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집에 온 이 서비스 노동자를 '분노해' 살해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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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충북 충주시 칠금동의 가해자 집에서 진행된 현장 검증 모습.]

인터넷 속도가 느려 주식거래를 빨리 하지 못했다며 AS기사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의 첫 재판이 열렸다. 범인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계획된 범행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10일 청주지법 충주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정택수 충주지원장)에서 열린 공판에서 A씨는 인터넷 AS를 위해 자신의 집을 방문한 B씨(53)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흉기와 둔기를 미리 준비하는 등 계획된 범행이라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는 "시비 끝에 우발적으로 저질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지난 6월16일 오전 11시10분쯤 충주시 칠금동 한 원룸 자신의 집에서 인터넷 설치기사 B씨의 목과 배 등을 흉기로 세 차례 찔러 살해했다.

당시 A씨는 인터넷 속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 찾은 B씨에게 '너도 갑질 하는 거냐' '속도가 왜 이렇게 느리냐'며 시비를 걸어 다짜고짜 흉기를 휘둘렀다.

갑자기 날아든 흉기를 미처 피할 겨를도 없었던 B씨는 심한 부상을 입고 간신히 건물을 빠져나와 행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인터넷 속도가 느려 '단타치기'를 제대로 못해 손해를 봤다. 그래서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직업 없이 집에서 주식투자를 했던 A씨는 인터넷 속도가 느려 몇 차례 거래에 실패해 손해를 보자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

관련 기사: '인터넷 속도 느리다'며 살해: 폭행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된 인터넷 설치 기사들의 사연

실제로 고객의 집을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설치·AS 기사들은 늘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 이들의 호소다.

서비스를 해지한 고객의 집에서 통신설비를 회수하는 일을 하는 이경민씨(44)가 전 고객에게 폭언을 들은 사연도 마찬가지다.

이씨는 "요청을 받고 갔는데 컴퓨터 앞에서 밥을 먹던 고객이 '왜 밥을 먹을 때 오느냐'며 갑자기 욕설을 퍼부었다"며 "며칠 뒤 (A씨에게 살해된) B씨 얘기를 접했는데 남 일 같지 않았다"고 전했다.

인터넷 설치 업무를 하는 최영열씨(44)도 "가족끼리 칼을 들고 싸우는 와중에 저에게 인터넷을 설치하라 말라 하는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최근 한 동료는 고객으로부터 '면상 좀 쳐보게 잔말 말고 와서 설치하라'는 말을 듣고도 고객을 찾아가야 했다"고 말했다.

손일곤 KT새노조 사무국장은 지난 6월 B씨를 추모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 KT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KT의 경우 기관장들이 고객만족도 지표에 따라 평가받는다"며 "현장 노동자를 고객에게 민원전화가 걸려오지 않게 모든 것을 다 감내하는 도구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노동자가 위협을 느꼈을 때 스스로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선조치 후보고'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B씨의 가족은 아버지와 가장을 잃은 슬픔을 호소하며 A씨를 사형에 처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A씨의 다음 재판은 9월14일 오후 2시 제1호 법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