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인천 초등생 사건' 살해범은 종신형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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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정신질환, 잔혹 살인…최근 몇 달간 한국 사회를 뒤흔든 단어다. 그만큼 지난 3월 인천에서 발생한 10대 여학생의 8살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은 충격파가 상당하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그리고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까지도 성인이 아닌 만 18살 이하의 미성년자이기에 재판 또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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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살 이웃집 소녀를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한 당시 15살의 알리샤 부스타만테. 항우울제를 복용중이던 그는 “살인의 기분을 알고 싶어서” 무고한 소녀를 죽인 죄로 10대임에도 최소 30년을 복역해야 하는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범죄의 이례성과 맞물려 주목받는 것은 국내 소년법이다. 국내에서는 미성년자가 아무리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도 최대 형량이 20년밖에 되지 않는다. 가석방까지 고려하면 인천 10대 살인범은 15년 정도 징역형을 살면 신체의 자유를 얻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외국 또한 정신적·신체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이 행한 죄의 경우 “두번째 삶의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처벌이 비교적 관대한 편이지만 범죄자가 15살 이상일 경우에는 ‘성인’과 같은 수준의 형을 선고하기도 한다. 몇몇 사례를 모아보면 이렇다.

■ 10살 발레리나의 꿈을 꺾은 ‘아스퍼거스 증후군’ 10대

2003년 12월 말, 영국 레스터셔가 발칵 뒤집혔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진행되는 동안 발레리나를 꿈꾸던 10살 소녀, 로지 메이 스토리가 누군가에게 질식사를 당한 것. 로지의 부모를 포함한 50여명의 어른들이 1층에서 웃고 떠들면서 파티를 진행하던 중에 일어난 사건이어서 지역 사회는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붙잡힌 살인자는 17살 폴 스미스였다. 로지가 참석한 파티가 열린 곳은 스미스의 삼촌 집이었고 그 역시 문제의 파티에 참석중이었다.

the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했다가 ‘아스퍼거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17살 폴 스미스에게 살해된 10살 로지 메이 스토리.

영국 <비비시>(BBC)는 ‘폴 스미스’에 대해 “학교에 다녔던 11년 동안 ‘이상한 소년’으로 불렸다. 자폐 성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미스는 사건 발생 전에도 12살 소녀를 침대에 묶거나 또래 여자아이를 총으로 위협했던 전력이 있었지만 법적인 처벌은 받지 않았던 터였다.

스미스의 가족과 변호인은 재판 내내 “스미스가 충동적인 감정을 억제하기 어려운 ‘아스퍼거스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관은 1급 살인을 인정해 그에게 종신형을 내렸다. 2014년 1월 스미스 쪽은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며 무죄 혹은 감형을 바랐으나 항소는 기각됐다. 영국 언론은 “스미스가 범행 당시 17살이었기 때문에 최소 형량이 12년이었다. 만약 그가 당시 18살이었다면 최소 형량은 30년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성년’과 ‘미성년’의 형사 처벌 수위는 그만큼 크다.

■ 9살 이웃소녀를 살해한 15살 ‘우울증 소녀’

인천 10대 청소년의 초등학생 살인사건과 가장 흡사한 사건은 미국 미주리 주에서 있었다. 2009년 10월, 제퍼슨 시 조그만 마을에서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15살 알리샤 부스타만티가 이웃집에 살던 9살 소녀(엘리자베스 올텐)를 숲으로 유인해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하고 암매장했다. “사람을 죽이는 기분이 어떨지 알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엘리자베스를 살해한 날, 알리샤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방금 누군가를 죽였다. 목을 졸랐고 목을 그었고, 찔렀다. 굉장했다(It was ahmazing). ‘내가 이것을 할 수 있을까’도 생각했지만 꽤 즐거웠다. 지금 교회에 가야겠다. ㅋㅋㅋ(영어 표현상 lol)”

전직 미연방수사국(FBI) 프로파일러는 이와 관련해 “15살 소녀가 9살 소녀를 죽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사건을 보도했던 지역 기자 역시 “정말 믿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고 돌아봤다. 알리샤의 변호인은 “알리샤는 수년간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13살 때 자살을 기도한 적도 있었다”며 “평소 복용하던 항우울제 때문에 자해를 하는 등의 폭력적이 됐던 것”이라고 변호했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소녀의 계획된 이웃집 소녀 살해. 놀랍도록 인천사건과 닮지 않았는가.

3년 가까이 진행된 재판에서 알리샤는 1급 살인 혐의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검사와 합의를 거쳐 살인죄를 인정하면서 2급 살인으로 가석방 있는 종신형을, 또다른 혐의인 암매장 등으로 30년형을 받았다. <데일리메일>은 “알리샤가 최소 35년을 감옥에서 보내야만 가석방 등으로 출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 10대 살인자에서 20대 대학생 된 J.R.

폴 스미스나 알리샤 부스타만티처럼 10대 때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으나 10년 만에 새로운 삶을 시작한 ‘10대 살인자’도 있다. 남자친구와 공모해 부모와 남동생을 잔인하게 살해하고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10년 형을 선고받은 12살 제이알(J.R.)이 그 주인공이다. 익명을 보장하는 소년법상 제이알로만 불리는, 캐나다 최연소 복수(여러명을 죽인) 살인자는 지난해 5월 자유의 몸이 돼 캘거리 대학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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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때 8살 동생을 죽인 뒤 1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후 출소해 대학생이 된 제이알. 그의 이름과 얼굴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제이알은 2006년 당시 23살이던 남자친구 제레미 스테인크와 함께 나이 차이 때문에 둘의 교제를 반대하던 부모와 8살 동생을 살해했다. 스테인크는 제이알의 부모를 차례대로 죽였고 제이알은 직접 잠을 자던 동생의 목을 칼로 찔렀다. “부모없이 혼자 있을 동생이 걱정됐다”는 게 범행 동기였다.

제이알은 캐나다 소년법상 12~14살 사이 미성년자가 받을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인 10년을 선고받았으나 감옥에 갇혀 있던 시간은 고작 4년 반 정도밖에 안 됐다. 감옥 밖 그룹홈에서 감독관의 감시 하에 외출을 허가받는 등 자유롭게 생활했으며 캘거리대 부속 교육기관에서 수업도 들었다. 전 과목 에이(A) 학점을 받을 정도로 성적은 우수했다. 현재 22살이 된 제이알은 새로운 신분을 부여받았다. 앞으로 5년 동안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경우 살인자였던 ‘과거’ 또한 지워진다. “제이알이 살인 계획을 전부 세웠다”고 주장했던 남자친구 스테인크는 25년 동안은 가석방이 안되는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 10대 살인범의 이름을 공개하다

최근 캐나다에서는 전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된 한나 레플라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16살 한나를 죽인 전 남자친구도 미성년자여서 재판 내내 얼굴과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소년법정에서 살인을 어린 시절 불우했던 환경 탓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재판관은 그를 ‘미성년’이 아닌 ‘성년’ 형량에 맞춰 10년 동안은 가석방이 없는 조건으로 종신형을 선고했다. 그의 나이에 맞게 ‘미성년 범죄자’로 대우 받았다면 그는 6년 뒤 가석방으로 풀려날 수도 있었다. 어른 기준에 맞춰 형량이 결정되면서 그의 이름과 얼굴 또한 마침내 대중에 공개됐다. 스카일라 프로크너, 살인자의 이름이었다.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된 한나의 엄마, 자넷 레플라는 재판이 끝난 직후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마침내 스카일라 프로크너가 내 딸을 죽였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오늘의 승자는 아무도 아니며 아무 것도 이긴 게 없다. 그녀는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공허한 승리이기는 하지만 ‘승리’라고 말하고 싶다.”

8살 동생을 끔찍하게 살해하고도 10년 뒤 사회에 나와 새로운 이름으로 대학생이 돼 새 삶을 살고 있는 제이알과 사전에 계획한 대로 무고한 9살 이웃소녀를 죽여 사회와 최소 30년 이상 격리 된 알리샤.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한국의 10대 살인범은 과연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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