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도 차관도 아닌 '비밀의 숲' 검사장 이창준이 관용차를 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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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이 뭐길래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있자니, 대한민국은 뭐니 뭐니 해도 검찰공화국입니다. 그 검찰공화국의 권력자 중 한명인 검사장이 궁금해졌습니다. 차관급 고위 공무원이라는군요. 차관이면 차관이지 차관급은 또 뭘까요. 궁금증은 그렇게 커져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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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립니다, 검사장님.”

순간, 이야기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는 듯한 분위기의 배경음악이 깔린다. 당사자를 제외한 등장인물들은 놀란 표정을 짓는다. 이어 “뭣들 해!”라는 부장검사의 한마디에 각 사무실 검사와 사무직원들이 복도에 도열한다. 검사장 앞뒤에 선 수십명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외친다. “축하드립니다. 이창준 검사장님!” 차장검사에서 검사장이 된 악역 주인공은 마치 범접할 수 없는 자리로 훨훨 달아난 듯하다. 검사장이 뭐길래.

최근 종영한 드라마 <비밀의 숲> 한 장면이다. 물론 현실에서 검사장이 됐다고 직원들이 몰려나와 90도 인사를 하는 일은 없다. 드라마 만듦새로 미루어 드라마 제작진도 이를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터무니없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도 아니다. 검찰 인사를 전하는 많은 뉴스들은 “차관급” 검사장을 “검찰의 꽃” “검찰의 별”이라고 한다. 검찰총장을 꿈꾸는 대다수 검사들에게 검사장은 반드시 거쳐야 하고 통과해야 하는 디딤돌이다. 드라마 촬영 전 제작진들은 대검찰청을 찾아가 사전 취재를 열심히 했다고 한다. 누군가 말하지 않았을까. “검사장이 되면 고지가 보인다”고.

애착엔 이유가 있다

검찰 스스로는 물론이고 언론들도 흔히 “검사장으로 승진했다”고 말하지만 이는 틀린 말이다. 우리나라 검찰에 검사장이란 ‘직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검찰청법 6조는 검사의 직급을 “검찰총장과 검사”로만 구분한다. 1981년 검찰청법을 개정하면서 “법원조직법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검찰총장-고등검사장-검사장-고등검찰관-검찰관이라는 직급을 만들었고, 1993년 개정으로 검찰총장-고등검사장-검사장-검사로 단순화한 직급을 유지하다 참여정부인 2004년 검사장 직급을 없앴다. 개정 이유는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 및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함”이었다. 승진(인사)에 얽매이지 말고 공정하게 수사하라는 취지였다. 참여정부 초기 검찰 개혁을 추진하던 때였다.

검사장이란 직급은 없는 대신 직위는 존재한다.(‘직위 해제’라는 말은 있지만 ‘직급 해제’라는 말은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두 단어의 차이를 이해하기 쉽다.) 고등검찰청이나 지방검찰청의 장을 검사장이라고 부른다. 검사장 직급이 법에서 사라지고 3년 뒤 법무부는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범위에 관한 규정’을 만들었다. 이 규정 2조(보직 범위)에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가 갈 수 있는 직위에 검찰총장을 비롯해 법무연수원장, 법무부 국·실장,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이 나열돼 있는데, 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 검사장이 포함돼 있다. 8월4일 현재 4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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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정부과천청사 대강당에서 김현웅 법무부 장관 퇴임식이 끝난 뒤 검찰간부들이 법무부 건물 앞에서 서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맨 아래 줄 왼쪽에 문무일 현 검찰총장, 셋째에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당시 법무부는 “검사 단일호봉제 도입 이후… 주요 보직군 내 인사교류가 이뤄지지 않아 우수한 경력 검사들이 조기에 퇴직하는 폐단이 발생해” 이 보직 규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결국 검사장 자리를 늘리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하겠다는 말이었다. 검사장이라는 직급이 법에서 사라지자 그보다 하위법인 대통령령에 검사장들만이 갈 수 있는 직위를 만들어 사실상 검사장 직급을 부활시킨 셈이다.

검사장 직급이 법에서 사라지고 이후 사실상 부활하는 모든 과정이 검찰 개혁을 부르짖던 참여정부 임기 안에 이뤄진 점도 의미심장하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전해철 의원은 책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2011)에서 “다른 부처보다 차관급이 많다고 해서 그 차관급들이 부처 전체를 총괄하는 차관도 아니고 검사장이라고 대우가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는 이유 등으로 (검찰의) 요구사항 중 일부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부처 전체를 총괄하지도 않는 차관급이 왜 필요한 걸까.

‘검사장’을 향한 검찰의 집착에 가까운 애정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자칭 타칭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자 “법질서를 수호하고 부정부패를 수사하는”(총장 인사말. 대검찰청 누리집) 집단인 검찰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 구조다. 대한민국 검사라면 누구나 예외없이 검찰 조직의 정점, 검찰총장을 꿈꾼다. 검사장이 됐다는 건 검찰총장 후보군 자격증을 얻었다는 뜻이다. 엘리트들끼리 벌인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는 뜻이다. 경쟁에서 낙오된 자에겐 엄청난 치욕이다. 동기나 연수원 후배가 먼저 총장이나 지검장이 됐다는 이유로 집단 사표를 내는 조직은 검찰이 유일하다. 상명하복으로 움직이는 피라미드 조직이기 때문이다.

더 큰 ‘메리트’는 검사장이 되고 검찰을 떠난 뒤에 찾아온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와 검사 출신 변호사가 맞닥뜨리는 현실의 차이는 크다. 억대 수임료를 받는 ‘전관’은 아무나 될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은 돼야 ‘착수금 1억+성공보수 3억’ 정도를 받을 수 있는데 검사장 출신은 이 정도이거나 그보다 더 높은 보수를 받는다. 그저 그런 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수임료는 수백만원 안팎”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의 말이다.

검사장 출신에 특수통으로 불린 홍만표 변호사는 본보기가 될 뻔했다. 로비와 청탁 혐의가 드러나 구속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기 전까진. 그는 2011년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뒤 개업해 서울중앙지검의 주요 사건을 싹쓸이하다시피 수임했고 개업 이후 4년 동안 수백억원을 벌었다. 2011년 8월부터 2013년 초까지 양돈업체 도나도나 대표의 유사수신행위 위반 사건을 맡아 5억2300만원을 받은 사실도 보도된 적 있다. 홍 변호사는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선 징역 2년으로 깎였다. 만약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런 수익을 거뒀거나 범죄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홍 변호사는 검사장 출신 전관으로 많은 검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관용차, ‘판사도 타니까…’

언론은 관행적으로 검사장 앞에 ‘차관급’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검사장이 차관급이라는 법적 근거는 물론 없다. 법무부에 ‘검사장이 차관 또는 차관급이라는 근거 규정이 있는지’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없다”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이나 법무부가 공식적으로 ‘검사장이 차관급’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 언론이나 법조계에서 관행적으로 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적어도 2007년까진 검사장을 차관급으로 볼 여지가 있긴 했다. 대통령령인 공무원 여비 규정이 2007년 11월 개정되기 전까지 검사장은 차관과 같은 ‘특호 라목’으로 분류됐다. 2008년 1월부터 시행된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검사장은 차관보다 한 등급 아래로 내려갔다.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범위에 관한 규정을 만든 뒤 공무원 여비 규정에 고등검찰청 검사장, 지방검찰청 검사장 등의 용어를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로 대체하면서 ‘하향 조정’됐다. “법무부 외청에 불과한 검찰에 차관만 40명이 넘는다.” 이제 이 말은 틀린 말이 되는 걸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검사 출신 또다른 변호사는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하면 상대 부처엔 국실장이 나오는데, 검찰이나 법무부는 ‘급이 안 맞는다’며 (차관급인) 국실장 대신 과장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차관급 검사장’이라는 관행을 적극적으로 누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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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이 차관 또는 차관급이라는 근거가 없다면 검사장 앞으로 제공되는 관용차와 운전기사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역시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행정부 공무원에게 제공되는 관용차는 공용차량 관리 규정(대통령령)을 따라야 한다. 공용차량 관리 규정에서 정한 배정 대상 공무원은 △각 부처 장관 또는 처장 △장관급 공무원 △각 부 차관 △중앙행정기관인 청의 장 △차관급 공무원이다.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 이른바 검사장은 관용차 배정 대상이 아니다.

법무부에 ‘검사장에게 공용(관용) 차량이 제공되는 근거’를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답이 왔다.

“공용차량 관리 규정과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 규정, 법원 공용차량 관리 규칙 등의 취지를 감안해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와 협의 아래 배정하고 있다.”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 규정은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는 명예퇴직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법원 공용차량 관리 규칙엔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법관’이 전용 관용차 배정 대상자에 포함돼 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검사장과 마찬가지로 ‘차관급’이라 불린다.(법관 역시 검사와 마찬가지로 대법원장과 대법관, 판사만이 있을 뿐 직급으로서의 부장판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고등부장판사로 ‘승진’했다고 하고 언론도 그렇게 보도하긴 한다.)

결국 법무부의 답을 ‘선의’로 해석하자면 다음과 같다.

‘검찰총장이 못 돼 정년 이전에 검찰을 나가는 검사장들은 명예퇴직수당도 못 받는다. 같은 ‘급’인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관용차를 탄다. 기재부와 행안부도 허락했다. 그러니 타는 것이다.’

이런 논리로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들에게 예외없이 관용차와 운전기사가 딸려 있다. 이들 중엔 서울고검 검사장, 서울중앙지검 검사장도 있고 대검 공안부장, 광주고검 차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사법연수원 부원장, 법무연수원 기획부장도 있다.

겉으로 말하지 않지만 검찰은 ‘같은 과정(사법시험, 로스쿨)을 거쳐 공무원이 됐는데 판사와 같은 수준으로 대우해달라’는 입장이다. 행정부 내 법 집행기관에 불과한 검찰이 헌법상 독립 기관인 법원과 같은 대우를 요구하는 꼴이다. 사법시험을 통과한 어떠한 경찰도 ‘검사, 판사와 같은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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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법원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법원 역시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를 계급제처럼 유지해왔고 비판이 나오자 제도를 폐지한 뒤 2004년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법관의 보직범위에 관한 규칙을 만들어 편법으로 부활시켰다. 2007년 검찰이 만든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범위에 관한 규정’의 모태인 셈이다.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법관은 100명이 넘는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법원의 ‘잔머리’가 검찰보다 더 나은 셈이다. 적어도 법원은 대법원 규칙이라는 근거를 만들어 관용차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기재부와 행안부가 알아서 검찰의 관용차 이용에 협조했으니 법이나 다른 규정이 필요 없었는지도 모른다.

검사장 축소가 검찰 개혁 신호?

법무부는 지난달 27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하면서 검사장 자리를 5개나 줄였다.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범위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를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에서 제외했다. 마치 경찰이 ‘인권경찰’로 탈바꿈하겠다고 공언하듯, 새 정부의 검찰 개혁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타 부처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직급을 낮추고 법무부 탈검찰화를 촉진하는 상징적, 실효적인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 개혁이 시작된 것일까. 이러다 또 정권 말기에 법이나 대통령령을 슬쩍 고쳐 자리를 왕창 늘리지 않을까.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검찰청, 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제외한 다른 자리의 ‘차관급’은 모두 없애고 점차 지검장, 고검장의 직급도 낮춰야 한다. 무엇보다 검찰 개혁의 본질은 그들이 지닌 권력을 분산시키는 일이다. 검찰이 독점하는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을 분리하고 법무부에서 검사들을 내보내야 한다. 법 집행기관으로 검찰을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을 꿈꾸고 검사장을 꿈꾸는 검사들이 순순히 따라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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