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BJ들의 영향력에 초등학교 교사들이 겪는 고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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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유튜버 '신태일'은 지하철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7일 현재 512만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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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그의 유튜브 채널의 '인기 업로드 영상' 목록의 일부이다.

▶ 신태일 [톨게이트 간지나게 무료로 통과하는법ㅋㅋ]
▶ 신태일 [친구에게 비아그라 몰래먹이기ㅋㅋ]
▶ 신태일 [공중화장실에 똥싸는 사람 욕하고 문 발로 차고 튀기!]

중앙일보는 7일 이 영상에 대해 보도하며 '신태일'이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모으는 유튜버라고 전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신태일'과 같은 유튜버나 BJ가 스타급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이들이 노리는 주요 시청 타깃 역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다. 초등학생들은 이런 BJ들을 흉내낸 영상을 찍어 친구들과 공유하고, 패러디해 BJ들에게 보내기도 한다.

지난 6월 28일 뽐뿌루리웹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초등학교 교실의 우리반 금지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한 초등학교 교실에 붙은 안내문이 포함됐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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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금지어'들은 대체로 인터넷 방송에서 자주 쓰이는 것들로, 조선에듀가 소개한 의미는 다음과 같다.

▲패드립(‘패륜’과 ‘애드리브’의 합성어로, 패륜적인 의미를 담은 언어를 말함) ▲관종('관심종자'의 줄임말) ▲기모찌(‘기분 좋아’ 일본 성인물에 자주 등장하는 대사) ▲아무것도 못하죠~(인터넷 게임 방송 유행어) 등이다.

특히 이 가운데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의미를 가진 단어들이 눈에 띈다. ▲네 얼굴 실화냐(상대방의 외모를 비하할 때) ▲에~어~(상대방의 말을 자를 때 쓰는 말) ▲심각~하다(상대의 단점이나 잘못을 비꼴 때) ▲박수치며 비하하기 ▲응, 아니야(상대방의 말을 무시할 때) 등이다.

- 조선에듀(2017. 6. 30.)

주간동아에 따르면 이는 인기 유튜버인 '철구', '로이조' 등이 사용하는 단어로 '철구체'라고 불리기도 한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하나의 대명사가 된 '철구'의 인기 영상 목록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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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이며,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여기고 약자를 비하하는 뜻을 담은 용어들을 사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단어들은 무비판적으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고 있었는데, 실제 초등학교 교사들은 이런 유튜버들의 영향으로 인한 문제를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서울에서 초등학교 2학년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 A씨는 허프포스트코리아에 "고학년 학생들은 (혐오의 뜻을 가진 이런 단어들을) 정말 많이 사용하고, 저학년의 경우에도 꽤 사용한다"라며 "고학년들에 언니나 오빠가 있는 저학년들이 이 단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친구들에게 전파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 교사는 "젊은 교사들은 이런 단어를 쓰는 BJ들이 어떤 방송을 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거나 교실에서 사용하지 말라고 하지만, 연세가 있는 선생님들은 전혀 모르시기에 문제삼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부모님들께 말씀드려도 부모님들이 단어의 의미를 몰라 문제삼지 않아, 가정에서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A교사는 "이런 단어들이 본인의 생각이 정립되지 않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다 보면 나중에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비하나 혐오의 의미를 담은 단어를 사용하는 것 외에, 실제 BJ들의 행동을 따라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지역과 담당학년을 밝히기를 거부한 B교사의 학교에서는 얼마 전 '신태일'과 관련된 문제가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피해 학생이 입은 의상을 보고 학급 학생들이 "'신태일' 옷이다"라며 "'신태일' 흉내를 내 보라"고 시킨 것.

학급 학생들은 이 학생에게 "(신태일처럼) 가게에 들어가서 공짜로 달라고 소리를 질러라", "(신태일처럼) 어린 아이들의 물건을
뺏어와라"와 같은 것들을 시켰다.

B교사는 "아이들은 이런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고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 충격적이었다"라며 "아이들은 확실히 그런 동영상 컨텐츠에 영향을 엄청나게 받는 것 같다"고 허프포스트코리아에 전했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초등학교 한 학급당 평균 5명은 장래희망으로 BJ를 꼽는다. 그만큼 초등학생들에게 선망 받는 일이고, 영향력이 있는 직업이라는 의미다.

그렇게 BJ와 유튜버들의 위상은 높아졌으나 문제가 되는 방송도 늘어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2016년 '유해 콘텐츠' 제보를 받아 심의한 인터넷 방송 건수는 718건으로, 1년 사이 4배 이상 뛰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방심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방송 중 위법행위가 아닌 욕설이나 기행을 벌인 것만으로는 제재가 어렵다"고 답했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인터넷방송 논란은 커지는데 등급 제한을 강제할 법 규정은 없다”며 “지나친 욕설이나 음란 영상이 반복될 경우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제공한 사업자가 불이익을 받게 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중앙일보(2017.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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