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물관리법으로 보는 청와대 발견 문건의 드라마틱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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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이 캐비넷을 정리하다가 박근혜 정부의 문건들을 발견했다. 7월 14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총 300여종에 육박하는 자료가 발견됐으며 이 문건들은 “수석비서관 회의자료, 장관후보자 등 인사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등 각종현안 검토자료, 지방선거 판세 전망 등 기타 자료” 등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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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자료의 원본을 국정기록비서관실로 이관했다고 밝혔다. “자료들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청와대가 발견했다고 발표한 문건들의 가치는 바로 이 지점에서 해석의 여지가 있다. 박수현 대변인도 “저희로서는 이들 자료가 대통령기록물인 것은 맞다, 다만 자료들에 비밀표기를 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지정기록물은 아니다, 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통해 이 자료의 가치를 판단해보자.

1. 이번에 발견된 문건은 대통령 기록물인가?

=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 기록물’인 건 맞다. 제1장 2조(정의)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각 기관이 생산·접수하여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 및 물품”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관’은 대통령을 비롯해 ‘대통령의 보좌기관·자문기관 및 경호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을 포함한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장 16조 1항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은 공개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나와있다. 다만,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제1항에 해당하는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는다.

2. 그런데 대통령지정기록물은 아닌가?

= 대통령지정기록물은 17조 1항에 나와있듯이 “열람·사본제작 등을 허용하지 아니하거나 자료제출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할 수 있는 기간을 따로 정할 수 있는” 기록물이다. 법에 따르면, 대통령지정기록물에 해당하는 기록은 아래와 같다.

1. 법령에 따른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

2. 대내외 경제정책이나 무역거래 및 재정에 관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민경제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기록물

3. 정무직공무원 등의 인사에 관한 기록물

4.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개인 및 관계인의 생명·신체·재산 및 명예에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기록물

5. 대통령과 대통령의 보좌기관 및 자문기관 사이, 대통령의 보좌기관과 자문기관 사이, 대통령의 보좌기관 사이 또는 대통령의 자문기관 사이에 생산된 의사소통기록물로서 공개가 부적절한 기록물

6.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표현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기록물

청와대에서 발견된 문건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문제는 그걸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지정기록물 목록까지 비공개로 분류했기 때문”에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당일 청와대에서 생산된 문건은 물론 해당 문건의 목록까지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했었다. 민변이 정보공개요청을 하자 당시 국가기록원은 "18대 대통령지정기록물 목록이 지정기록물로 이관돼 요청하신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라며 비공개처분을 내렸다.

3. 만약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목록까지 지정기록물로 지정하지 않았다면?

청와대는 이 문건을 발견한 후,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목록을 확인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 목록중에 이번에 발견된 문건이 있었다면, 청와대는 이 문건을 공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신 이미 이관을 완료했다고 공표한 대통령 기록관의 실수에 대한 지적이 빗발쳤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보호기간은 15년 이내에서 정할 수 있다. (대통령 개인기록에 대한 보호기간은 최장 30년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 목록의 보호기간을 몇 년으로 정했을까?

4. 그렇다면 이 문건은 어떤 운명의 문건인가?

= 지난 5월 9일,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 소속 대통령기록관은 제18대 대통령기록물 총 1106만건 이관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전자기록물 934건, 비전자기록물 172만건이었고, 이중 대통령지정기록물은 20만4000여건(전자 10만3000, 비전자 10만1000)이었다. 즉 대통령 기록관으로서는 이미 모든 이관작업을 끝냈는데, 어디선가 숨어있던 문건이 나타난 셈이다. 그러니 이번에 청와대에서 발견된 기록물은 대통령지정기록물 목록에 없는 것이거나, 목록에 있는 것이라면 대통령기록관이 실수로 빼놓은 ‘대통령 기록물’이 된다. 그런데 목록도 지정기록물이라 비공개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이 문건은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작성한 기록이다. 하지만 '기록에 없는 기록'이다. 그래서 공개 여부를 발견한 사람들이 판단할 수 있는 기록이다. 다만, 그래도 대통령 기록물이기 때문에 원본은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되어야 할 기록이다. 청와대 측은 이관 절차를 오늘부터 밟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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