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의 '폭주'가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에 던진 3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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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SOUTH KOREA - JULY 29: In this handout photo released by the South Korean Presidential Blue House, South Korean President Moon Jae-in speaks as he presides over a meeting of the National Security Council at the presidential Blue House on July 29, 2017 in Seoul, South Korea. North Korea launched another test missile, believed to be an Inter 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 which travelled 45 minutes before splashing down in the Exclusive Economic Zone (EEZ) of Japan. (Photo by South | Handout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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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정점고도 3724.9km, 거리 998km. 사거리(추정) 9000~1만km.

북한이 28일 밤 11시41분경 기습 발사해 “42분12초간 비행”했다는 ‘화성-14형’은 이렇게 2차 발사시험을 마쳤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또 이것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문재인 정부의 제안에 대한 북한의 대답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난처해진 건 바로 문재인 정부다. 정부는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지만, 북한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도 마땅치 않다.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도 더 이상 쓸 수 없는 카드가 됐다. 문재인 정부의 고민이 깊어져만 간다.

1.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구상’은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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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북한이 결정할 일만 남았습니다.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것도,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기회를 걷어차는 것도 오직 북한이 선택할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중 등장하는 대목이다. 1차 ICBM 발사시험 직후에 나온 이 제안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할 경우 “더욱 강한 제재와 압박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면서도 북한을 향해 거듭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남북군사회담”을 제안하며 ‘판’을 깔아주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온 북한의 대답은 분명하다. 2차 ICBM 발사시험이다. 북한은 앞서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 “‘제재와 대화의 병행’이란 눈을 펀히 뜨고 내뱉는 잠꼬대처럼 여겨질 뿐”이라는 반응을 내놓은 바 있다. ‘선(先) 핵포기·후(後)대화’라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에 응할 뜻이 없음을 거듭 분명히 한 것이다.

moon jae in

대화와 제재·압박을 병행 한다는 것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핵심을 이루는 기조는 바로 ‘한국이 운전대를 잡는다’는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이 명시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도 한국의 남북대화 재개 구상을 지지했다’며 적극적으로 움직임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이다.

문 대통령은 나름대로의 원칙과 방향에 따라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구상은 시계열적으로 합리적으로 배치돼 있다. 취임 뒤 발빠른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우리 정부가 한반도 정세를 주도해나가겠다는 점에 대해 미국의 동의를 얻어냈다. 이어 ‘베를린 구상’을 통해 남북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제시했다. 지난 17일 정부가 동시 제의한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한 적십자회담은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일종의 마중물이었다. 이를 통해 남북관계가 복원되면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란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었다.

문제는 북한이 우리 정부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한겨레 7월30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한·미 양국의 강경 대응 입장이 분명해짐에 따라 한반도에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더욱 확고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 경우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 안보대응 영역 축소는 불가피하다. 우리가 주도하려는 남북대화의 여지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다. (국민일보 7월30일)

가장 큰 도전은 “문 대통령이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는 탈 생각이 없다”는 김정은식 ‘마이웨이’ 행보다. 북한이 화성-14형을 발사한 시각은 28일 밤 11시41분. 한국 시간으로는 심야지만, 워싱턴 시간은 28일 오전 10시41분이었다. 발사 성공을 공표하는 조선중앙통신 보도도 미 본토 전역이 사정권이라는 부분만 강조할 뿐, 한국에 대한 언급은 사실상 없었다. (중앙일보 7월30일)


2. 더 이상 쓸 수 있는 ‘대북제재’가 남아있기는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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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2차 ICBM 발사시험 직후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필요시 우리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부가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단호한 대응이 말에 그치지 않고 북한 정권도 실감할 수 있도록 강력하고 실질적인 조치들을 다각도로 검토해 달라”고 주문하면서다.

그러나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옵션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미 남북 교류가 단절된 상황이어서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 상징적 조치일 뿐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추가 대북 제재 방안은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남북한 사이엔 인적·물적교류가 금지된 것은 물론이고 변변한 대화 채널조차 없는 상황이다. 보수정권 9년 동안 북한에 대해 남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제재는 모두 동원됐다. (경향신문 7월30일)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30일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제재가 별로 없다”며 “굳이 꼽자면 북한의 기관 및 개인 제재 대상을 확대하고 해운 통제를 강화하는 것 정도인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독자제재 검토 지시는 임박한 위협에 대한 확고한 대응 의지를 피력한 것이지 실효성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국민일보 7월30일)

kim jong un

국제사회 차원의 대북제재도 비슷한 상황이다. 북한이 중대한 도발을 할 때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새 대북제재를 결의하는 상황이 그동안 반복됐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여기까지 왔다. 중국과 러시아는 줄곧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미온적이었다. 미국의 동북아시아 영향력 확대를 경계해 온 두 나라 모두 북한과 밀접한 경제·외교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풍트윗’에서 “중국은 말만 할 뿐 정작 북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중국을 비난했다. 그러나 “중국은 쉽게 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트럼프의 말은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결정적 한 방’이 미국에게도 없다는 점을 거꾸로 잘 보여준다. 결국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

북한의 2차 ICBM 발사시험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은 비슷하다. 중국은 북한을 향해서는 ‘밋밋한’ 규탄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도 한국의 사드 추가 배치 결정은 강도 높게 비판했다.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평화로운 해법을 모색하겠다면서도 “북한 경제 목을 조이는 방식이 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미국은 다시 한 번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28일 성명에서 “북한 핵무기·미사일 개발을 가능하게 한 주요 경제적 조력자로서 중국과 러시아는 지역적, 세계적 안정성을 위협하는 (북한의) 증가하는 도발에 고유하고도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두 나라를 콕 집어서 유엔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촉구한 것.

유엔주재 미국 대사 니키 헤일리는 30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압박을 현저하게 강화하지 않는 추가적인 안보리 결의는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사안의 무게에 걸맞은 ‘중대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일부 회원국들이 그동안의 제재 결의를 이행하지 않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고 있다는 것.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북한보다는 한반도 사드 배치에 더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는 아예 북한 ICBM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규정하며 사안의 심각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러시아 관계가 역대 최악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3. 여전히 뜨거운 감자, 사드

thaad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2차 ICBM 발사시험 직후 결정한 것들 중에는 사드 포대 4기 추가배치도 있다. 청와대는 현재 환경영향평가가 진행중이어서 ‘임시’로 추가 배치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는 평가다. 일단 배치한 뒤에는 이를 철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정부가 사드 관련 결정을 ‘15시간30분’ 만에 뒤집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 중요한 건 사드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취해왔던 ‘전략적 모호성’ 카드가 이제 소용없게 됐다는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사드 문제 해법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강조했다. 취임 이후에는 사드 부지 환경영향평가로 사드 배치 완료 시점을 늦췄다. 중국을 설득할 시간을 벌려고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제는 그런 ‘계획’이 통하지 않게 됐다.

정부가 당초 ‘절차적 정당성’을 이유로 사드 배치를 1년 정도 미룬 것은 일반환경영향평가 기간 중 미국과 중국을 설득하겠다는 복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번 뒤 갈등 현안을 해결한다면 사드 배치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발목을 잡았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전된 북한의 ICBM 기술은 정부의 입지를 대폭 축소시켰다. 정부가 사드 발사대를 배치키로 결정하면서 한·중 관계의 가시밭길도 우려된다. 미·중 갈등을 격화시켜 중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려는 북한 의도대로 국제 안보질서가 고착화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국민일보 7월30일)

moon jae in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잔여 발사대 4기를 추가로 배치하라고 지시하면서 문 대통령이 대체로 이전 정부의 사드 노선으로 되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중·미관계뿐 아니라 중·한관계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대북 정책의 지렛대로 중국을 활용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중국은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에 소극적이라는 점에서 취임 초기에는 한·중 간 긴장 완화의 계기를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재확인하고 한국이 남중국해 문제 등에 대한 미국 입장을 지지하는 등 미국 편을 들자 크게 실망한 상황이다.

여기에 북한 미사일 대응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당분간 한·중관계 복원을 위한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수교 25주년을 전후로 예상된 한·중 정상회담도 현재로서는 일정조차 논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향신문 7월30일)


북한의 1차 ICBM 발사시험 직후, '나이브한 북핵 포기 전략은 포기할 때가 왔다'고 지적했던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대북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게 말처럼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문재인 정부의 고민이 깊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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