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아들을 둔 아버지의 커밍아웃 이야기(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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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1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정동렬 씨(50대 초반)는 한 달여 전, 오랜 친구들에게 아주 우연하게 '성소수자 부모'로 커밍아웃을 했다. 앰네스티, 허프포스트와의 '퀴어토크'에서 그가 공개한 사연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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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첫 반응은, 조용해졌습니다. 6명이 앉아서 술을 먹는 자리였는데, 제가 커밍아웃을 의도해서 한 게 아니었고요. 그 친구들 모임이 매달 두 번째 토요일에 등산을 가는 모임이거든요. 그런데 성소수자 부모모임도 매달 두 번째 토요일에 있어요. 그래서 제가 1년을 등산을 못 나갔죠. 그래서 술을 먹다가 요즘 왜 안나와, 그래서 '나 두 번째 토요일마다 인권 운동 해야해' '무슨 인권 운동?' '우리 아들이 동성애자라서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나가' 그랬더니 조용해진 겁니다. 제가 '왜?' 그랬더니 한 여자 친구는 울기도 하고요. 그냥 '왜 울어?' 그랬죠."

"(다들 조용한 와중에) 한 명이 적극적으로 '나는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냐'고 해서 퀴어문화축제에 오라고 했고요. 다른 한 명은 그 얘길 듣고 '퀴어문화축제를 자기 페이스북에 올려서 광고하겠다', '가서 사진 찍어서 올려주겠다' 그렇게 말했고요."

"아들이 저한테 전에 말한 것처럼 보통은 아예 이쪽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별 반응이 없었던 거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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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퀴어문화축제 공식 부스 현수막]

일주일 후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시청 앞, '성소수자 부모모임' 부스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오겠다던 두 친구는 다녀갔을까? 현실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친구들이 지금 8명... 9명 왔습니다. 그때 술자리에 있던 6명 중에 2명이 온다고 했었는데, 그중 하나가 동창들 모인 밴드에다가 저의 묵인 하에 얘기를 하고 오라고 해서요, 갑자기 동창들이 많이 왔습니다."

"와서 뭐, 별 얘기 없었고, 그냥, '안녕' 인사하고 지금 각자 다니면서 구경하고 있습니다. 운동권이던 애들이라 그런지 익숙하게들 놀고 있습니다."

"저야 잘 놀라고 했고, 와줘서 고맙다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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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에게 지지를 표현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친구들은 '이런 게 있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현장에 와본 건 처음'이라고 했다. 허프포스트와 만난 최범식 씨도 그중 하나였다.

"오늘 이곳은 친구 때문에 나왔어요. 작년에 친구 아들이 커밍아웃을 하고 친구가 한동안 힘들었는데, 그래도 아들의 상황을 잘 인정하고 아들을 응원하러 나온다고 해서, 저도 나왔습니다. 저는 사실 잘 모르는 분야고 아는 정보도 많지 않은데, (친구 이야길 듣고 보니) 혹시 내 아들이 그랬으면 어땠을까 절로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마음에 와 닿는 게 있고, 감정이입도 많이 되어서, 한동안 이것 때문에 많이 고민하고 힘들었을 친구를 응원한다는 그런 단순한 마음으로 축제에 나와서 구경하고 있습니다. 분위기가 칙칙할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니었는데도 생각보다 훨씬 더 밝고 에너지가 하이톤이네요. 해방구 같은 느낌."

"(친구의 아들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친구와 친구 와이프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생각이 먼저 들었고요. 두 번째로는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 결론은 '친구가 내린 결론과 똑같았을 것 같다'는 것. 우리의 초점은 아이들에게 맞춰져 있으니까요. 그런 시간을 잘 견뎌와서 힘찬 모습을 보이는 친구가 대견하고 멋지단 생각을 했고요. 친구 아들도 멋지다고 생각하고, 그런 친구를 둔 나도 괜찮은 놈이네 생각하고 그랬습니다."

물론 당사자인 정 씨의 아들에게도 힘을 주고 싶다고 했다.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힘들었을 거고, 그 힘든 과정을 현명하게 잘 거치면서 부모까지 이렇게 든든한 응원군으로 만든 너한테 응원을 보내고 싶고,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까 별로 걱정은 하지 않는데, 아빠 친구로서 계속 힘 내라고, 주위에 네가 모르는 널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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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커밍아웃이 있은 지 일 년이 조금 지났다. 정 씨도 친구들처럼 퀴어문화축제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소감은 간단했다.

"저는 이게, 오피셜하고 조용한 행사인 줄 알았지 이런 축제인 줄은 몰랐거든요. 굉장히 기분이 업 되고요. 아들 때문에 이런 세계를 알게 돼서 고맙습니다."

화보: 68장의 사진으로 보는 '퀴어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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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미운 우리 "퀴어" 새끼: 성소수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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