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행하려는 '최저임금 인상분 지원' 정책이 풀어야 할 3가지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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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시급 7530원으로 확정된 바로 다음날, 정부는 '소상공인 영세중소기업 대책'을 발표했다. 이 중 핵심은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에게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분의 절반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른바 '일자리 안정자금'이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확정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6.4%에서 최근 5년 간의 평균 인상률인 7.4%를 초과하는 '9%'에 대해 직접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단순 계산하면 인상되는 1060원 중 약 581원을 정부가 고용주 대신 내주겠다는 것.

정부가 신속하게 이런 대책을 발표한 건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그동안의 논쟁 구도와 연관이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반대하는 경영계 측에서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늘어난 인건비를 감당할 여력이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도 정책 추진 배경을 설명하며 이런 우려와 반발을 언급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10인 미만)의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해 예산 등을 포함한 재정지원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

그러나 이 정책이 취지에 맞게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현실적 장벽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 누구에게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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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이 1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많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느낀다고 해도, 정부가 그 모두를 지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가 발표한 기본 원칙은 일단 두 가지다. "사업체 규모(예: 30인 미만)와 부담능력"을 감안해 지원 대상을 선정하겠다는 것.

다만 정부는 구체적인 지원 대상이나 금액, 기준은 관계부처 FT를 통해 논의한 뒤 2018년 예산안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고용주의 형편이 제각각이라는 문제가 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30인 미만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체 중에서 직접 지원을 받지 않으려는 곳도 있고, 30인이 넘는 사업체에서도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30인’이라는 지원 자체도 확정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소수 인원을 고용하는 영세 기업이나 자영업자가 대상이지만, 실제 사업주의 재정 형편이 제각각이라 일괄적으로 기준을 잡기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조선비즈 7월16일)

'부담능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나온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자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상당한 고용주'가 지원 대상에 포함되어야 하지만, 과연 어떻게 그 '상당한' 정도를 평가해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이 남는다.

단순히 '적자를 낸 사업주'로 하기도 어렵고, '매출액 대비 인건비 부담이 X% 증가한 사업주'로 기준을 정하기도 어렵다.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정교한 설계가 필요한데, 수백만 중소기업·자영업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고용주들이 '부정수급'을 노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꼭 이 경우가 아니더라도 정부의 각종 지원금·보조금이 '눈 먼 돈'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의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부분은 최소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2. 어떻게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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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2월23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력 대선주자' 시절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을 방문해 '소상공인·자영업 정책 구상'을 발표하는 모습. ⓒ뉴스1

정부가 어렵게 지원 기준을 확정하더라도, 실제로 제도를 시행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현장에서 관련 업무를 집행해야 하는 정부나 고용주 입장에서 살펴보면 결코 간단치 않은 작업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먼저 고용주 입장에서 보자. 통상 정부 지원금이나 보조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서류작업이 필요하다. 각종 증빙서류는 물론, 정산 및 검토 작업을 거쳐야 한다. 벌써부터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경기 남부 일대에 레미콘을 공급하는 ㅅ레미콘의 이아무개 대표는 “임금 수준이 낮은 영세 기업일수록 임금체계가 복잡하고 노무관리가 취약해 최저임금 미달 여부 등을 스스로 파악하지도 못한다. 이런 기업들이 정부가 정한 요건 등을 따져서 지원 신청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겨레 7월16일)

정부 입장에서도 고용주들을 감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지원금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꾸준히 파악, 검토해야 하는 것.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한국일보에 "한 두 명 고용한 사업장별로 매달 고용상황을 파악해 매번 돈을 보내주는 방식이 되므로 집행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부는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겨레 따르면, 기재부 관계자는 "그간 고용노동부 등에서 시행해오던 고용장려금 지급 등 인건비 지원사업이 있어 전달체계를 완전히 새로 구성할 필요도 없다"며 "부정수급만 잘 막을 수 있도록 설계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3. 언제까지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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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4월10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초청 강연회'에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과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 ⓒ뉴스1

지원 기준도 확정됐고, 제도가 원활하게 시행되고 있다고 해보자. 그 다음으로는 이 '일자리 안정자금'을 언제까지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정부는 일단 2018년 한 해동안 3조원 안팎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2019년 이후에도 정부가 직접 지원금을 지급할 것인지에 대해 "지금 단계에서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가능성을 열어놓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년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가정하면, 정부가 부담해야 할 재정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원 조달 방법도 문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정부 계획대로 2020년에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2017년 대비 추가 인건비 부담액이 81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노민선 연구위원은 "지금 같은 방식이면 2020년에는 16조원 이상의 재정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7월17일)

이런 우려에 대해 정부는 "열 발자국은 앞서나간 이야기"라고 선을 긋는 분위기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분 차액을 계속 지원할 수는 없다는 것.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열 발자국은 앞서나간 이야기"라며 "내년도 집행계획도 정확히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에서 수정되고 내년 1월에 집행되면 그에 대한 평가나 외부의견이 있을 것이라 예단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은 이 정부 공약사안이고 2020년까지 한다고 밝혔다. 정부 대책이 제도의 전반적인 연착륙을 위한 것은 맞지만, 1만원의 차액인 3000~4000원을 모두 지원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뉴시스 7월17일)

그러나 이런 설명은 역설적으로 이 대책이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정부의 지원이 축소되거나 사라질 경우, 지원금을 받던 고용주는 한꺼번에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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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에서 정부 지원금이 이미 한계 상태에 이른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영세 자영업들이 지원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산소호흡기' 역할만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퇴출될 기업·업주라면 진작 퇴출되는 게 맞다. 이 과정에서 산업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라는 건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던 쪽의 주요 반박논리 중 하나였다.

지난해 새로 창업한 자영업자는 122만6,443명으로 200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전체 자영업자 수는 568만1,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1.2%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여기에 400조원이 넘는 자영업자 대출은 한국 경제의 주요 리스크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런 점 때문에 자영업 시장의 질적 구조조정을 중요 과제로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 최저임금 지원책으로 어려운 자영업자를 정부가 먹여 살리는 구조가 되면 한계업체들의 자연스런 퇴출과 구조조정은 더 요원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정부의 임금 개입이 시장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불러온다. 같은 맥락에서 최저임금 지원책은 ‘최소한의 임금도 지급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자연스레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최저임금제도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경제 7월17일)

물론 당장 예상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수립·시행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다만 정책의 장기적·복합적 영향이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것도 마땅히 정부가 해야할 일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을 뒷받침하는 정책이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건 정책 목표나 방향에 대한 찬반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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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로이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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