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에서는 집주인과 짜고 집값을 '뻥튀기' 하는 '인정작업'이 유행이다.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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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idential buildings stand in the district of Mapo in Seoul, South Korea, on Wednesday, July 24, 2013. South Koreas economy grew the most in more than two years, on stronger government spending and private consumption even as a slowdown in China clouds the outlook. Photographer: Woohae Cho/Bloomberg via Getty Images | Bloomberg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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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순례(75·가명)씨는 얼마전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작은 단독주택을 4억원에 팔려고 부동산을 찾았다가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4억원에 내놓은 주택을 4억2000만원에 팔고, 집주인에게는 4억1000만원을 주겠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는 “투자 컨설턴트가 진행하는 방송에 부동산 추천 매물로 내보내고 지방 투자자도 데려온다. 우리는 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 정도 수수료는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매수자가 내놓은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부동산을 팔고 그 차액을 수수료로 챙기는 것을 ’인정작업’이라고 부른다. 부동산 소유자에겐 일정한 가치를 ‘인정’해주고, 그 이상으로 가격을 받았을 때 그 차액을 중개업자가 갖는 데서 유래했다. 공인중개업소들의 말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상승세가 숨가쁜데 매물은 많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1억원까지 차액을 챙기는 인정작업이 성행하고 있다.

인정작업은 원래 토지 매매를 주선하는 기획부동산에서 즐겨쓰던 방식이다. 기획부동산은 토지를 팔기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다른 부동산과는 거래하지 않도록 ‘전속 계약’을 맺은 뒤, 이 토지에 대해 잘 모르는 다른 지역 투자자들에게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토지를 판 뒤 차액을 챙기는 수법을 써왔다. 땅을 산 사람이 고스란히 피해를 뒤집어쓰는 불법 중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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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저금리와 주택 투자심리를 타고 일반 주택 거래 시장에서도 기획부동산식 불법 영업은 반경을 넓히고 있다. 한남동에서 일하는 또다른 공인중개사는 “2006년 동네를 휩쓸며 집값을 올렸던 인정작업 팀이 요즘 다시 활개를 치는 것을 보게 된다. 시세가 명확하지 않은 단독주택이나 수익률을 계산하기 어려운 강남 재건축 시장이 특히 작업하기 좋다고 들었다”고 했다. 서울시 공정경제과 황규현 주무관은 “인정작업은 주택시장에선 잘 팔리지 않는 빌라를 분양할 때 등 일부 주택에만 한정됐는데 최근 마곡·위례의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인정작업만이 아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부동산 경매업체 컨설턴트는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매수자가 매물로 나온 집을 볼 때 가짜 매수자를 투입해 경쟁을 부추기거나, 자기들끼리 비싼 값에 매물을 계약해 분위기를 달군 뒤 진짜 매수자가 나타나면 잔금도 치르지 않고 다시 넘기기도 한다. 기획부동산의 ‘바람잡이’와 꼭 같은 수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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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부동산 시세 조작은 주택법과 공인중개사법서 3년이하 징역에 처하는 투기행위로 간주되지만 문제는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동산 거래에서 가장 흔한 범법행위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부동산계약서에 거래 액수를 실거래가와 다르게 쓰는 ‘업·다운 계약’이다. 국토교통부에선 부동산 실거래가와 신고액이 다른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를 매달 조사해 지방자치단체에서 확인한 뒤 고발, 행정조치하도록 하는데 의심 건수는 서울 25개 자치구에서만 1달에 300건이 넘는다.

그러나 <한겨레>가 강남, 서초, 송파, 용산구에서 실제 확인해보니 올해 들어 실제 업·다운 계약으로 적발된 사례는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세를 하기 위해 시세보다 턱없이 낮거나 높은 가격으로 신고했다가 적발돼도 매매 계약서와 통장 입출금 내역을 확인하는 것으로 조사를 대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강남구청 부동산정보과 박병하 토지관리팀장은 “계좌를 추적할 수 있는 수사권이 없는 자치단체로선 어쩔 수 없다. 하물며 인정작업처럼 매도자와 중개업소가 말을 맞춰 시세를 조작할 땐 방법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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