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 블랙리스트' 문건이 공개됐다(사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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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을 성향·회사 충성도 등에 따라 등급을 매긴 'MBC판 블랙리스트'가 7일 공개됐다. 이 리스트는 실제로 승진·보직배치 등 인사에 활용된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MBC) 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MBC 조합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MBC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를 공개했다.

MBC노조가 입수한 문서파일은 두건으로 제목은 각각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요주의인물 성향'이다.

김장겸 현 MBC 사장이 보도국장으로 취임한 직후인 2013년 7월6일 작성됐고, 이듬해 2월까지 수정한 흔적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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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는 당시 재직한 MBC 카메라기자 65명을 4개 등급으로 나눠 도표를 만들었다.

'☆☆' 등급 = 최상위, '회사의 정책에 충성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서술된 이들 6명

'○' 등급 = '회사의 정책에 순응도가 높'은 19명

'△' 등급 = '언론노조 영향력에 있는 회색분자들' 28명

'X' 등급 = 최하위, '지난 파업의 주동 계층으로 현 체제 붕괴를 원하는 이들 1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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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주의인물 성향' 문서에는 각 등급별 기자들에 대한 평가를 상세히 적었다. 정치적 성향, 회사 정책에 대한 충성도, 2012년 170일 파업 가담 여부, 노조와의 관계 등이 담겨 있다. '게으른 인물' '영향력 제로' '무능과 태만' 등 인신공격성 표현도 등장한다.

특히 최하위 X 등급은 '(절대) 격리 필요' '보도국 외로 방출 필요' '주요 관찰 대상' 등 배제 필요성을 적시했고, '욕심이 많아 기회시 변절할 인원'이라며 회유 가능성을 언급한 부분도 있다.

'회색분자'로 묶은 △ 등급 중 일부는 '이용가치가 있는 인물' '언제든 회유 가능' 등 포섭 가능성을 열어뒀다.

MBC노조는 이 문건이 인사권자에게 보고돼 실제로 인사 평가, 승진 등에 활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파업 이후 기자들에게 가해진 부당징계와 인사발령 등 결과와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하위인 X 등급 기자들 대부분이 보도국 밖으로 쫓겨났고, 보도국에서도 중요도가 낮은 부서에 배치됐다. 반면 최고 등급인 ☆☆에 속한 이들은 현재 주요 보직을 장악하고 있고, 그 다음 등급인 ○부류도 관계회사 임원이나 본사 간부, 주요 출입처에서 일하고 있다.

파업 이후 승진 결과도 블랙리스트 등급 분류와 상통한다. ☆☆와 ○부류는 인사 때마다 1~3단계씩 승진했지만, △와 X부류 중 10여명은 5년간 단 한번도 승진하지 못했다.

MBC 노조 관계자는 "블랙리스트의 작성 배경은 결국 하나로 압축된다"며 "카메라 기자들이 '파업의 원흉'으로 낙인찍힌데 이어 '탄압과 축출, 배제의 대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12년 7월17일 파업 종료 직후 MBC는 파업 참가자 200여명을 대기발령하거나 비(非)보도 부문에 부당전보했다. 그러나 2013년 4월 법원이 부당전보에 대거 무효 판결을 내려 다수의 기자·PD들이 현업으로 복귀했다. 이런 상황을 경계한 사측이 노조원들을 찍어내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다는 것이다. 특히 유독 카메라 기자를 겨냥한 것은 '눈엣가시' 같았던 카메라 기자 조직을 해체시키기 위함이라고 노조는 주장했다.

2012년 MBC 파업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반대집회 현장을 취재한 이성재 카메라기자의 글이 발단이 됐다. 자기반성과 MBC의 보도행태를 비판하는 이 기자의 글을 계기로 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들의 집단행동이 시작됐고, 카메라 기자들은 170일 파업을 주도했다.

사측은 파업 종료 한달만인 2012년 8월17일 카메라기자들이 속한 영상취재1·2부, 시사영상부 등을 폐지하고 20여개 부서로 분산 배치했다.

노조는 "보복 징계만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한 사측은 파업기간과 직후 시용기자와 영상취재PD(35명)를 대규모 채용했고, 블랙리스트에 따라 기자들을 소고기 등급 나누듯 분류해 5년 동안 그에 따른 격리, 관찰 등 보복인사를 실행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아나운서·PD·경영·취재기자·엔지니어·촬영감독·그래픽 디자이너 등 MBC내 모든 부문에 걸쳐 광범위한 블랙리스트가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블랙리스트가 누구의 지시로 작성돼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조합은 이미 답을 갖고 있지만 구체적인 죄상은 검찰 수사를 통해 자세히 확인될 것"이라며 "위법 행위가 드러난 경영진과 간부들을 모두 추적·고발해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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