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들이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의 '방영 중단'까지 주장하는 이유

게시됨: 업데이트됨:
인쇄

mbc

3명의 이집트인들이 이슬람권으로 보이는 가상의 국가 '보두안티아'를 배경으로 한 MBC의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의 중단을 주장하며 MBC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이려다 제지를 당하는 일이 있었다.

한국일보는 지난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MBC 건물 앞에서 이집트인 페토 개드(28) 씨와 두 명의 친구가 '죽어야 사는 남자’ 방송 중단을 요구하기 위한 항의 기자회견을 진행하려 모였다고 전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날 집회에 모이기로 한 것은 대략 50여 명이었지만 실제로 집회시간에 나타난 건 3명이었다고 한다.

'죽어야 사는 남자'는 중동의 보두안티아라는 왕국의 백작이라는 사이드 파트 알리(최민수 분)를 중심인물로 한 코미디물로, 방영 이후 한국내 이슬람 문화권 이민자 사회에서 문제시된 바 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세 명의 남성이 지적한 문제와 그간의 보도(중앙일보의 무슬림 인터뷰)를 보면 무슬림 사회가 문제시 삼는 건 아래 세 가지다.

1. 히잡을 쓴 여성들이 비키니를 입는다?

mbc

이에 대해 중앙일보와 인터뷰 한 한국인 무슬림 '나빌라 김'은 이렇게 말한다.

히잡은 무슬림과 비무슬림을 구분하는 우리의 옷이다. 알라께서 꾸란을 통해 우리에게 명했고, 저를 포함한 무슬리마(무슬림 여성)들은 긍지와 자부심으로 히잡을 쓴다. 그러한 히잡이 가치 없는 장신구로 보이는 게 너무 싫었다. (드라마 표현대로라면)무슬림 여성들이 옷은 아무렇게나 입고 머리만 가리면 되는 줄 알 수도 있을 것이고, 가려진 베일 사이로 남자의 손길만 기다리는 존재로 보여질 수도 있다. 모두 픽션이라고 했지만 이슬람, 무슬림 문화와 모두 직결돼 있었기 때문에 누가 봐도 "중동, 이슬람이네"라고 할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7월 25일)

2. 신의 계시

한국일보에 개드 씨는 '신의 계시를 받아 클럽에 가는 장면'이 문제라고 지적했는데, 이는 무슬림 입장에서 보기에는 신성 모독일 수 있다. 이슬람을 연상케 하는 배경으로 누군가에게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면 이들에게 그 신은 '알라'로 이어지는데 이를 희화화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아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빌라 김이 '계시'와 '알라'의 관계에 대해 말한 내용이다.

아무리 가상이라고 하나 누구든 이슬람을 연상하고 드라마를 볼 것이다. 이 때문에 그에게 계시한 신은 알라로 이어지게 돼 있다. -중앙일보(7월 30일)

이들의 입장에선 신의 계시로 클럽에 가는 장면이 농담이라 하더라도 외국인이 이슬람 신을 모독한 것이 된다.

3. 술을 서빙하는 여성

mbc

세계일보에 따르면 드라마 속에는 백작이 아침을 먹으며 와인을 마시는 장면과 이를 서빙하는 여성들이 등장하는데, 무슬림들의 관점에서는 외국인에게 술을 제공하는 과정이 문제가 된다.

솔직히 백작(최민수 분)이 식사를 하며 와인을 마시는 장면은 충격적이지 않았다. 비무슬림 한국인 캐릭터로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슬람에서는 술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큰 벌을 받는다. 만든 사람, 파는 사람, 운반하는 사람, 마신 사람, 장소를 제공한 사람들 등. 그래서 백작에게 술을 가져다주고 준비해주는 모든 과정이 큰 죄라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중앙일보(7월 25일)

한편 이러한 논란이 일자 MBC측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한국어, 영어, 아랍어로 "방송 내용으로 불편함을 느낀 시청자분들께 사과 말씀드린다"며 "아랍 및 이슬람 문화를 희화하거나 악의적으로 왜곡할 의도는 없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facebook

다만 무슬림 중에는 이정도 사과로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모였던 3명의 무슬림 중 하나인 개들 씨는 “사과문 한 장으로는 부족할 만큼 심각한 문제”라며 강경 입장을 보였다.

MBC가 사과문을 올린 포스트에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부터 대통령까지 사과해야 한다"며 "이 드라마를 중단하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현재 해당 포스트에는 5천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1천9백 개의 '싫어요'가 찍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