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2만원'에 분노하는 동안, 뒤에서 웃는 '진짜 갑'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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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ED CHIKEN KOREA
Korean Delivery Chicken Box | DONGSEON_KIM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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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왜?
치킨, 치킨값, 치킨산업

▶ “피자집엔 안 그러면서…치킨집엔 바라는 게 뭐 그리 많을까요.” 한 닭집 사장님의 하소연이다. 치킨은 맛있고 친숙하고 만만하다. 그래서 우리는 치킨에 치킨집에 치킨값에 바라는 게 많다. 알고 보면 결코 만만하지 않은 치킨과 치킨값에 대해 알아보았다.


한국엔 3대 ‘느님’이 있다. 유느님과 연느님 그리고 치느님. 특정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지녔거나 탁월한 성과를 이룬 사람을 일컫는 이 ‘느님’에 치킨은 예능인 유재석,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셋 중 이 치느님이 가장 ‘만만’하다. A4 용지 한장 크기(0.062㎡)보다 작은 공간에서 한달 남짓 살다가 도축되는 게 치킨이 되는 닭들의 일생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라도 발생하면 산 채로 묻히기도 부지기수다.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15.4㎏.(OECD. 2014년 기준) 닭 한마리의 ‘고기 양’은 900g 안팎이니 대략 1인당 1년에 16마리를 먹는다고 치고, 인구수를 곱하고 365일로 나누면… 하루에 200만마리 이상의 닭이 도축되는 셈이다. 업계는 이 중 절반 정도가 치킨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 만만한 치킨이 너무 비싸다고 아우성이다. 이름도 생경한 메뉴들이 나오면서 야금야금 오르던 가격이 지난해부터 한마리에 2만원을 넘기 시작했다. 이러던 중에 지난봄 가맹점 수 1위(1381곳, 2016년 기준) 비비큐치킨이 가격 인상을 발표하자 ‘치느님 신도’들이 폭발했다. “소비자를 닭으로 아냐”며 “원가를 까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꼼수와 ‘오바’가 부른 원가 논란

fried chiken

‘파동’의 시작은 지난 3월초였다. 비비큐는 3월10일 치킨 메뉴 가격을 1000~200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인상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은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양념이 들어간 1만9000원 전후의 메뉴들은 2만원을 넘게 됐다. 비비큐는 인건비, 임차료, 물류비용 상승과 배달 비용의 증가 및 추가 발생을 이유로 들었다. 2009년 이후 8년 만의 인상이었다.

언론들은 ‘치킨대란이 온다’고 했고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에 편승해 가격을 올리려고 한다”고 분석했다.(‘‘치킨 대란’ 본격화하나…BBQ 20일부터 가격 올린다’ <연합뉴스>) 가맹점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는 동안 본사만 배를 불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비비큐의 지난해 매출은 2198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191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7.7%가 올랐으니 그럴 만했다.

소비자들만 열 받은 건 아니었다. 조류인플루엔자 발병과 확산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농림축산식품부가 발끈했다. 농림부는 “치킨업계가 조류인플루엔자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 가격을 인상할 경우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의뢰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닭고기 가격과 치킨가격의 상관관계’라는 자료를 기자들에게 나눠주면서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대부분 연간 단위로 일정한 가격에 닭을 공급받기 때문에 산지 가격 급등과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이때 농림부가 밝힌 ‘생계 1㎏ 1600원’은 사육 농가가, 프랜차이즈에 생닭을 공급하는 육계업체에 넘기는 가격이었지만 이런 설명 없이 “치킨 가격에서 닭고기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10% 내외”라는 말이 언론을 통해 퍼져나갔다. “그럼 나머지 90% 마진을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이 나눠먹는단 말이냐!”는 ‘신도’들의 분개가 뒤따랐다. 세무조사라는 몽둥이를 든 정부의 협박은 즉효가 있었다. 비비큐는 인상안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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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물러섰던 비비큐는 한달 뒤 다시 인상안을 내밀었다. 정부를 자극하지 않아야 했기에 원재료와 관련된 말은 입에 담지 않았다. 대신 “가맹점주들의 경영상 어려움”을 강조했다. “조류인플루엔자 핑계라면 용서하지 않겠다”던 농림부는 잠잠했다. 자신감을 얻은 비비큐는 5월초 10개 메뉴의 가격을 최대 2000원까지 올렸고 한달 뒤 나머지 메뉴들의 가격도 10% 올렸다.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던 비비큐의 가격 인상 시도는 6월 중순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 조사에 나서면서 없던 일이 됐다. 비비큐가 5월초 1차로 가격을 올리면서 전국 가맹점에 마리당 500원씩 광고비를 걷겠다고 공문을 보낸 사실이 드러났고 이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공정위의 조사와는 별개로, “오르는 가격 전부는 100% 가맹점주 몫”(비비큐 공식 블로그. 4월27일)이라던 비비큐를 향해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도 뒤따랐다. 비비큐는 “광고비 분담이 가맹점주들로 구성된 마케팅위원회의 자발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했지만 비난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공정위 조사를 받은 직후인 6월16일 오후 비비큐는 이미 올린 30개 제품의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 같은 날 매출액 기준 업계 1위인 교촌치킨은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치킨의 원가는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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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치킨의 원가 논란은 2010년에도 있었다. 그해 12월 롯데마트는 프라이드치킨 한마리를 5000원에 판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내보냈다. 그 유명한 ‘통큰치킨’이다. 당시 비비큐의 프라이드치킨 한마리 가격이 1만6000원이었으니 통큰치킨의 통큰 가격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매장마다 300마리를 한정해서 팔았고 아침부터 줄을 섰다가 ‘득템’하지 못한 사람들은 열을 받기 시작했다. ‘5000원에 팔 수 있는 치킨을 그동안 만오천원 이상으로 팔았단 말이야?’

사실 5000원 치킨은 유통 시스템을 틀어쥔 롯데마트기에 가능했고 일종의 판촉행사 성격이 컸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들과(비비큐는 당시 비난의 선봉에 섰다) 가맹점주, 육계협회까지 한목소리로 롯데마트의 ‘소상공인 죽이기’를 비난했고 통큰치킨은 일주일 만에 사라졌다.

프랜차이즈 치킨의 원가는 업체마다, 가맹점마다 차이가 있다. 원가는 크게 재료비와 운영비로 나눌 수 있는데 시세나 업체, 메뉴에 따라 재료비가 다르고 매장에 따라 상가임대료나 인건비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하림이나 마니커 같은 닭가공업체에서 공급받는 닭 한마리 값은 2500~3000원 정도. 본사는 이 닭을 조각내고 염지(소금과 향신료, 첨가물 등을 섞은 액에 담가 부드럽고 짭짤하게 하는 과정)한 뒤 진공포장해서 가맹점에 넘긴다. 가맹점은 염지닭을 마리당 4500~6000원을 주고 공급받는다. 서울 마포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매장을 운영하는 ㄱ씨는 “윙이나 닭다리로 구성된 메뉴의 경우 이 염지닭 가격이 7000원대에 이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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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닭을 튀기려면 기름이 필요하다. 튀김옷도 입혀야 한다. 가맹점은 치킨의 단짝 치킨무와 콜라 등 부재료들과 포장박스까지 본사에서 공급받는다. 냅킨과 나무젓가락까지 포함하면 최대 1만원에 이른다는 게 업계 쪽 설명이다.

가맹점주들의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건 이제부터다. 알바 노동자들의 임금과 상가임대료, 가스비, 전기세 등 점포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재료값 못지않게 올랐고 더 오를 예정이라는 게 그들의 걱정이다. 점포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 비용이 한마리 기준으로 4500~5000원까지 나온다고 한다.

최근에 늘고 있는 배달 앱에 지불하는 수수료나 이들 업체에 광고하는 데 드는 비용까지 더하면 치킨 한마리의 원가가 1만3000~1만6000원에 이른다는 게 업계와 가맹점주들의 주장이다. 결국 1만8000원짜리 닭 한마리를 팔면 2000원에서 5000원을 남긴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다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ㄴ씨는 “한마리 팔아 2500원만 남겨도 많이 남기는 건데 쉽지 않다. 부부가 낮 12시부터 새벽 1시까지 쉴 새 없이 일해서 버는 수입으론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기로 공약했고, 당장 내년에도 꽤 오를 듯한데 현재 치킨 판매 가격으로 감당이 안 된다”며 비비큐의 가격 인상이 좌절돼 아쉽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치킨 가격 인상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든 아니든 모든 닭집 사장님들의 소망이자 숙원이 돼버렸다. 5월초 비비큐가 가격 인상 ‘총대’를 멨을 때 닭집 사장님들은 외려 커뮤니티 등에서 “비비큐의 선봉에 박수를 보낸다”며 지지했다. 반면 가격을 내린 업체들에 대해선 비난이 쏟아졌다.

원가 논란 뒤에 숨은 ‘진짜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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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원가 논란이 벌어지면 소비자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폭리를 탓하고(가맹점주를 탓하기도 한다), 본사는 가맹점주 핑계를, 가맹점주는 노동자(인건비) 핑계를 대는 일이 으레 반복되고 있다. 본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을들끼리의 다툼’을 계속하고 있는 형국이다. 치킨 원가 논란에서 프랜차이즈와 소비자 사이의 과정, 즉 생닭값과 치킨값의 차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킨업계가 지금처럼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데엔 정작 육계기업들의 책임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육계기업이란 하림, 마니커, 체리부로 등 농가로부터 생닭을 사들여 가공한 뒤 프랜차이즈 본사에 넘기는 닭가공업체를 말한다.

고기용 닭을 생산·가공하는 국내 육계시장은 수직계열화가 94% 이상 진행된 상태다. 수직계열화란 기업이 병아리와 사료·항생제를 농가에 공급하고 매입과 도계(도축), 가공까지 하면서 최종적으로 프랜차이즈 업체에 공급하거나 직접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닭을 키우고 잡아서 파는 전 과정을 기업이 주도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시장 개방에 대비하고 농가의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1980~90년대 기업의 수직계열화를 적극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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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육계기업들의 ‘갑질’이다. 육계기업과 계약한 농가들은 본사의 매뉴얼에 따라 병아리를 키워 기일에 맞춰 납품하면 마리당 400원 정도의 사육수수료를 받는데 기업은 ‘사료를 많이 썼다’ ‘무게가 더(덜) 나간다’는 이유 등을 들며 사육수수료를 순순히 주지 않는 일이 허다하다. 농가들은 억울하지만 저항할 순 없다. 기업에 찍히면 병아리조차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수억원의 시설비를 투자한 상황에서 ‘업종’을 바꿀 수도 없다.

닭값이 폭락해도 육계기업은 사료공장부터 도계장까지 소유하고 있어 타격을 입지 않는다. “도계량을 늘리면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생산비 이하로 닭값이 떨어지는 상황”(<한국농어민신문> 2016년 8월9일)에서도 시장점유율 선점을 위해 시설 증설 경쟁을 벌이는 건 이 때문이다.

육계기업의 덩치는 나날이 거대해지고 있다. 시장점유율 1위 하림의 2016년 매출액은 8260억원, 치킨 프랜차이즈 1위 교촌의 같은 해 매출액 2500억원의 세 배를 웃돈다. 굳이 덩치를 따지지 않더라도 육계기업은 치킨 프랜차이즈엔 ‘갑’이다. 수직계열화가 완료돼 육계기업이 아니면 생닭 공급처를 확보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치킨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면 할수록 육계기업의 수익은 늘어난다. “더 많이 더 빨리 키워내서 자본 회전율을 높이고 가급적 2차, 3차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자신들의 자본에 고정시키려 한다. 부가가치가 덜한 통닭보다는 도계, 발골 과정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부분육시장을 촉진하는 이유다.”(<대한민국 치킨전>) 닭다리나 윙으로만 구성된 치킨 메뉴들이 늘어나는 이유가 순전히 소비자가 원해서일까?

책 <대한민국 치킨전>의 저자 정은정씨는 “치킨 가격이 몇년째 오르지 않은 상황이라 인상 필요성은 있지만 가격 인상분이 가맹점주와 농가에 골고루 돌아가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구조에선 치킨 가격을 올려도 농가엔 아무런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정씨는 “치킨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치킨 대신 선택할 수 있는 ‘대체재’가 늘어나 가격 인상이 가맹점주의 수익 개선에 직결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대한민국 치킨전>(2014·정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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