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 성희롱' 남자 기자가 "사과한다"며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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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자 기자 4명이 '단톡방'에서 동료 여성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온갖 성희롱을 하다가 걸렸다.

* 남자 기자 4명의 단톡방 성희롱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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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여성이 YTN에 제보하면서 알려진 '단톡방' 내용은 그동안 수차례 불거진 남자 대학생들의 '단톡방 성희롱' 내용과 거의 똑같다.


이들은 리스트까지 만들어 '○○○(이름)/성감대 많음/키 172cm', '□□□(이름)/가슴 큼', 'XXX(이름)/총 7회 성관계' 등등 특이사항을 자세히 적어 '공유'했다. "(목록을 외부로) 퍼뜨리고 싶어서 아주 근질근질하다"는 내용도 나온다.


피해 여성은 YTN에 "대화방에 내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머릿속에 계속 떠올라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며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단톡방은 '최소 수개월' 지속됐으며, 제보자를 비롯한 많은 여성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단톡방에서 성희롱을 저지른 남자 기자 4명의 소속은 '세계일보' '머니투데이' '파이낸셜뉴스' '아이뉴스24' 4곳이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기자들이 소속된 언론사는 "징계 논의가 진행 중"(세계일보) "인사위를 열어 조치할 것"(머니투데이) 등 징계 의사를 밝혔으며 파이낸셜뉴스와 아이뉴스24는 "자세한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4명 중 1명은 같은 매체 소속 기자들을 대상으로 '사과문'을 썼는데, 중앙일보에 따르면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내용 전체를 보려면 여기를 클릭)

"점차 현장에서 친해지다 보니 같은 남고 동창처럼 매우 친해졌다. 혹독한 사회생활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했다. 그러다가 점차 여자 얘기가 나왔다.


변명으로 들리겠고, 믿지 않겠지만, 내가 쓴 건 단 하나도 없다. 정말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런 죄의식없이 지켜봤다는 게, 일말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고 나도 웃으면서 방조했다는 것, 정말로 큰 잘못으로 알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고 한심하고 참담해서 정말 죽고 싶은 심정"

최근에야 폭로되고 있는 '단톡방 성희롱' 사건은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 내린 강간문화를 보여준다. 남자 기자가 '남자 동창처럼 친해지다 보니' '일말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고' '웃으며' 그런 대화를 했다고 고백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별것 아닌 것'으로 용인하는 환경이 바로 강간문화다.

'남자들이 다 그렇지 뭐' '젊은 날의 실수이니 이해해주자' 등등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들을 너그럽게 이해해주고 '짧은 치마를 입지 말라'며 여성들의 일상을 단속하는 것 등등도 모두 강간문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강간문화'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강간문화(Rape culture)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내게 말해 봐" 글을 참고하길)

실제 많은 성폭력 가해자의 특성에 대한 연구들도 가해자와 일반 사회구성원 간에 큰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유사점들이 더 많다고 보고하고 있다. 남성에 의해 행해지는 성폭력 행위는 단지 그 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고, 일부는 심지어 학습되는 것(Sarah Brown, 2005)이다.


결국 문제는 강간범 개인들이 아닌,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강간 문화’다. ‘골뱅이를 노려 쉬운 섹스에 골인하라’든가, ‘저항하는 그녀를 강간 약물로 굴복시키라’는 등의 사회적인 메시지. ‘강간범은 정신이상자가 많을 것’이고 ‘여성의 침묵은 사실상 동의’라는 등의 강간에 대한 통념. 이러한 문화적 가치와 믿음들이, 걸릴 위험만 없다면 강간하고자 하는 남자들을 길러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일다 2016년 3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