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EU의 브렉시트 협상 첫날, 영국이 EU에 기선제압을 당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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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협상 첫날인 19일(현지시간), 양측은 향후 협상 일정과 우선협상 의제를 논의했다. 영국은 그동안 EU에 요구해왔던 것과 달리 무역 관련 협상을 당분간 뒤로 미루는 데 합의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측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과 EU 측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 수석 협상대표는 벨기에 브뤼셀 EU본부에서 만나 첫 협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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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동안 이어진 마라톤협상에서 양측은 오는 10월까지 EU 탈퇴 조건을 우선 협상하고, 무역 관련 협상은 이후에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그동안 EU가 영국에 탈퇴 조건으로 내건 우선협상 의제와 일치하는 것으로, 영국이 EU의 주장을 전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동안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조건과 미래 관계(무역·통상 등)에 대한 문제를 동시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가디언은 이를 두고 최근 총선 패배 등으로 협상력이 약해진 영국 정부가 EU의 요구에 "굴복"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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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부(State for Exiting the European Union) 장관.

그러나 데이비스 장관은 정부의 장기적 협상전략에 따라 협상 기조는 일관되게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끝나느냐가 중요하다"며 "모든 게 합의되기 전까지는 어떤 것도 합의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EU의 입장은 한결 단호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측 수석 대표는 영국이 협상 시점을 결정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EU가 양보한 것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는 "영국이 EU를 떠나겠다고 요청했다. 우리가 요청한 게 아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우리가 내리는 결정으로 인한 결과가 중대할 것이라고 여겨야 한다"고 답했다. "그 결과를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것.

그는 이어 "우리는 질서있는 탈퇴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고, 그렇게 하는 게 이치에 맞다"고 덧붙였다. "이건 우리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니고 영국이 내린 결정의 직접적 결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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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

또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나는 양보를 하거나 양보를 요청할 만한 그런 기분에 있지 않다"며 "우리는 43년간 끈기 있게 맺어진 (영국과 EU의) 관계를 해체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혼 문제'엔 △1000억 유로(126조원)에 달하는 '이혼합의금' △영국에 거주하는 300만 명의 EU국민과 EU에 거주하는 영국인 100만 명의 권리문제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국경문제 등이 포함된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22일 브뤼셀을 방문해 영국 거주 EU 국가 시민들의 권리 문제에 대한 협상 조건을 제시할 예정이다. 가디언은 "후한" 협상 조건이 제시될 것이라는 영국 정부 관계자의 말에도 불구하고 EU 일각에서는 영국이 제시할 조건이 충분히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전했다.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의 국경 문제 역시 만만치 않은 협상이 될 전망이다. 이날 협상에서도 이 문제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다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EU 고위 관계자는 "가시 철사나 경비초소"가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국경을 통과하는 이들을 체크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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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 조건 협상 후 미래 관계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향후 협상 일정도 확정됐다. 양측은 우선 다음 달 17일을 시작으로 8월 28일, 9월 18일, 10월 9일 등 한 달에 한 번씩 총 4차례 회담을 갖기로 했다.

10월 이후엔 나머지 27기 EU 회원국들과 무역·통상 등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 언어는 영어와 불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브렉시트 데이'는 2019년 3월 30일이다. 리스본 조약에 의해 영국이 EU 탈퇴 방침을 통보한 날부터 2년째 되는 날이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영국은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한다. 이른바 '노 딜(No Deal) 브렉시트'가 되는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양측간 입장도 상당 부분 엇갈려 '노 딜 브렉시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양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 의지를 밝혔다.

영국 측 데이비스 장관은 "순조로운 출발"(promising start)이라고 표현하며 영국이 굴복하고 EU의 조건을 받아들였다는 비판을 부인했다. 이어 그는 "EU를 떠나겠다는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하드 브렉시트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EU 측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공정한 협상이 노 딜보다 낫다"며 합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이어 "그것이 우리가 영국과 항상 함께 하는 이유이며, 절대로 영국에 등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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