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현대백화점 '난 우리가 좀 더 청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 문구에 걸린 저작권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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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지하 2층 벽면에 걸린 ‘난 우리가 좀 더 청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라는 문구의 네온사인. 지난 5월23일 김정민씨가 촬영했다. 김정민 제공.]

‘청춘이 특권이다’, ‘청춘이라 쓰고 유플렉스라고 읽는다’, ‘난 우리가 좀 더 청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

지난 4월21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지하 2층 벽면에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걸렸다. 청춘을 응원하는 문구들이었다. 현대백화점 신촌점은 보도자료에서 이 곳을 “‘톡톡 튀는, 개성있는 거리’라는 의미의 ‘팝 스트리트’”라고 설명했다.

한 달 뒤인 5월23일, 서울시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김정민(33)씨는 온라인에서 현대백화점 네온사인을 다룬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난 우리가 좀 더 청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라는 문구는 지난 2009년 자신이 소속된 인디밴드 ‘1984’의 첫 앨범 '1984 청춘집중-난 우리가 좀 더 청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에서 처음 쓴 문구였기 때문이다.

“너무 불쾌했어요. ‘이렇게 함부로 써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씨는 백화점에 문제를 제기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백화점은 지난 6월1일 네온사인을 철거하면서 97만1408원을 제안했다. 콘텐츠 사용료(37만1408원), 온라인 뉴스 배포로 인한 홍보 효과(60만원) 등을 합산한 금액이었다. 저작권 침해는 아니지만, 분쟁을 원만히 마무리하기 위해서 주는 돈이라고 했다. 김씨는 싸움을 결심했다.

네온사인의 첫 시작은 제주도의 한 카페에서

김씨의 앨범 문구가 처음 네온사인으로 사용된 곳은 제주도 서귀포시에 자리한 카페 ‘유동커피’다. 학창시절 김씨 앨범의 열혈팬이었다는 조유동 바리스타는 지난 2015년 여름께 앨범 자켓에 적힌 문구를 활용해 카페 화장실 벽면을 네온사인으로 꾸몄다.

이를 본 손님들이 벽면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고,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조유동 바리스타는 “사람들이 이 글귀를 엄청 좋아했어요. 이 글귀를 보고 싶어서 카페에 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요. 어떤 대학생은 온라인에서 이 글귀를 보고 결심을 굳혀 세계여행을 떠났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 마지막 일정으로 이 곳에 들르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네온사인으로 걸린 문구가 인기를 끌자 유사 버전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몇몇 식당에는 ‘난 우리가 좀 더 탕수육에 집중했으면 좋겠어’, ‘난 우리가 좀 더 치킨에 집중했으면 좋겠어’라는 네온사인이 걸리기도 했다. 조 바리스타는 “똑같은 문구로 네온사인을 사용해도 되냐는 의뢰가 많이 왔지만, 그때마다 항상 ‘문구는 1984 앨범에서 처음 사용된 것’이라고 설명했어요”라고 말했다.

김씨 역시 SNS로 이를 확인했지만, 대부분 소규모 가게였고 자영업자라고 생각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은 달랐다.

“처음 백화점 쪽에서는 ‘통로를 꾸미는 데에만 사용했다’고 해명했지만, 그 통로는 상품을 진열해놓고 판매하는 곳이거든요. 대기업이 영리목적으로 문구를 사용하면서, 이 문구가 처음 어디에서 쓰였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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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시에 자리한 ‘유동커피’ 벽면에 걸린 네온사인.]

김씨는 지난 6월9일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귀사의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회사의 공식적인 사과와 손해배상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은 과거 판례와 한국저작권위원회 판단을 근거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고 맞섰다. 김씨 역시 과거 판례, 법무법인 의견서, 홍보대행사 2곳의 홍보 평가 내용, 정신적 손해배상 등을 근거로 총 2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손해배상액을 전부 기부할 계획이라는 뜻도 구두로 전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7월12일 발송한 마지막 내용증명에서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며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전제하에, 법률적 책임과 별개로 200만원을 지급할 의사가 있다”는 최종 입장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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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제작된 1984의 앨범 <1984 청춘집중-난 우리가 좀더 청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 자켓 사진. 김정민 제공.]

이 ‘한’ 문장, 저작권 인정받을 수 있을까

현대백화점 쪽에서는 ‘난 우리가 좀 더 청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라는 표현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맥주 광고 카피’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지난 1998년 서울고등법원은 한 기업의 맥주 광고 카피였던 ‘최상의 맛을 유지하는 온도, 눈으로 확인하십시오’라는 문구가 비슷한 문구를 먼저 제안했던 광고회사의 저작권을 침해했는지에 대해 “단순한 내용으로 그 문구가 짧고, 의미도 단순하며 보호할만한 독창적인 표현형식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여지도 없어 저작권의 요건인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보호할만한 독창적인 표현형식’이 있다면, 간결한 문구라 하더라도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법무법인 드림의 조준상 변호사는 “이 문구의 경우 단어 자체는 일상적이지만, 종합했을 때 창작성이 엿보이기 때문에 저작권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이어 “특히 이 문구가 앨범 자켓에 처음 쓰였다는 점, 즉 상업적 목적으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저작권을 주장하기에 더 유리한 요소가 있다”고 분석했다.

홍승기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씨 문장에 대해 ‘표현’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보호해야 할 ‘아이디어’에 속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홍 교수는 “저작권이라는 것이 문화·예술 영역이기 때문에, 실제로 아이디어와 표현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며 “참신한 내용이라면 아이디어 그 자체로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맥주 광고 카피’ 사건의 1심 법원은 ‘짧은 한 문장이라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며 광고회사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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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김정민씨가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계간지 <풋,>에 기고한 앨범 관련 글. 김정민 제공]

난 우리가 좀 더 ‘저작권’에 집중했으면 해

현대백화점 쪽은 마지막으로 제시한 200만원의 지급 근거에 대해 지난 28일 “김씨가 과도한 보상액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와 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저작권 위반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다면, 그에 맞는 책임을 질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김씨는 저작권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하기 위해 이달 초 현대백화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예술인들에게 자신의 사례가 참고가 될 수 있도록 변호사 없이 나홀로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씨는 “저작권법의 목적은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과 동시에 공정한 이용을 통해 문화 향상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오직 자사의 영업이익을 위해 문구를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는 문화예술인의 권리, 음악과 시의 가치, 사회공헌 활동을 너무나 하찮게 생각해요. 이번 기회를 통해 세상을 반짝이게 하는 것들에 대해 좀 더 올바른 평가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거죠. 전 우리가 좀 더 ‘저작권’에 집중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