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가 박기영 임명을 '적폐'라고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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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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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에 연루돼 물의를 빚은 박기영 순천대 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임명되자 과학기술계에서 임명 철회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

박기영 교수는 2004년 '줄기세포' 논문 조작으로 물의를 빚은 황우석 교수의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뒤 연구비 명목으로 2억원을 지원받았으나 연구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것이 밝혀져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학교 차원의 징계나 공개사과 없었다. 당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에서 내려오기는 했으나 2006년에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으로 위촉돼 다시 한번 물의를 빚었다. 청와대는 당시에도 박 교수를 철저하게 보호했다. 이후 11년 만의 정부 컴백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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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8월8일 성명에서 '한국 과학기술의 부고를 띄운다'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내고 "개혁의 대상인 자를 개혁의 주체에 임명했다"며 "박기영 교수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은 한국사회 과학공동체에 대한 모욕이며 과학기술체제 개혁의 포기를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공공연구노조는 "박기영 교수는 황우석 사태를 불러일으킨 핵심 인물로 온 나라를 미망에 빠뜨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눈과 귀를 멀게 한 장본인"이라며 "연구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연구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했지만,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도 반성이나 사과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본부장의 임명에 대해서는 생명윤리 및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비판이 강하다.

건강과 대안, 시민과학센터,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한국생명윤리학회 등 9개 단체는 이날 공동 성명서를 내어 "박기영 전 보좌관은 황 전 교수에게 256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고, 복제실험이 법률에 위반되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며 "게다가 어떠한 기여도 없이 조작된 2004년 논문에 무임승차한 것으로 밝혀졌고, 결국에는 황 전 교수의 든든한 후원자이면서 동시에 연구 부정행위를 함께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역사에 남을 만한 과학 사기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박 본부장을 과학기술정책의 핵심 자리에 임명한 것은 촛불민심이 요구한 적폐세력 청산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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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황우석 논문 조작 사태는 학자로서의 양심과 윤리를 지키고자 하는 젊은 과학자들이 문제 제기를 하고, 전말을 밝혀내면서 그 진상이 드러났다. 이제 그들은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주역이 되었다. 박 본부장은 과연 그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바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양순필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성명에서 "박기영 본부장이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이고 문 캠프에서 정책 자문을 했다는 이유로 정부 요직에 다시 임명된 것이라면 결코 바람직한 인사가 아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기술 정책을 이끌 인재가 이렇게 없는지 개탄스럽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퇴요구가 과학기술계에서 쏟아지고 있지만 7월 8일 첫 출근을 한 박 본부장이 기자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눴으나 쏟아지는 질문에는 입을 다물었다.박 본부장은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정부과천청사 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층 기자실에 들러 출입기자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눴지만 "잘 부탁드린다", "나중에 또 설명드리겠다" 등 즉답을 회피하고 5분만에 자리를 떴다.

당시 황우석 논문 조작을 밝혀낸 한학수 前 MBC 'PD수첩' PD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황금박쥐(황우석, 김병준, 박기영, 진대제)의 일원으로 황우석 교수를 적극적으로 비호했던 인물. 노무현 대통령의 눈과 귀가 되었어야할 임무를 망각하고 오히려 더 진실을 가려 참여정부의 몰락에 일조했던 인물"이라며 "나는 왜 문재인 정부가 이런 인물을 중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국 과학계의 슬픔이며, 피땀 흘려 분투하는 이공계의 연구자들에게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황우석 사태에 대해 큰 죄의식은 없어 보인다. 청와대 과학기술 보좌관에서 물러난 뒤 1년 만에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으로 복귀한 지난 2006년 인터뷰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황우석 전 교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1년도 되지 않아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을 맡은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나름대로 해명을 했는데 잘 반영되지 않아서 가능하면 해명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글쎄 (매를) 맞을 만큼 맞지 않았나. (한겨레, 2006년 12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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