정: 그런 시도들은 반응이 다 좋았어요.

규정: 그런 ‘마찰 아닌 마찰'은 오히려 아티스트와 저희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있어요. ‘이건 진짜 트렌디하니까 무조건 이걸로 가야 한다고’ 하는데, 아티스트가 약간 ‘고집'을 부려서 저희가 원하던 대로 못 하게 됐을 때는 거의 다 잘 안됐어요.

휘민: 헤이즈의 ‘널 너무 모르고' 만들 때는 기 싸움이 장난 아니었어요. 저희가 넣고 싶은 부분과 헤이즈가 넣고 싶은 부분이 달랐거든요. 그렇게 왔다 갔다 하다가, 정말 딱 반반 넣기로 정리했어요. 근데 결국에는 곡이 너무 잘 된 거죠. 그래서 서로 ‘감이 좋다'면서 칭찬했어요.

헤이즈 - 널 너무 모르고.

그룹명을 ‘그루비룸’으로 정한 이유는 뭔가요?

휘민: 규정이가 컴퓨터를 하고 있었고, 저는 뒤에 있는 소파에 앉아있었어요. 근데 한달동안 팀 이름이 안정해져서 귀찮았나 봐요 규정이가.

규정: 그래서 장난으로 ‘그거 할래? 그루비룸.’이라고 말을 던졌어요. 근데 그게 좋다는 거예요 갑자기.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휘민: 저는 ‘룸’에 대한 환상이 있었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공간, 작업실, 스튜디오에 대한 환상이 컸어요. 그때는 회사에 있는 작업실을 썼으니까 개인 작업실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근데 ‘그루비룸'이라고 하니까 우리만의 멋있는 스튜디오가 떠올랐어요. 그리고 ‘그거 누가 만들었대? 그루비룸?’하는 말장난도 생각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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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휘민.

활동 초기에 아티스트들은 그루비룸을 어떻게 알고 연락했나요?

휘민: 저희는 그냥 다 뿌렸어요. ‘어린 애들이 짧은 시간에 잘됐다'라는 말은 정말 자주 들어요. 근데 저희는 4년 동안 저희 작업물을 보내고, 답장이 없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렇게 매일 작업물을 보내고, 사람들 찾아다니고, 홍대 돌아다니면서 저희 소개도 매일 하고 다녔어요. 저희 진짜 오래 했어요.

규정: 입소문이 나서 작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발매는 하나도 안 된 상태였어요. 그래서인지 저희가 결실을 빨리 본 것 같이 느껴지는데, 오랫동안 작업한 게 발매가 밀려서 한 번에 빵 터진 거예요. 저희는 계속 꾸준히 해왔거든요.

휘민: 사람들한테 조금 서운하기도 해요. ‘쟤네 팀으로 일하면 몇 년 못 가. 이제 돈 좀 벌면 갈라질걸?’ 아니면 ‘진짜 빨리 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근데 저희 벌써 안지만 햇수로 5년 되어가요. 저희는 정말 간절했어요. 기회는 누구에게나 온다고 생각해요. 근데 기회가 오는 데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이 많단 말이에요. 근데 저희는 기회가 온 걸 보고 잡았어요.

규정: 기회를 놓친 적이 없어요 저희는.

속앓이했겠어요. 작업해놓은 건 많은데 발매는 밀렸으니까요.

휘민: 그렇지는 않았어요. 저희는 어리니까요. 그리고 저는 처음부터 감이 좋았어요. ‘우리는 무조건 잘되겠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우리는 작업을 너무 열심히 해와서, 게을러지지만 않으면 무조건 잘 되겠다는 알지 못할 감이 있었어요. 그냥 잘 될 거 같았어요. 처음부터.

규정: 저는 처음에 불안한 게 컸어요. 근데 휘민이는 잘될 걸 알았대요. 그 덕에 자신감을 얻었어요.

개리의 ‘바람이나 좀 쐐'라는 곡이 특히 잘됐던 거로 기억해요.

규정: 그게 3시간 만에 나왔어요. 개리 형이 타이틀곡이 필요하다 해서 저희가 집에 불려갔어요. 그렇게 얘기를 하다가 새벽에 작업실로 넘어와서 ‘큰일 났다'하고 빨리 만들기 시작해서 나온 게 네 곡이었어요. 그중 하나가 ‘바람이나 좀 쐐'였죠.

휘민: 그때 개리 형이 멋진 말 해주셨어요. 한강이 보이는 곳에서 커튼을 열고 “너희 세상이야, 얘들아. 얼마 안 남았다"라고 하셔서 화이팅하게 됐죠.

그루비룸이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은 어떤 건가요?

규정: 솔직히 저희 스타일이 특정 장르로 정해진 건 아니에요. 스펙트럼이 넓은 것 자체가 저희 색깔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계속 새로운 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휘민: 작게 봤을 때는 스타일이 있는데, 넓게 봤을 때는 없는게 저희 스타일인거같아요. 이번 앨범만 봐도 그래요. 저희는 하고 싶은 게 정말 많거든요.

규정: 다 보여주고 싶어서 만든 게 이번 앨범이에요.

휘민: 근데 이것도 너무 좁아졌어요.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져서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두 사람의 시그니처 사운드인 ‘그루비 에브리웨어’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규정: 시그니처 사운드를 만들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어요.

휘민: 재범이 형이 맨날 만들라고 했거든요. 만들면 완전히 달라진다고 하면서요. 근데 전에 식케이가 개리 형 노래 나왔을 때, 인스타그램에 ‘그루비룸 에브리웨어'라는 글을 올렸거든요. 그게 생각이 나서 ‘그루비 에브리웨어'라고 정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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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비 에브리웨어'

'그루비 에브리웨어'가 처음 나온 게 어떤 곡이죠?

휘민: 넉살 형의 Q라는 노래에요.

규정: 근데 그때는 한창 녹음하고 곡을 가공하던 상태여서 시그니처를 다양하게 만들었어요. 넉살의 Q는 지금과 다른 버전의 시그니처 사운드가 나와요. ‘그루비? 에브리웨어~’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루비 에브리웨어. 조금 더 시크해졌죠.

시그니처 사운드를 가장 많이 알린 건, 오왼 오바도즈의 ‘City’였을 거예요. 인트로 부분이 사전 합의가 된 건가요?

오왼 오바도즈 - city

휘민: 아뇨, 오왼 형하고 작업을 하면서 ‘너희는 왜 그루비룸이냐'고 묻길래 설명을 해줬어요.

규정: 저희 이야기를 재밌어하더라고요.

휘민: 그러다 녹음본이 왔는데, 인트로에 그게 있는 거예요. 저희는 사실 곡의 분위기를 방해한 것 같아서 별로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저희를 생각해서 만든 걸 것 아니에요. 그래서 ‘형이 생각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굳이 빼지 말자고 결정했어요.

근데 그 덕에 이름을 많이 알리게 됐어요.

규정: 저희는 처음에 인트로를 들었을 때 저희가 생각한 분위기랑 너무 달라서 걱정했어요. 왠지 장난스럽게 들리는 거예요.

휘민: 괜히 우리 때문에 형의 곡이 가벼워질까봐 걱정했거든요. 괜히 미안해가지고.

규정: 근데 그게 운명을 바꿀 줄이야.

휘민: 사실 그 곡만 있었으면 (저희 인기도) 한철이었을 거에요. 근데 그전에 작업한 것들이 많았거든요. 다이나믹듀오나 개리, 박재범 형 곡 등이요.

규정: 이렇게 작업물이 다 쌓여 있던 상태라 인기가 계속 이어진 것 같아요.

지난 6월부로 박재범의 하이어뮤직에 합류하게 됐어요. 처음 합류하게 됐을 때 소감은 어땠나요?

휘민: 런칭해서 합류한 건 6월이었어요. 이미 기다리던 상태여서 ‘이제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규정: ‘우리는 (박)재범이 형의 사람이다’라고 생각한 게 1년이 넘었어요. 언젠가 재범이 형이랑 뭘 하겠다는 생각이 있는 채로 회사가 꾸려지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다른 제의가 들어와도 다 죄송하다고 하면서 거절했어요.

그 유명한 목걸이네요. 평소에도 하고 다니나요?

규정: 당연하죠. 저는 휴가 가서도 항상 걸고 다녔어요.

규정이 항상 목에 걸고 다니는 '하이어뮤직' 목걸이.

이번 앨범을 제외하고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요?

규정: ‘블루문’이요. 정말 애착이 많은 곡이에요. 저희 앨범 타이틀로 생각하던 곡이었고, 스케치가 나왔을 때 저희가 만들었는데도 며칠 동안 계속 듣고 다녔어요. 한국에서는 제대로 시도가 안 된 장르라, 나름의 도전이었거든요. 근데 생각 보다 잘됐어요.

휘민: 저는 헤이즈 누나 ‘먹구름’이라는 노래요. 그 곡이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제가 EDM 베이스를 만들었다가 규정이가 지금의 창모 랩 부분을 더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죠. 곡 만들 때 조명도 많은 역할을 했어요. 지금 켜있는 보라색 조명은 힙합적인 느낌이 강해서 분위기도 안 어울리고, 눈이랑 귀가 피곤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노란색 조명을 켜고 작업을 하다가 또 곡이 나오지를 않길래 보라색 조명을 켜고 일했어요.

규정: 그래서 이제 색이 바뀌는 조명을 써보려고요.

그루비룸의 첫 EP에요. 이번 앨범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규정: 솔직히 말해서 앨범의 테마는 불확실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이번 앨범 제목이 ‘Everywhere’이잖아요. 저희의 시그니처 문구이자, 우리 명함이 될 앨범이거든요.

휘민: 싱글 모음집을 만들고 싶었어요. 하나의 색깔을 보여주기보다는 지난 3~4년간의 결실, ‘우리가 이제 이런 사람들과 작업할 수 있구나'라는 느낌의 싱글 모음집 같은 앨범이에요.

두 사람의 첫 EP 'EVERYWHERE'의 트랙리스트.

규정: 이제 명함이 생겼으니까, 앞으로는 스토리가 있는 앨범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지금 계획해 놓은 게 있기도 하고요.

휘민: 피드백을 몇 개 봤는데, 건질 게 한두 곡 밖에 없다는 반응들이 있더라고요. 근데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다 다른 곡을 담기도 했어요.

규정: 의도가 그거였어요. 누구는 이 곡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은 저 곡을 좋아하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낸 앨범이거든요.

이번 앨범에 대해 박재범씨는 어떤 피드백을 줬나요?

휘민: 내고 난 다음에 걱정을 되게 많이 했었어요. 한두곡만 좋다는 피드백을 원하긴 했는데, 그런 피드백이 계속 보이더라고요. 원래 의도했던 건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걱정이 많아졌어요. 이렇게 하면 안 됐던 건가? 주제를 가진 앨범을 만들어야 했나? (박)재범이 형한테 걱정된다고 했더니, 두 마디 하시더라고요. “야, 너네 2년 전을 생각해. 감사 기도해야지.” 그래서 곧바로 인정했어요.

규정: 재범이 형은 ‘Sunday’ 녹음을 하고 있을 때 ‘어디쯤에'를 들려드렸더니, 장난스럽게 ‘나 이런 거 시켜주지'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번 앨범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은?

규정: 이번 앨범에서는 식케이와 기리보이 형이 참여해준 ‘Tell Me’라는 곡이요. 그 곡은 너무 좋아서 계속 듣고 있어요. 마지막에 기리보이 형이 편곡하고 비트를 피처링한 부분이 나오거든요. 그 부분은 발매 일주일 전까지 아예 안 나왔어요.

휘민: 그전에는 아예 다른 버전이 있었어요. 그게 2월쯤에 만든 거라 한번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기리보이 형도 따로 작업을 하다 보니까 원격으로 작업을 해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시간이 애매하더라고요.

규정: 그래서 기리보이 형 작업실로 찾아갔어요. 나올 때까지 안 돌아가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한 시간 반쯤 지나니까 곡이 나오더라고요. 곡이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바로 마무리 작업을 했죠.

휘민: 저는 ‘Sunday’요. 헤이즈, 박재범과 너무 잘 어울리는 곡이었어요.

규정: 가사랑 주제가 귀엽고 연애하는 듯한 느낌이 나요.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았지만,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나요? 발라드라던가…

규정: 발라드를 할 기회가 있으면 할 수도 있죠. 당장은 하지는 않을 거 같아요.,

휘민: 근데 지금 안 나와서 그렇지 다 있어요.

규정: 발라드도 했었어요. 만들어 놓은 게 있어요.

휘민: 제대로 된 보사노바를 해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너무 좋아해요. 둘 다. 보사노바 장르를 되게 좋아하는데, 생각해보니까 그게 없네요.

규정: 완전 딥(deep)한 재즈?

휘민: 아 맞아, 완전 딥한 재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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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비룸은 어떤 프로듀서로 기억되고 싶나요?

규정: 딱 들었을 때 ‘그루비룸 같다’, ‘이거 누가 들어도 그루비룸 비트네’라는 말보다는, 그냥 들었을 때 ‘노래가 너무 좋다. 근데 이거 누구야?’라고 했을 때 그루비룸이라는 답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프로듀서들이 작업을 하다 보면 자기 색깔이 너무 확고히, 굳건하게 자리 잡는 경우가 있거든요. 물론 그렇게 되면 좋은 점도 있어요. 그 사람의 색깔이라는 게 생기는 거거든요. 근데 어떻게 보면 그게 틀이 될 수도 있어요. 당연히 좋은 곡이 나올 수밖에 없는 소스를 계속 쓰고, 쓰던 걸 쓰는 안 좋은 습관을 지양해요. 항상 새로운 곡을 쓰려고 하고, ‘이것도 그루비룸이야?’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요.

휘민: 저희는 이 상태가 영원하지 않을 걸 알아요. 2년 뒤에 분명 저희도 멋있는 그림을 안 보여주거나 잘못하고 있으면 한물간 애들로 보일 수도 있어요. 이 ‘핫함’이 영원히 유지되지 않을 걸 알아요. 그걸 알고 있는 게 너무 다행이기도 하고요. 그니까 저희는 잠시 핫했던 애들이 아니라, 핫했을 때도 있었지만 나중에도 ‘그루비룸'만 들으면 모두가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규정: 저희는 평생 핫하고 싶지 않거든요. 어리고 너무 잘하는 분들도 항상 새로 나오고요. 저희도 1~2년 전에는 그런 존재였어요. 1~2년 후에는 또 그런 사람이 나오겠죠.

휘민: 그래서 나중에 어리고 핫한 아티스트들에게 같이 작업하자고 했을 때 ‘한때 핫했던 프로듀서’이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도 멋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선뜻 응하는 그런 그림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한때 유행했던 애들이 아니라 ‘그루비룸'이니까요.

영상/사진: 이윤섭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