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역사적 참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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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s Prime Minister Shinzo Abe attends a lower house committee session at the parliament in Tokyo February 4, 2015. Abe said on Wednesday he was deeply angry over the "outrageous" killing of a Jordanian pilot, who was apparently burnt to death by Islamic State militants, and repeated Japan's resolve not to give in to terrorism. REUTERS/Toru Hanai (JAPAN - Tags: POLITICS CIVIL UNREST CONFLICT) | Toru Hanai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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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이 2일 치러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역사적 참패를 당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었고, 개헌 추진 동력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이날 치러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대항마로 최근 급부상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세력이 과반수를 차지할 것이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유권자 3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출구조사 결과 고이케파가 전체 127석 중 73~85석을 차지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도민퍼스트회는 48~50석을 획득해 자민당을 누르고 1당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도민퍼스트회와 연대한 공명당(21~23석)과 도쿄·생활자 네트워크(1~2석) 그리고 도민퍼스트회가 지지한 무소속 후보(3~10석)까지 합치면, 고이케파의 과반수 획득은 확실한 것으로 예상됐다. 자민당 소속이었던 고이케 지사는 지난해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으로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인물이며, 지난달 지역 정당 ‘도민퍼스트회’ 대표로 취임하면서 자민당에는 정식으로 탈당계를 제출했다. 고이케 지사는 “도민의 시선에서 추진했던 일들의 성과가 인정받았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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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퍼스트회를 이끌고 있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엔에이치케이>는 자민당 의석수가 13~37석에 머물러 역대 최저 의석수를 획득하는 데 그칠 것이 확실하다고 전했다. 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2009년의 38석보다도 적은 의석수다. 자민당은 아베 2차 내각을 발족한 이듬해인 2013년 열린 도쿄도의회선거에서 후보 59명 전원을 당선시키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엔에이치케이>는 공산당은 10~23석, 민진당은 2~9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밤 아소 다로 부총리,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 정국 운영을 논의했으나, 선거 결과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번 선거는 아베 독주 체제에 제동이 걸릴지 여부와 관련해 큰 주목을 받았다. 아베 총리는 2013년 도쿄도의회 선거에 이어 2014년 중의원 선거, 2016년 참의원 선거에서 연승해, 대항마가 없는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자신과 가까운 이가 운영하는 학교법인들에 특혜를 줬다는 학원 스캔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지지율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미국 유학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는 이가 이사장인 학교법인 가케학원이 수의학부를 신설하는데 총리 관저가 담당부서인 문부과학성에 압력을 가했음을 보여주는 문부성 작성 문서가 폭로되면서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여기에 아베 총리만큼 극우적 정치인으로 유명한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이 도쿄도의회 자민당 후보 지원 연설에서 자위대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발언을 했다는 논란까지 벌어졌다. 아베 총리는 2013년 도쿄도의회 선거 때 거리유세를 12차례나 했지만 이번에는 투표 하루 전날 단 1차례 유세를 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일부 청중들에게서 “물러나” “돌아가” 같은 야유를 받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평화헌법을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개정해 새 헌법을 시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화헌법의 핵심인 교전권 포기를 규정한 9조에 자위대 존재를 명시하자는 조항을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아베 총리는 개헌파가 국회에서 3분의 2를 차지하는 상황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에 깔고 자신이 2021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는 장기집권 계획 속에 이런 제안을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 참패로 개헌 동력을 상당 부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도의회 선거는 지방의회 선거이지만 중앙정치의 풍향계 노릇을 할 때가 많다. 2009년 자민당이 도의회 선거 대패 뒤 중의원선거에서도 참패해 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사례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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