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범자들' 상영금지가처분 결정을 앞두고 최승호 PD가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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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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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등 공영방송의 잔혹사를 다룬 영화 '공범자들'의 상영금지가처분 심리를 앞두고 영화를 연출한 최승호 PD가 "공영방송을 망친 사람들의 공적 행위를 다룬 <공범자들>은 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믿음"이라며 법원의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다.

앞서 MBC와 김장겸 현 사장, 김재철, 안광한 전 사장 등 MBC 전현직 임원 5명이 법원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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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PD는 8월 11일 오후 3시에 열리는 심리를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공영방송을 망친 공범자들이 대형 법무법인에 의뢰해 낸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의 효과는 벌써 나오고 있다. 일부 포털이 법적 다툼을 이유로 광고를 거절하기 시작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최 PD는 "40년 전 우리 언론의 실패를 다룬 <택시운전사>가 9일만에 6백만 관객을 올린 것을 보면 우리 국민들이 언론 문제에 대해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며 "<공범자들>은 현재의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실패를 다룬 영화다. 부디 이 영화가 정상적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하는 최 PD의 글 전문이다.

오늘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동관 358호에서 <공범자들>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심리가 열린다.

공영방송을 망친 공범자들이 대형 법무법인에 의뢰해 낸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의 효과는 벌써 나오고 있다. 일부 포털이 법적 다툼을 이유로 광고를 거절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 큰 걱정은 만약 법원이 결정을 오늘 내리지 않고 미룰 경우다. <공범자들>의 개봉은 다음 주 목요일(17일)로 예정되어 있는데 오늘 결정이 나지 않을 경우 멀티플렉스는 개봉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하고 <공범자들>에 대한 스크린 배정을 후순위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 그나마 다음 주 월요일 오전까지 기각 결정이 난다면 스크린 배정이 최종 결정되는 월요일 오후에 간신히 배정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만약 월요일 오전을 넘어간다면? 그렇게 되면 <공범자들>의 17일 개봉은 어렵게 된다. 이미 17일 개봉에 맞춰 언론배급시사 등 모든 일정을 진행해왔는데 갑자기 개봉이 늦춰지면 새롭게 광고를 더 집행해야 하고 고조되고 있는 <공범자들>에 대한 관심에 찬물이 끼얹어져 흥행의 흐름이 끊어지는 등 혼란이 예상된다. 작은 영화 제작사인 뉴스타파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다. 게다가 개봉이 늦춰지면 다른 영화들에도 불편을 끼칠 수 있다.

최악의 경우는 법원이 일부 내용에 대해서라도 상영을 금지한다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다.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상영금지는 검열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하고, 공영방송을 망친 사람들의 공적 행위를 다룬 <공범자들>은 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믿음이다. <공범자들>이 다룬 가처분 소송 원고들의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반복적으로 언론에 의해 다뤄져온 것이다. 증거도 많다. 따라서 상영 금지를 당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늘 상상을 뛰어넘는 일을 보아왔기에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늘 MBC 보도국 기자 80여 명이 제작중단에 들어간다. 피디수첩 제작진을 비롯해 시사제작국, 콘텐츠제작국에 이어 카메라 기자가 이미 제작중단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들불처럼 퍼져나가고 있는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싸움을 시민들은 아직 반신반의로 지켜보고 있다. 이미 오래 전에 공영방송에 대한 기대를 지운 시민들에게는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왜 지금에야 싸우는지 의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범자들>은 그 시민들에게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왜 싸우는지, 그동안 공영방송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리는 영화다. 40년 전 우리 언론의 실패를 다룬 <택시운전사>가 9일만에 6백만 관객을 올린 것을 보면 우리 국민들이 언론 문제에 대해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공범자들>은 현재의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실패를 다룬 영화다. 부디 이 영화가 정상적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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