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하는 목사와 의사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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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법】 대마, 악마의 풀과 약초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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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대마초에 유별나다.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대마초를 규제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외국에선 대마초에 대한 의학적 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치매 등 뇌질환에 효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의료용 대마만이라도 합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 단체를 만든 이들을 만나봤다.

“조선 말기에 선교사들이 와서 제일 처음 한 일이 양방 병원을 세운 일이에요. 장티푸스, 이질 같은 병으로 사람들이 죽고 있었으니까. ‘의료선교’라고 하죠. 원래 이런 일은 목사가 할 일이 아니라 연구자들이 할 일인데….”

지난 6월29일 국내에선 처음으로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자는 취지의 시민단체가 만들어졌다. 이날 서울 녹번동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 창립식엔 회원 20여명이 모였다. 단체 설립 지지 의사를 밝힌 의사, 변호사도 있었다.

단체 설립을 주도한 강성석(38) 목사(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 소속)는 교회가 아닌, 시민단체 등에서 ‘기관목회’를 주로 하는 감리회 목회자다. 재작년 말까지 경남 창원의 경남이주민센터에서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민들을 돕는 일을 했다.

강 목사는 허리를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대마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될 줄 스스로도 몰랐다. 최근 서울혁신파크에서 한겨레와 만난 강 목사는 “미국, 캐나다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합법화된 의료용 대마 관련 논의를 한국에서도 시작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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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뒤 알게 된 대마의 효능

강 목사는 이주민센터에서 일하던 2015년 10월 한 사업체가 기부한 쌀 500포대를 옮기다 허리를 다쳤다. 심각한 상황인 줄 모르고 침만 맞고 지내다 아예 허리를 못 펴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병원에 갔더니 디스크가 파열됐다고 해 긴급수술을 했다. 2주 동안 입원했다 퇴원했고 지금도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감각이 없다. 그 때문에 이주민단체 일을 그만두게 됐지만, 2주간 머물렀던 병실 경험은 강 목사를 새로운 ‘의료선교’로 이끌었다. 6인실 다른 환자들은 강 목사보다 더 큰 고통을 겪고 있었다.

“목이나 허리가 부러진 환자들이 있었어요. 목욕탕에서 낙상해 척추가 나간 어르신은 새벽마다 간호사를 불러 진통제를 달라고 했고요. 대게 모르핀 같은 아편 계통의 약이었죠.”

다른 환자들을 안타깝게 지켜보며 하릴없이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렸던 강 목사의 눈에 미국과 캐나다의 의료용 대마 합법화 기사가 들어왔다.

강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민 가 있던 친척들로부터 우리와 달리 대마에 관대한 외국의 상황을 진작에 들어 알고 있었다. 마약류 진통제처럼 중독성이 없으면서도 더 좋은 효능을 지녔다는 의료용 대마에 관심이 쏠렸다. ‘폭풍 검색’을 했다.

우리의 마약류관리법은 중독성이 높은 아편은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지만, 중독성이 거의 없는 대마는 의료용으로도 쓸 수 없게 하고 있었다. 과잉 규제라고 생각했다. 외국에선 대마초 성분을 활용한 알약이나 패치, 오일, 스프레이, 드링크 같은 것들이 팔리고 있지만, 한국은 죄다 금지돼 있다. 외국 약국에서 파는 약을 사와도 마약사범이 됐고, 뇌전증(간질)을 앓는 아이를 둔 어머니들이 효능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의료용 대마로 만든 오일을 ‘해외 직구’ 했다가 검찰 조사를 받는 일도 있었다.

“의료용 대마는 진통 효과만이 아니라 파킨슨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뇌 인지 관련한 질환에도 효과가 있어요. 그래서 뇌질환을 앓는 아이를 둔 부모들에겐 절실하죠. 근데 웃긴 건 국내엔 동물용만 유통이 가능해요. 동물도 치매를 앓으니까요. 성분은 같은데 사람한테 쓰면 마약사범이 되는 겁니다. 일본조차도 의료용 대마 관련 논의를 시작한 상황인데, 우린 아예 금지돼 있죠. 이건 일종의 쇄국을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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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를 설립한 강성석 목사. 지난 6월29일 서울 녹번동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창립식에서 단체 설립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뇌질환, 치매에 효과적

대마초는 60여종의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 중 칸나비노이드(Cannabinoid)란 물질이 의료용으로 주목받는다. 칸나비노이드는 우리 몸 안에서도 자연 생성되는 호르몬의 일종이다. 달리기 선수들이 경험하는 ‘러너스 하이’가 이 물질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지비아이(GBI)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에서 약 90가지 종류의 칸나비노이드가 개발 중인데, 이 중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과 칸나비디올(CBD)을 이용한 의료 목적 연구가 많다. 주로 뇌 관련 질환을 대상으로 한다.

최근 독일 본대학 연구진이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티에이치시로 치료받은 생후 18개월 된 쥐는 2개월 된 쥐만큼 인지 기능이 좋아졌다. 연구진은 “나이가 들면 뇌에서 자연 생성되는 칸나비노이드의 양이 감소하고 이후 뇌가 급격히 노화하는데, 티에이치시가 뇌 속 칸나비노이드를 모방해 뇌의 노화를 방지하는 작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티에이치시 성분을 이용한 약으론 198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드로나비놀과, 같은 성분의 마리놀, 신드로스, 또 다른 티에이치시 계열 성분의 세사메트 등이 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이 약들은 항암 치료 뒤 매스꺼움과 구토 증상을 보이는 환자나 식욕 부진을 겪는 에이즈 환자에게 처방된다.

대마초는 뇌전증 환자의 발작증상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학교에서 간질환자 9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자의 14%가 대마초 제품을 간질 발작 관리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마초 제품을 사용한 성인 간질환자는 90%가, 아동은 71%가 발작 관리에 성공했는데, 환자들이 대마초를 사용한 이유는 다른 약에 견줘 부작용이 적기 때문이었다. 다른 약은 성분에 따라 졸음이나 짜증, 어지러움, 구토, 피부발진 등이 있었다.

대마의 효능과 관련해선 미국에만 1만6천건의 연구 결과가 있고 대마의학회도 만들어져 있다. 한의학이 발달한 중국 역시 대마초를 이용한 약물개발 관련 전세계 특허의 절반을 보유했다. 이렇다 보니 미국에선 29개주에서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했고, 캐나다도 2001년부터 합법화했다.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 일부 국가들과 우루과이, 칠레, 콜롬비아, 방글라데시 같은 남미 국가에서도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돼 있다.

반면 국내엔 관련 연구 성과가 전무하다. 대마를 연구해도 현행법 때문에 실용화가 불가능하다 보니 연구진이나 의사들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의료용 대마는 국내에선 그저, ‘금지된 약물’일 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업의는 “의료용 대마는 부작용이 없으면서도 효과가 있고, 꾸준히 복용해 치료했을 때 회복이 돼 다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기존 치료법을 대체할 수도 있다 생각돼 포털 쇼핑몰에서 구매해 써보기도 하고 사업화도 생각해봤지만 엉뚱하게 검찰 조사만 받았다”고 말했다. 현행법은 티에이치시 성분이 0.0005% 이상이면 마약류로 분류한다. 외국에서 구입한 제품이 세관을 통과해도, 티에이치시나 칸나비디올 함유량을 검찰이 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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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토론토에선 매년 3월마다 ‘글로벌 대마초 행진’이 열린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013년 자유당 대표에 오를 때부터 대마초 합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캐나다는 2001년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한 데 이어 내년부터 오락용 대마초도 합법화한다. ‘토론토 글로벌 대마초 행진’ 제공]



대마, 마약으로 가는 관문?

우리나라에선 현재 마약류관리법에 의해 대마의 흡연과 소지, 운반이 철저히 금지돼 있다. 해외에서 의료용 대마를 처방받아도 처벌받는다. 어기면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2005년 배우 김부선씨, 가수 고 신해철씨 등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대마 비범죄화 움직임이 일었지만, 이들이 낸 마약류관리법에 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됐다. 이후 국내에서 관련 논의는 쑥 들어갔다.

문제는 대마와 달리, 엄연히 마약인 아편은 마약법에 의해 의료용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마약류관리법은 관리 대상을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로 별도로 정의해놓고는, 유독 대마에 대해서만 의학적 사용을 제한해놨다. 대마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것이다.

대마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대마가 일반 마약과는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환각 증상이 있다지만 헛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분을 나른하게 만드는 편에 가까운데다, 외려 공격성을 떨어뜨리고 중독성이 담배보다 적다(1996년 미국약물중독연구소).

게다가 인류는 불법화 이전 오랜 세월 대마를 생활에 이용해왔다. 줄기의 섬유는 삼베를 만드는 원료로 쓰고, 로프나 그물을 만드는 데도 이용된다. 향신료로 쓰는 열매는 최근 아미노산과 오메가 3·6·9가 풍부하다며 인기를 얻고 있고, 대마씨(헴프시드)로는 조미료나 기름을 만든다. 대마를 범죄화하는 건 주로 ‘다른 마약으로 가는 관문 효과’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지만, 반면 다른 편에선 오히려 흡연율과 범죄율을 줄이는 등 합법화의 긍정적 효과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이 전세계적으로 마약청정국 지위를 갖는 이상,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허용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의료용으로 허용하면, 앞으로 그 이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합법화를 요구하는 이들의 주장과 달리 대마 역시 여러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올해 펴낸 ‘약물 오남용 보고서’를 보면, 단기간 사용 때에도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겪을 수 있고 기관지염이나 폐 조직 파괴로 폐에 공기 주머니가 생긴 폐기종, 기관지 천식 등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과다 사용은 면역력을 저하시키고 또 지속적으로 오래 사용하는 경우 육체적 의존을 일으키며, 끊을 때 금단 증상과, 정신적 중독, 의존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통제를 하는 편에서 보면 대마는 판도라 상자를 여는 열쇠와도 같지만, 다른 편에서 본 대마에 대한 규제는 국가와 자본의 통제 그 자체다. “전세계적으로도 대마가 불법이 된 건 100년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사이 다시 의료용으로 합법화하는 흐름이 있었던 거죠. 일부 국가는 완전 합법화했고요. 이런 과정도 제지산업(펄프 이전엔 대마를 종이로 썼다), 석유산업(화학섬유 발달)의 발달 과정과 연관돼 있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강 목사의 말이다.

강 목사는 풀뿌리운동에서 시작된 미국의 대마 합법화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1990년대 전미의대생연합회가 빌 클린턴 정부에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해달라고 청원한 것이 시작이었다. 필요로 하는 이들의 요청과 요구가 있었다. 뜬금없이 어느 날 갑자기 바뀐 게 아니었다. 외국의 의학 논문들을 일일이 들여다보며 대마 전문가가 돼버린 강 목사는 향후 국회 입법 청원 등의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10년 이상 관련 논의가 사라진 국내에서 대마에 대한 주장을 공론화하는 일은 쉽지 않다. 당장은 국내 연구 성과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의료용 대마가 뇌질환에 좋다는 건 환자 가족들이 더 잘 알거든요. 관련 논문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파킨슨병 커뮤니티에 가보면 아예 이민을 생각하는 분도 있어요. 치매가 국가적 관심사지만 국내 의사나 연구진은 처벌이 두려워 누구도 임상시험을 하지 못해요.”

수정 사항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