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방송 장악'을 저지하겠다는 '투쟁위원회'가 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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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방송통신 분야 인선이 진행 중인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정부여당을 향해 ‘방송 장악’ 프레임을 씌우기 시작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적반하장’이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한나라당은 지난 9년 공영방송을 포함해 정부 비판 보도를 하는 언론을 상대로 사찰·탄압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를 꾸리고 지난 14일 첫 회의를 열었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11일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 강효상 의원(위원장), 심재철 국회부의장, 박대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간사, 민경욱 미방위 소속 의원 등이 방송장악저지위에 참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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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상 자유한국당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위원들과 투쟁위 출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방송장악저지위를 출범시킨 ‘문제적 사건’으로, △정부가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에 김용수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임명한 것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문화방송>(MBC) 사장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발언을 한 것 등을 꼽는다. 강효상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이같은 일련의 언동은 방송의 자유과 독립, 공정성을 훼손시키는 것으로 과거 어용방송을 거느렸던 독재정권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법에 따라, 한국방송·문화방송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라고도 했다.

■ ‘방송 장악’아니라 ‘방송 정상화’

새 정부의 ‘방송 개혁’ 공약 이행을 촉구하던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는, 즉각 자유한국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언론노조는 지난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방송 장악’이란 말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간 인사권을 휘두르며 공영방송을 국민으로부터 뺏아간 장본인들이 할 말이 아니”라면서, “자유한국당은 ‘방송 장악 저지’가 아닌 ‘방송 정상화 저지’를 위한 투쟁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이 문제 삼은 김용수 방통위원의 인사 문제만 해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후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알박기’ 한 인사를 다른 곳으로 배치하며 원래 법이 정한 대통령 추천 몫을 ‘원상회복’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한나라당·새누리당이던 시절 방송 장악이 없었다면, 문재인 정부가 ‘방송 개혁’을 3대 과제로 공약할 필요도 없었다. 언론노조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언론 사찰 진상 규명 과제’를 정리하고, 검찰 수사도 촉구했다.

자유한국당의 ‘방송 장악 저지’가 순수한 의도에서 비롯한 것이라면, 각종 의혹의 진상규명과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언론장악방지법’ 통과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미방위 소속인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시청자단체 6곳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박근혜정부 언론장악 진상규명 국회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면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 ‘방송 개혁’은 국민과 공영방송 구성원 바람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방송 개혁을 향한 국민 요구와 공영언론 내부에서 ‘공정 방송’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와도 어긋난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5월28~31일 전국 만19살 이상 휴대전화 가입자 10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가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한국방송·문화방송이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67%는 이들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진이 퇴진해야 한다고 답했다(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0%P, 응답률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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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던 4월 13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대선후보 합동토론회에 참석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언론노조 회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사장 퇴진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방송 양대 노조와 사내 10개 직능협회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5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바일 설문조사에서, 참여자 3292명 가운데 88%(2896명)가 ‘고대영 사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94%를 차지하는 3091명은 정치권이 ‘언론장악방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한국방송 양대 노조와 사내 10개 직능협회는 이 같은 구성원들의 의사를 경영진에 전달했으며, 오는 19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 이들은 이날부터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시작할 계획이다.

문화방송에서도 9일 김장겸 사장의 입사 동기(1987년 입사자)를 포함한 최고참급 기자 27명이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기명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12일 기술부문 직원 188명, 14일 경영부문 직원 126명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는 16일 낮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 앞 광장에서 “김장겸 사장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