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는 죽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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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친구들을 불러서 수분 팩을 붙이고 팝콘을 먹으며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지 않을까?

음. 그럴수도.

로맨틱 코미디의 시대가 지난 게 아닌가 싶은 요즘이다. 커플들이 잘해보려고 하는 온갖 과장된 행동들에 우린 관심을 갖지 않는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1시간 반 동안 지켜보려고 15달러를 내려하지 않는다. 그 이유가 뭘까?

6월 20일은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이 나온지 20년이 된 날이다. 우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근 10년 동안 나온 로맨틱 코미디 중 이 영화 만큼 다들 보고 또 보는 영화가 있었던가? 물론 ‘브리짓 존스의 일기’,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것’,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로맨틱 홀리데이’ 같은 영화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엔 로맨틱 코미디의 르네상스는 없었다. ‘왓 이프’나 ‘오비어스 차일드’ 등의 독립 영화들이 등장했지만 소용없었다.

my best friends wedding

이런 영화들이 90년대에 대성공을 거둔데는 이유가 있었다. 로맨틱하고 희망적이며 사랑스러운 영화들이었다. 이러한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들은 꿈 속에 나올 법한 짝과의 만남을 바라게 만들며 우리의 애간장을 태웠다. 특히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은 해피 엔딩을 선사하면서도 예측하기 힘든 반전을 넣어 관객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여기 출연했던 더모트 멀로니는 이 영화가 전세계에서 거의 3억 달러 가까운 돈을 벌어들인 비결이 이것이라고 말한다.

“남성을 손에 넣는 게 아닌, 그녀가 커플을 깨는데 실패하는 게 초점이었다. 다들 거기에 열광했다.” 멀로니가 작년에 허프포스트에 한 말이다.

“왜 그 영화가 여러 로맨틱 코미디들 중에서 유독 사랑받는지 분석하는데 이토록 오래 걸렸다. 그녀는 슬픈 광대다. 멜랑콜리한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 ‘맙소사, 설마 그러지는 않겠지… 헉 안 돼!’하게 된다. 그래서 재미있다.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지는 것과 같은 이야기인데, 우린 그런 걸 좋아한다.”

주연 배우들이 막판에 사귀게 되는 걸 보면 좋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는 반전이 있었다. 이 영화가 처음 나왔을 당시에 비해 지금은 반전이 훨씬 더 흔하다. 요즘 관객들은 서프라이즈 엔딩을 기대한다. ‘라라랜드’와 같은 뮤지컬이든, ‘왕좌의 게임’ 같은 서스펜스물이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공식이 예전처럼 잘 먹히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이 관객들의 선호를 바꾸고, 예측하기 더 힘든, 완벽한 서프라이즈 엔딩을 가진 로맨틱 코미디만 원하게 만든 걸 수도 있다. 그런데 제작사들은 이런 영화를 만들려고 할까?

지금은 업계 어떤 장르에서든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찾기가 힘들다. 지금은 속편, 스핀오프, 리부트가 성공하든 망하든 간에 개봉 전부터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극장, 스트리밍 사이트, 프리미엄 채널 등 경로도 다양하다. 로맨틱 코미디는 굳이 리메이크나 리브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공식을 활용한 새로운 이야기들은 예전의 인기작들과 경쟁한다. 다른 장르와의 차이점이다. 다른 러브 스토리를 볼 필요없이 고전물을 다시 볼 수 있다.

‘애니 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당신이 잠든 사이’, ‘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 ‘왓 위민 원트’, ‘레게파티’, ‘웨딩 플래너’, ‘아직은 사랑을 몰라요’, ‘유브 갓 메일’, ‘클루리스’, ‘러브 앤 배스킷볼’, ‘노팅 힐’. 고전은 끝도 없이 많다.

모든 제작사들은 슈퍼히어로물이나 액션 영화 등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영화들을 만들려 하고, 중간 정도 예산의 영화들은 크게 봤을 때 중요하지 않아진 것 같다. 자기 집에서 편안히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제작사들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꾀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영화들에 치중하고 있다. 대형 화면, 3D, 아이맥스 등으로 볼 만한 영화가 아니면 힘들게 번 돈으로 극장 표를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이다.

the proposal

2011년의 ‘러브 앤 프렌즈’를 보라. 워너 브라더스는 제작비로 3500만 달러를 썼지만, 전세계에서 6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는데 그쳤다. 1990년의 ‘프리티 우먼’은 1400만 달러를 들여 만들었지만 총 4억 6300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저스트 고 위드 잇’(2011년)과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2015년) 등은 박스 오피스에서 괜찮은 수입을 올렸지만, 전세계에서 3억 17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던 2009년작 ‘프로포즈’ 이후 역대 가장 높은 수입을 올린 로맨틱 코미디 10위 안에 새로 들어간 영화는 없었다.

게리 마샬이 만든 명절 주제 로맨틱 코미디 ‘발렌타인 데이’(2010년)와 ‘뉴욕의 연인들’(2011년) 등이 스타 파워를 등에 업고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그의 마지막 작품 ‘마더스 데이’의 예산은 2500만 달러였지만 전세계적으로 3200만 달러를 거둔 것이 고작이었다. (‘발렌타인 데이’는 그보다 1억 8400만 달러를 더 벌었다.)

로맨틱 코미디의 주역들이 떠난 빈 자리가 제대로 메꿔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멕 라이언과 줄리아 로버츠의 자리를 캐서린 헤이글이 채울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 장르의 ‘잇’ 남자 배우였던 매튜 맥커너히는 더 거칠고 전방위적인 역할로 옮겨가 심지어 오스카까지 탔다. 그를 대신한 배우가 있었던가? 없었다. 헐리우드의 젊은 피들은 이런 영역보다는 업계 최고의 작가 및 감독들과 일하고 싶어한다. ‘노트북’, ‘퀸카로 살아남는 방법’, ‘서약’, ‘어바웃 타임’ (‘알로하’는 빼자) 등에 출연하며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이어가던 레이첼 맥아담스가 ‘스포트라이트’, ‘사우스포’, ‘닥터 스트레인지’ 같이 좋은 평을 받거나 박스오피스에서 대박을 터뜨린 영화들로 옮겨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맥아담스는 데뷔 초반에 이미 이를 감지했다. 2005년에 라디오 프리에서 “여성들을 위한 역할 대부분은 순진한 처녀, 여자친구, 아빠밖에 모르는 여자아이 등이다… 다정하고 단순한 역할들이다. 그래서 나는 ‘매력적인 사람’ 역할이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는다. 배역의 깊이와 캐릭터의 독특함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맥아담스를 비난할 수는 없다. 로맨틱 코미디의 역사를 책임지겠다고 나설 사람은 누구일까? (헤이글은 아니었으면 한다.) 제작사들은 이제 이 장르의 영화를 만들지 않고 있지만, 배우들 역시 딱히 출연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스타들이 출연하면 늘 효과가 있지만 말이다.

줄리아 로버츠, 멕 라이언, 더모트 멀로니, 매튜 맥커너히와 같은 배우들 덕택에 로맨틱 코미디는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관객들, 제작사들, 배우들이 똑똑해지면서 로맨틱 코미디의 매력은 줄어들었다. 나와 함께 팩을 붙이던 친구들에겐 재미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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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US의 Is The Quintessential Rom-Com Dead?
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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