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토크] 동성 커플들이 '우리에게도 결혼과 이혼할 권리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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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일,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에서 앰네스티 한국지부, 허프포스트코리아, 구글코리아가 공동으로 주최한 '퀴어 토크'가 열렸다. 총 3부로 구성된 이번 행사에서는 '우리에게도 이혼할 권리를!'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동성결혼 법제화 문제를 말하는 시간도 있었다. 공개 결혼식을 올린 후 동성결혼 인정 소송을 진행 중인 실제 부부와 변호사, 인권 운동가가 모여 한국의 동성결혼 법제화 논의는 어디까지 와있는지, 이미 법제화에 성공한 나라들은 어떤 역사를 거쳤는지, 한국에서 동성 부부란 정말 '시기상조'인지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80여분의 대담 내용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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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김조광수(영화감독), 김승환((사)신나는센터 상임이사), 류민희(희망법 변호사), 오소리(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상임활동가)
정리 = 박수진 뉴스에디터
영상 = 이윤섭, 윤인경 비디오에디터

김조광수(이하 김) - 지난주에(6월 30일) 독일 하원에서 동성혼을 법제화하는 법률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가 됐어요. 그래서 독일이 세계에서 23번째로 동성혼을 법제화한 나라가 됐거든요. 얼마전에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대만에서 동성혼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2019년까지 2년 안에 동성혼을 법제화하는 법률을 만들라는 판결이 나왔죠.

그런데 (대만에서 동성혼 금지 위헌 판결이 난) 그날이 한국에서 동성애자 군인 A대위가 징역형 실형 선고를 받은 날이거든요. 그걸 대만 친구들이 알고 '우리는 기쁜 날인데 너네는 안됐다,' 그런 위로 메시지를 보냈어요. 그리고 지난주에 독일에서 동성혼 법제화된 날도 '한국은 언제 될 것 같아? 우리만 먼저해서 미안해' 이런 메시지가 왔고요.

예전에는 '한국은 점점 잘 되어가는 것 같다', '성과가 생기는 것 같다', 그런 메시지를 많이 받았는데 요즘은 위로 메시지를 주로 받아요. 그런만큼 오늘은 서로에게 위로하고, 응원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저는 영화감독이고 김승환씨와 결혼해서 4년째 잘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토크 제목이 '우리에게도 이혼할 권리를!'이에요. 처음에 앰네스티에서 "LGBT들의 이혼할 권리에 대해서 토크를 한다"고 해서, 제가 "결혼한 사람이 없어서 얘기할 사람이 저 밖에 없는 건가요?"라고 묻긴 했는데. 오늘 제목은 그렇습니다. 성소수자, 특히 동성애자들의 결혼할 권리. 오늘은 세 분의 이야기 손님과 함께 할 건데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류민희(이하 류)- 안녕하세요, 저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에서 일하는 류민희 변호사라고 합니다. 결혼권, 파트너십 권리를 위해 일하는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이하 '가구넷')에서도 일하고 있어요. 두 단체 다 이름이 긴데, 네, 운동하는 사람들의 고질병이에요.

오늘 저희가 가볍고, 덜 슬프게, 애써 웃으면서 '이혼할 권리'라는 제목으로 퀴어 토크를 하는데요. 사실 우리가 겪고 있는 차별과 배제의 문제는 웃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사실 이혼의 좋은 점은 뭐냐면 관계된 사람들이 서로 울고불고 머리 뜯고 싸우지 않고도 국가가 제3자로 나타나서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의해서 이만큼이 너희의 재산 분할 기준이고, 이건 이렇게, 이건 이렇게, 그런 식으로 경제적으로 취약한 배우자를 보호해주는 측면이 있거든요. 그런 응당한 권리를 동성 커플은 못 갖고 있는 건데요. 아시아에서 첫번째로 그걸 이루는 기회는 놓쳤지만, 더 늦어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상황인 것 같습니다.

오소리(이하 오)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에서 활동하는 오소리입니다. 저도 '가구넷'에서 류변호사님과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성소수자 활동가이면서 파트너와는 4년째 연애를 하고 있고, 5개월째 동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사자 입장에서도 오늘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김승환(이하 환) - 한국에서 LGBT센터를 짓고자 노력하고 있는 사단법인 신나는센터의 상임이사입니다. 서울프라이드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도 맡고 있습니다. 연애 13년, 결혼 4년째입니다.



'결혼할 권리'만이 아닌 '이혼할 권리'가 진짜 중요한 이유

김 - 류 변호사님이 이혼권과 관련해서 남녀 부부들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에게 국가가 역할을 갖고 나서주는데 우리에게는 아예 그런 부분이 없는 것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요. 사실 류 변호사님은 김조광수와 김승환 동성혼 소송의 담당 변호사이기도 하세요. 세계적으로 법제화가 어떤 추세로 진행되고 있는지 한국과 비교해서 말해주신다면요?

류 - 미국에서 2015년에 법제화가 됐는데요, 사실 미국도 사회 다른 이슈들에 비하면 많이 늦었죠. 워낙 한국에서 미국 상황이 갖는 문화적 위치가 크다보니까 그때 한국 안에서도 동성결혼이라는 의제가 많이 알려지고, 이게 정말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거 같아요. 그런데 이런 권리는 '혼인'이라는 이름으로는 2006년에 네덜란드에서 처음 도입됐지만 사실 1990년대부터 유럽에서는 동거중인 동성커플에 대해서 사실혼 이성 커플과 동등한 종류의 제도적 권리 부여가 있었어요. 의료보험 같은 분야에서 조금조금씩. 그러니까 이게 갑자기 일어난 일은 아니고 이전부터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진행되던 일이었고, 2000년대 이후에는 지역별로 동성결혼 법제화가 일어난 것이죠. 이웃국가에서 동성결혼을 인정했는데 이게 되어도 국가가 망하지 않는구나,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일 뿐이구나, 그런 식으로 영향을 받아서 중남미에서도 한꺼번에 되고, 이런 일들이 일어났죠.



usa federal same sex marriage white house

[2015년 6월 26일, 동성결혼 연방법 통과를 기념해 무지개색을 입힌 백악관]


그건 서구사회에서나 있는 일이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OECD 국가의 대부분이 동성결혼을 인정했고요, 한국이 교역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인정했어요. 그러다가 아시아 최초로 대만에서 그 일이 일어났고요. 대만에서는 법제화되기 전에는 지자체에서 동성커플등록증을 줘서 그걸 제시하면 가족으로 인정된다든지 그런 단계적인 변화는 대만에서 일어나고 있었어요.

일본도 2015년 11월부터 도쿄 시부야구를 시작으로 동성파트너십을 주는 지자체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구청장이 행정명령이나 조례 방식으로 공식화하면 그 지자체 안에서는 이들을 이성 부부와 똑같이 대해줘야 하는 의무가 사업자들에게 생기는 거죠.


*시부야구의 파트너십 인증서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세금 배우자 공제 등은 받을 수가 없다. 다만, 생명보험에 있어서는 각 민간 기업이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법률상 부부와 마찬가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라이프넷 생명보험이 처음으로 11월 4일부터 동성 파트너를 생명보험 수익자로 지정할 수 있게 했고, 일본생명 역시 곧 동성 파트너를 수익자로 인정할 예정이다.

라이프넷 생명보험의 이와세 다이스케 사장은 "작은 노력이지만 세상이 크게 변화하는데 한 걸음이 됐으면 좋겠다"며 "이런 노력을 통해 비전통적인 가족의 형태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일본 사회가 동일하게 배려하는 움직임이 퍼져나가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 2015년 11월 5일

lgbt japan



김 - 국가적으로 법제화가 되어서 전국적으로 하는 일은 아니지만 지자체 중 그런 걸 시행하는 곳이 있다?

류 - 네, 그래서 사업주가 이걸 어겼다고 해서 처벌을 할 순 없지만 일종의 권고 의미가 있는 거죠. 그 지역 코스트코 가면 가족카드 줘야하고, 그런 식으로. 사실 가장 좋아졌다고 할 수 있는 건 병원에서 가족으로서 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건데요. 일본에서 현재 7개 지자체에서 가능해요. 한국으로 치면 광역시 같은 규모에서는 삿포로시에서 최초로 했어요. 그런 식으로 지자체가 늘고 있고, 사기업에서 동성커플에 이성커플과 같은 사내 복지 혜택을 준다든가, 트랜지션 치료에 대해 병가를 준다든가, 그런 식으로 성소수자 친화적인 정책을 하는 곳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기업 노동자들이 편안하게 일해야 좋은 성과도 나오고, 한 사람의 가능성을 다 펼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하는 일이고요. 특히 아시아에서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요.



"동성결혼은 한국에서 '시기상조'"라고 말하면 안 되는 이유

류 - 한국의 경우에서 가장 아쉬운 건, 동성결혼 이야기를 꺼냈을 때 가장 흔하게 하는 얘기가 '시기상조'예요.

김 - 그렇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혹은 "나중에".

류 - '시기상조'라는 얘기는 2000년대 초반에도 했거든요. 십 몇년 동안 시기상조인 게 어딨어요. 그동안 한쪽이 돌아가신 커플들이 있어서 생존 배우자가 재산 문제 때문에 너무 힘들어한 경우가 있었고, 비슷한 상담도 제가 많이 했거든요. 그게 언론에 안 알려져서 그렇지. 전 한국 정부가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지금도, 이 순간도 차별받고 있는 사람들한테 시기상조고, 사회적 합의 있을 때까지 기다려라, 말하는 건 사실 여기 계신 두 분한테도 못할 짓이고요.

그래서 한국은 어떤 곳에서든 빨리 앞으로 나아가는 흐름이 보여야 하죠. 당사자들한테도 못할 짓일뿐만 아니라 정말 뒤쳐지는 것이거든요. 평등의 흐름에서 뒤쳐지는 거. 그런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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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 영화감독]


김 - 저한테도 많은 분들이 그런 얘기를 해요. 그냥 둘이 잘 살면 되지. 두 사람은 가족들도 다 지지하는데 둘이서 잘 살면 되지 꼭 결혼을 하려고 하냐, 왜 동성혼이 법제화돼야 하느냐. 그리고 아직도 반대하는 사람 많은데 그냥 자기들끼리 잘 살면 되지 않나? 이런 얘기도 많이 하고. 굳이 법제화가 필요한 이유는 뭔가요?

오 - 말씀하신대로 그런 얘기를 많이 해요, 떼쓰지 말라고. 그냥 니들끼리 잘 살아라. 하지만 '니들끼리 잘 산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게 실제로 가족으로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이 사회 제도적으로 불이익 받는 게 많이 있어요.

한국에도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들이 이미 많이 있어요. 이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관계를 인정받고 살아가고 있는 성소수자 가족들이 법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건데요. 동성커플을 비롯한 성소수자 가족들은 실질적으로 서로의 보호자가 돼서 서로 의지하고, 함께 살고 있는데 사회에서 그들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삭제해버리는 거죠.

가족을 이루고 살아갈 권리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기본권을 국가가 앞장서서 누리지 못하게 한다는 건 저희를 이등시민 취급하는 거겠죠. 서로의 관계라는 것은 누군가의 합의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혼을 할지 말지 선택은 본인에게 있는 것이고, 선택지조차 없는 지금의 현실이 불평등한 거죠.

기존 제도가 잘못됐건, 잘됐건, 기존 제도에서의 배제는 엄연한 평등권 침해입니다. 한국에서 동성혼 뿐 아니라 많은 성소수자 인권 쟁점들이 있는데요. 성소수자 인권을 보장하는 법적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요. 현재 한국에서 성적 지향, 성 정체성, 이런 식으로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직접으로 명기하는 곳은 국가인권위원회뿐이고요. (관련 기사: 인권위 '성소수자 차별 금지 규정을 이유로 인권조례 폐지는 부당' 2017년 6월 8일)

2014년 12월에 서울시민인권헌장이 폐기된 사건이 있었는데요. 서울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든 인권헌장인데, 거기에 성적 지향, 성 정체성으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게 차별선동세력에 의해서, 서울시에서 일방적으로 폐기했어요. 그래서 당시 시청을 점거하고 무지개농성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농성 끝에 박원순 시장이 사과를 하긴 했어요. 그랬지만 결국 인권헌장 선포는 무산됐죠.

2015년 여름에 대전시에서 성평등 조례가 제정되려고 했는데 여기에도 성적지향, 성 정체성 조항이 들어갔어요. 그런데 여성가족부에서 직접, 양성평등기본법에는 성소수자가 포함되지 않으니 성평등 조항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삭제를 한 거죠. (관련 기사: 여성가족부가 대전시 '성소수자 조례' 삭제를 요구했다 2015년 08월 11일)

이런 식으로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켜주는 법안들이 제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예요. 학생인권조례 역시 성소수자 인권 내용이 들어가면 수정되고, 삭제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법도 지금 10년째 제정을 못하고 있는 상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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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인권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시청 로비에서 서울시민 인권헌장 선포를 촉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였다. 참가자들은 농성 시작일인 6일보다 앞선 1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반동성애단체의 방해를 핑계로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을 늦추지 말고 조속히 선포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아실텐데 군형법 92조의6 관련해서 얼마전에 A대위가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죠. 이 조항을 빌미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성소수자를 색출하고 수사를 하라 이런 지시를 내렸고 실제로 수사했고, 구속됐고,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일이 있었죠.

한국에서 성소수자가 가시화되면서 이슈가 되고 있는 건 전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어요. 보수계 기독교를 필두로 한 엄청난 혐오 공세가 있는데요. 그에 맞서기엔 확실히 인적 물적으로 버거운 상황이에요. 그래도 그만큼 시민사회운동에서 성소수자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고. 청년층의 인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죠.

김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에 새로 들어오는 회원들에게서도 그런 변화가 느껴지나요?

오 - 아무래도 최근 들어서 20대 청년층 회원 유입이 되고 있어요. 이런 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제도화 운동을 하는 것에 관심 많이 갖고 있어요. 스스로 성소수자로서 살면서 제도가 존재하냐 아니냐의 차이를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김 - 김승환씨는 당사자잖아요. 물론 저도 당사자지만. 아까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굳이 결혼식을 해야하는지, 결혼식 했으면 되지 혼인신고해서 법적으로 인정받아야 하는지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당사자로서 결혼식, 혼인신고, 법제화, 이것과 관련한 본인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환 - 결정적으로 제가 결혼을 결심한 계기가, 같이 밥을 먹다가 김조광수 감독님이 이가 흔들린 적이 몇 번 있어요. 그래서 병원에 갔더니 부정교합이 너무 심해서 부정교합이 심해서 양악수술을 빨리 받아야 한다고 하시는 거예요. 아니면 안쪽 어금니가 다 빠질 거라고. 그래서 급하게 수술을 하게 됐어요. 저도 동거인이자 배우자로서 병간호를 하다가 수술을 앞두고 사인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저한테 누구시냐고 해서 "제가 남편인데요", 했더니..

김 - 의사선생님이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남편이라니, 여기 남잔데?

[김승환이 말하는 '내가 결혼을 결심한 이유'(영상)]



환 - 사인을 제가 못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사실 저희는 이런 이런 기사도 나왔었고, 영화계에서도 다 알아요," 얘기를 해도 그것과 관계없이 안 된다고 하시면서 가족을 부르라고 하시는데, 감독님의 여동생이나 어머니는 다 지방에 계세요. 그래서 올라오실 수 없고 결국은 평소에 연락 안하는 형이 오셔서 사인하셨거든요. 그리고 또 다시 두 분이 대화를 안하셨고. 결론적으로는 그때 이게 되게 실질적인 문제구나 생각 든 이유가 이 수술이 시간을 좀 기다릴 수 있어서 괜찮았지만 만약 긴급을 요하는 것이었다면 이건 목숨에 관련한 문제였던 거죠. 그때 제가 결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결혼한 다음에도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대표적인 것 하나는 저희가 결혼하고 같이 살 곳을 구할 때예요. 공인중개사 아주머니가 저희랑 친해서 적극적으로 알아봐주셨어요. 여긴 어떻고, 저긴 어떻고 하면서. 그런데 저희한테 신혼부부전세대출을 알아봐주시겠다는 거예요. 저희가 안 된다고 했는데 그분이 직접 알아보시더니 진짜로 안 된다면서 화를 내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어머니... 안 된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말하기도 했는데. 제가 부부로서 인정 받느냐 아니냐가 삶과 밀접한 문제란 걸 그때도 많이 깨달았어요.

김 - 같은 이야긴데, 제가 수술받을 때 저도 그런 생각 들었어요. 김승환씨가 말했듯이 이게 위급한 수술 아니었으니 망정이지 위급한 수술이었으면 어땠을까. 또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일단 제가 19살 많거든요. 제가 먼저 갈 가능성이 높잖아요. 제가 먼저 가고 나서 김승환씨 혼자 남았을 때 저와 관련된 어떤 것도 자연스럽게 자기 것으로 갖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희 가족들이 지금은 착해보이지만 제가 죽은 다음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사실 모르는 거잖아요. 이거는 내 아들 거야, 이렇게 소유권을 주장하신다면 김승환씨는 법적 권리가 없으니까 이성애자 가족들처럼 못하겠구나, 제가 김승환을 위해서라도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환 - 아버지가 최근에 퇴직을 하셔서 기념으로 어머니랑 미국에 휴가 가실 계획이세요. 그래서 제가 비행기표를 끊어드리면서 마일리지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를 알아봤는데 아버지 마일리지가 부족해서 두 분 같이 업그레이드가 안되는 거예요. 마일리지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순간적으로 광수형 마일리지 엄청 많은데! 이런 생각이 들어서 알아봤죠. 결과적으로는 제 걸 쓰셨어요. 저는 가족관계증명 제출하고 복잡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부모자식관계인 게 다 조회가 되니까 "이름만 등록하시면 돼요" 하더니 너무 쉽게 제 마일리지가 쏙 빠져나가는 걸 봤거든요.

김 - 제가 한번은 아시아나항공에 전화해서 김조광수라고 했더니 "어머 감독님" 하면서 아는 척을 하시길래 김승환씨랑 결혼한 것도 아시냐고 했더니 알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잘 됐다 싶어서 둘이 마일리지 공유하려고 전화했다, 합칠 수 있게 도와달라 했더니 "어........" 하더니 규정상 안된다는 거예요. 사기업인데 왜 안 되느냐고 했더니 규정에 가족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가족관계등록부를 첨부해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는 가족으로 등재안돼있으니까 본인이 아무리 잘 알고 해주고 싶어도 안 된다, 이렇게 답하더라고요. 국가가 못해주는 것을 사기업에서는 고객 유치를 위해서라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대한항공 안 타고 아시아나 타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해줘야하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도 안 된다고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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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사)신나는센터 상임이사)]


오 - 제 지인의 이야기인데 그분의 파트너가 아파서 입원했는데, 본인이 보호자가 되지 못하니까 보증금을 내고 입원시켰대요. 그런 적 있으세요? 보증금을 내고 입원하는 경우. 그리고 파트너가 입원비나 치료비를 내줄 수는 있지만 가족들이 보는 진료 기록은 볼 수 없고요. 이런 것처럼 의료 문제에서 배제되고, 파트너가 사망했을 때 장례 절차에서 배제되고, 유산 상속에서도 배제되고요.

김 - 실제 사례들을 얘기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다가오는 게 의료와 관련된 거 같아요. 저희도 그랬고. 류변호사님이 맡은 사건 중에 사망 이후 갈등 있던 사건 있었죠?

류 - 이런 일이 본인들에게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하셨던 것 같아요. 나이 많은 세대의 커플들은 본인들의 삶을 결혼 제도와 상관 없이 생각하시고, 부부가 아니면 어떤 권리가 없는지도 사실 잘 모르세요. 배우자 사망이 닥치고 나서야 내가 법적 상속인이 아니구나, 이렇게 되는 거죠. 신문에도 났던 케이스인데요. 한쪽 배우자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는데 재산 명의가 다 그분 걸로 돼있었어요. 유언장을 쓰신 일도 없었고. 그때 연락도 없던 온 가족이 갑자기 가족들이 나타나요. 두 분 사시던 아파트도 돌아가신 분 명의로 돼있었는데 가족들이 아파트 열쇠 바꿔놓고. 돌아가시면 아무 법적 권리가 없기 때문에 만약 그분이 혼자 그 집에서 계속 살면 사기죄나 절도죄로 고소고발될 수도 있는 거고요. 사실 본인이 평생을 의지한 배우자가 돌아가셨잖아요. 그래서 마음 상태도 좋지 않은데 경찰서 가서 조사에 응해야 하는 상황인거예요. 그게 너무나 슬프죠.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평등한 권리를 받기까지 기다리세요' 그럴 순 없는 거잖아요. 법률혼이 없는 동안 전세계의 성소수자들이 사실 많이 창의적으로 대체했어요. 꼭 우리를 위해서 고안된 건 아니지만 기존의 법제도들을 활용하는 노력들이 있었는데 일본에서도 그런 식으로 많이 했죠. 한국에서도 요즘은 그런 문서를 공증받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보통 4가지 정도의 문서를 많이 써요. 물론 수천가지 문서를 써도 혼인을 대체할 수는 없어요. 원래 혼인 대체로 고안된 제도들이 아니니까.

김 - 결혼은 신고해서 접수만 되면 되니까요.

류 - 혼인신고는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길 가다 만난 모르는 이성과 손잡고 가서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 두 분은 이 상태로 수십년을 살아도 법적 인정이 안 되죠. 그러면 어떡해요, 권리 빼앗긴 사람들이 뭐라도 찾아서 보호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아까 말한 재산 분쟁 같은 게 없으려면 보통 '동거 계약서' 이런 걸 써서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하고 재산은 어떻게 하고, 그렇게 해놔요. 일본 일부 지자체에서도 그런 문서를 공증 받아왔을 때 '당신들은 그런 사이구나' 인정해주는 거고요. 재산 문제만 놓고 보면 유언장을 써서 대체하기도 하죠.

의료 문제 관련해서는 서구에서는 '포괄적 의료 결정서' 이런 이름의 위임장 같은 걸 써요. 그런데 한국엔 아예 그런 관행이 없고, 연명치료에 관한 동의서 같은 걸 사용할 수는 있는데 완벽하지는 않아요. 다만 우리는 이런 거 쓰는 게 좀더 보편화되고, 병원에서도 이런 걸 들어줘야 하는 거다, 그런 쪽으로 가는 걸 저희가 기대하는 거고요. 몇 년 전에 한국에도 도입된 성년후견인제도를 써서 한 분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상황이 어려워졌을 때 재산 관련 처리할 수 있는 게 있는데 요즘은 이걸 권장해드리려고 하고 있어요.

김 - 미리 해놓는 거네요?

류 - 네, 미리 해놓으면 한 분이 나중에 건강이 안 좋아졌을 때 후견이 시작되죠. 공증 받으면 되는 건데, 이걸 좀더 활용하면 좋을 거 같아서 앞으로 캠페인을 좀 해보려고 하고 많이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사실 속상한 일이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가능한 범위에서 안정되고 보장받을 길을 찾아야죠.

이게 좋은 제도인데 아직 많이 안 알려졌어요. 일본 후생성(한국의 보건복지부)에서 성인 후견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냈는데요, 그 해설에 '가족이란 실제로 의지하고 지지하는 사람이지 법률상의 친족만 가족으로 볼 게 아니다' 이렇게 해놨어요. 동성파트너십계약이나 동거 계약을 가져오면 인정해주라는 취지로 설명해놓은 거죠.


taiwan same sex marriage

[2017년 5월 24일 대만 타이페이 의회 앞에 모인 성소수자 인권 지지자들이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 법제화가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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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에서 동성결혼 법제화 지지를 위한 대규모 집회가 열린 2016년 12월, 쌍둥이 딸을 함께 양육하고 있는 Hope Chen(왼쪽, 37세), Zoro Wen(34세) 커플이 AFP와의 인터뷰에 응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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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타이페이에서 열린 '프라이드 행진' 참가자]


오 -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 대부분이 직장 다니잖아요. 그런데 가족 관련된 복지를 못 받는데 아까워요. 배우자의 가족들의 결혼이나 초상 있을 때 경조휴가 쓰기 어렵고. 일반 연차 쓰고 신혼여행 가고. 사소한 것 같지만 차별당하는 걸 많이 느끼고요. 저만 해도 얼마전에 동거를 시작하면서 신혼부부전세대출 같은 제도도 이용 못 해서 가족한테 돈을 빌렸고, 전입신고를 했을 때는 관계가 동거인으로 나오더라고요. 사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동거인'으로 찍혀 나오니까 좀 그렇더라고요. 우리 관계가 이거 밖에 안돼? 그런 생각도 들고.

김 - 그래서 저희는 기분 나빠서 각자 세대주로 신고했어요. 부부로 등록해주지 않으면 우리는 동거인 따위는 하지 않겠다, 그래서 주민세가 각자한테 나옵니다. 그런데 사실 공개적으로 결혼해서 좋은 점도 있어요.

환 - 전 이웃들이 달라진 거 같아요. 전엔 동네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거든요. 저 사람들은 무슨 관계길래 남자 둘이 손을 잡고 장을 보러 다니나. 그런데 공개적으로 결혼식 한 다음에는 그런 일상에서 사람들이 미리 알고 보니까 편한 게 있죠.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에는 법적으로 결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마을에서 부부로 인정받느냐가 중요했던 때잖아요. 그래서 부모님들이나 동네 지인들 역시 저희를 봤을 때 부부라고 생각하게 된 게 그것대로 좋은 점이죠.

김 - 부부라고 정확히 호칭을 해주지는 않지만 결혼한 사람들로 생각하는 거. 남편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부인이라고 하기도 뭐하니까 호칭을 뭐라고 해야하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을 때도 있고요.



법제화 전에도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김 - 아까 일본 사기업들의 정책 얘기 하셨는데 한국은 그런 기업이 전혀 없나요?

환 - 러쉬코리아가 전부터 매장에 성소수자 직원을 공개적으로 채용해왔는데, 최근에 공식적으로 회사 내규를 바꿨어요. 동성 커플인 경우 그 관계를 동등하게 인정해줘서 결혼휴가, 가족수당, 출산휴가 같은 거 다 누릴 수 있도록. 그리고 동물권을 인정해서 반려동물도 가족으로 인정해서 사료비 이런 것도 주시고. 독신으로 평생 살겠다고 공언해도 축의금하고 휴가를 준다고 하더라고요. (관련 기사: 독신 선언한 직원에게 ‘축의금'과 ‘휴가'를 주는 회사가 있다 2017년 6월 1일)

김 - 이런 사례가 더 많이 알려져야 할 것 같아요. 한국에도 저런 사례가 있구나 하고. 사실 영국 브랜드지만 한국지사니까 독립적인 회사잖아요. 외국 기업이니까 그런 거 하지, 그렇게 볼 게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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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 이번에는 미리 보내주신 질문을 여기 계신 분들께 해볼게요. "최근 독일 동성결혼 법제화가 이뤄졌는데, 독일 안에서는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요?"

류 - 영리하게 운동을 시작한 케이스인 것 같아요. 주변 국가인 네덜란드에서 하니까 우리도 있어야 한다고 고민하던 게 출발이었고. 한국의 헌법으로 볼 수 있는 독일 기본법에 보면 '혼인은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는 표현이 있는데 여기서 혼인이 이성혼만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당장 동성혼 법제화를 하기엔 어렵지 않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어요. 그래서 동성파트너십을 입법(*2001년)하면서 혼인과 너무 비슷하면 안 될까봐 차이를 많이 두는 제도로, 대체 수단으로 만들어서 거기에 등록하는 동성 커플들이 많았죠.

그러다가 점차 헌법재판소에서 이들을 차별하는 게 위헌이라고 보면서 세금 문제 같은 것들이 하나씩 점점 보완이 됐어요. 그래서 2010년에는 거의 95% 결혼에 가까운 제도가 됐거든요. 그래서 이거 이혼만 뺀 결혼인데, 결혼 안해주는 것 이상한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분위기가 된 거죠. 분리는 그 자체로 차별이거든요. 똑같이 제도에 진입하게 해야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많이 있었고 유권자 70%이상이 당연하다고 얘기하는 상황에서 지난 2주 동안 논의가 급물살 타면서 이번에 법제화에 성공한 거죠. 다수 유권자가 그렇게 생각하는데 계속해서 정당들이 미루면 다음 선거에서 불리하지 않겠느냐 생각한 거죠. 사민당에서 먼저 연정을 깨고 밀어붙이려는 흐름이 있으니까 메르켈 총리가 그냥 자유투표를 하자고 슬쩍 풀어준 거고요, 자유투표가 되니 당연히 의회에서 통과가 됐죠. 그렇게 몇년 끌던 게 일주일만에 갑자기 급물살을 타더라고요.



germany same sex marriage

[6월 30일 독일 베를린의 의회에서 동성결혼 법제화 법안이 통과되자 녹색당 폴커 벡 의원이 당 동료들과 함께 축하하고 있다.]


이번 독일 사례로 제가 느낀 건 대중이 준비됐는데 정치권이 막고 있는 상황이 오면 결국은 정치권이 거기에 굴복하는구나, 그래서 이게 한국에도 좋은 교훈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기회라는 게 갑자기 올 수도 있는 거니까요.

김 - 다음 질문은 고민이 많아 보이는데. "성 정체성은 정말로 타고나는 것이고 바뀌지 않나요? 그 정체성은 언제쯤 형성되나요? 주변 LGBTQ에게 묻자니 무례한 질문일 거 같아서, 지금까지 너무 궁금했는데 속만 썩이고 있었어요." 너무 궁금했는데 너 그것도 모르냐고 하거나 무례하다고 할까봐 못했나봐요. 오소리님이 답해주시겠어요? 어렵나요?

오 - 이런 생각 하시는 분들이 진짜 많은 거 같아요. 일단 성 정체성은 고정된 게 아니고,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는 개인에 따라 다르겠죠. 찾아가는 과정이다보니까 누구는 5살때, 저는 23살때, 누구는 장년이 돼서 확립하기도 하고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거 같고요.

저는 성 정체성은 선천적인 것일 수도 있고 후천적인 것일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중요한 건 성 정체성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 선택이 아니라서 누군가에 의해서 변할 수 없고, 본인이 직접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확립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혐오선동세력 쪽에서 이런 말을 많이 하잖아요. 후천적인 거니까 '전환치료를 해야한다, 할 수 있다, 바뀔 수 있다.' 사실 그런 전환치료는 굉장히 그 자체로 폭력적이잖아요. 교회에서 전환치료 한답시고 감금하고 폭력 행사하기도 하고요.

진짜 중요한 건 성 정체성이 무엇이든 관계 없이 권리를 인정받고 평등하게 살아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과학계에서 '성 정체성은 후천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라고 결론내린다고 쳐요. 그런다고 폭력적인 전환치료에 동의할 거 아니잖아요? 전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가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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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상임활동가)]


문재인 정부와 성소수자 인권 운동

김 - 다음 질문. "현 정부에서 LGBT의 삶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없습니다. 어찌 생각하시나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동성애 반대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관련 기사: "동성애 반대합니까?"에 대한 문재인의 단호한 답변 2017년 4월 25일)

환 - 전 어떤 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클린턴 정부랑 비슷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 클린턴 역시 개인적으로나 여러 주변 지인들의 상황 봤을 때는 동성애자 권리를 지지하고 인정하지만 정치적 판단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패를 선택하는 거죠. 문재인 정부는 최소한 적대시하는 정책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대신 클린턴 정부 때 LGBT 운동이 많이 성장한 것처럼 우리 성소수자 운동이 어찌 보면 이 5년 동안 최대한 우리의 역량을 키워서 독일, 대만이 그랬듯이 어느 순간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게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면 결국은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결혼한 거 같아요.

김 - 어머 제가 이런 분하고 살고 있어요.

환 - 제가 운동권이 아니었는데 하고 있네요.

(객석에서 질문) - 한 명이 상대방을 입양하는 게 법적으로 가족이 되는 쉬운 방법이라서 그렇게 하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그건 어떻게 보시나요?

김 - 일본에서는 동성 커플의 입양 케이스가 많다는 얘길 들었는데, 한국과 일본이 다른 것은 일본은 원래 가족과 절연하지 않아도 입양이 가능해요. 그런데 한국은 원 가족과 절연해야 해요. '이제 우리 아이는 우리 가족 아니고 저 가족 되는 거다'에 대한 부모 동의가 필요한 거예요. 그런데 어느 부모가 그걸 해주겠어요.

류 - 일본의 입양이 쉽다는 점이 일단 한국과 다르고요. 한편으로 저는 이걸 이제는 '대체수단으로 사용해보세요' 하고 권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봐요. 일본 운동 진영에서도 최근엔 입양을 적극적인 옵션으로 얘기하지는 않는 이유가 있는데, 이제는 정말 동성결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한때 친족이었던 관계가 나중에 결혼하는 데 지장이 있을 수 있어서라고 해요. 법률상담으로도 들어온다고 하고요. 파양을 해도 기록이 남아있어요.

그런 식의 우회로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것도 약간 때가 지나지 않았나. 예전에 BL에서나 보던 거고 이제는 적극적으로 권장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김 - 예전 같았으면 실질적으로 권리가 생기는 방법이니까 그런 것들을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전세계가 동성결혼 법제화하는 마당에 시대에 뒤떨어진 게 될 수 있고, 문제도 되겠네요.



사람들은 '나는 모두가 평등한 좋은 나라에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광장에 나온다

김 - 마지막으로 한국에서의 동성결혼 법제화를 위해 어떤 활동들을 하시는지, 하실 계획인지 말씀해주세요.

류 - 동성혼이 법제화된 국가들 보면 마지막 순간에 국회에서 통과되거나, 사법기관이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 꾸준히 입법도 시도해보고, 개인적인 소송도 하고, 그런 식으로 사회적으로 계속해서 대화가 이뤄지게 만들었거든요. 국회든 지방의회든 법원이든 헌법재판소든. 그런 식의 사회적 대화를 계속 시도할 거예요. 이게 옳다 생각하십니까, 자꾸 묻는 거죠. 이건 모두의 책임이다, 특히 자기가 누리는 권리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권리를 가졌는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여기 이 사람들도 가져야하지 않겠습니까?'라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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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민희(희망법 변호사)]



대만에서 지난 12월에 시위했을 때, 대만 전체 인구가 한국보다 적은데도 20만명이 나왔어요. 그 사람들이 다 성소수자일 리 없거든요. 한국에서도 이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나는 모두가 평등한 좋은 나라에 살고 싶다, 행복한 인구가 늘어나는 나라에 살고 싶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저희 얘기를 많이 전하는 게 목표입니다.

모든 장소에서 이런 논의를 진전시키는 게 가능해요. 직장에 있다면 노조에서 이런 의제가 있다고 말하면서 대화를 시도한다든가, 캠페인을 후원한다든가, 여러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어요. 절대 팔짱 끼고 몇 사람이 영웅적으로 법원 가서 이뤄지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런 식으로 이뤄진 일은 여지껏 없었고, 사람들이 자기 입장을 갖고 얘기했을 때 이뤄지는 일들이었습니다. 저희는 하루라도 빨리 당겨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거기에 모든 분들이 동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 - 저는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좀더 커밍아웃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국 판결 중에 성소수자 인구는 어느 국가든 3~5%, 조사에서 10%까지라고도 하는데요. 3%라고 하면 이 사람들을 아는 사람들을 합치면 인구의 30%까지 된다고 해요. 이게 내 일 아니고, 남의 일이라 거리낌 없이 혐오를 표출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나의 일, 내 가족의 일, 내 친구의 일이면 그렇게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당사자들이 커밍아웃하기가 쉽지 않고 강요할 수도 없는 거죠. 그래서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의 커밍아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성소수자 있다는 걸 주위에 알리고,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성소수자 상징 뱃지를 가방에 달고 다니거나 학교 직장 집에 붙여놓는다거나 그런 식으로 주위의 성소수자들에게 여기는 안전하고, 친화적인 공간이라는 걸 드러낸다면 당사자들이 쉽게 커밍아웃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여전히 성소수자들을 가시화하고 운동을 대중적으로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 - 저도 커밍아웃 운동이 절실하다고 생각해요. 여성운동이나 흑인인권운동은 처음부터 당사자들이 겉으로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었죠. 그런데 성소수자는 자기가 먼저 정체성을 찾고, 그 다음에 바깥 세상에도 드러내는 과정이 있어요. 단계가 많다보니까 가시화가 다른 인권운동보다 부족한 것 같아요.

전 되게 보수적인 도시에서 자랐거든요. 남중남고 같이 졸업한 마초적인 친구들조차 제가 커밍아웃하고 결혼한 뒤에는 직장 술자리 같은 데서 누가 혐오발언하는 걸 보면 자기가 성소수자들을 대변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내 친구를 봤을 때는 그건 바른 말 하고 있지 않은 거라고. '나의 커밍아웃'은 '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말씀하셨듯 30%에 영향을 미치는 거죠. 제가 계획하는 게 지역별로 LGBT 센터 건립하는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래 잘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끝.

대담 풀 영상 보기:

관련 기사 1: [퀴어토크] 커밍아웃을 하려는 10대, 20대에게 성소수자 부모들이 하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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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9. 왜 동성 간에 결혼을 하려고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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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16년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현장도 즐거웠다(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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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성소수자 인권운동가·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 "중요한 것은 프라이드와 정치세력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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