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10명 중 1명은 '신발 사이즈'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

게시됨: 업데이트됨:
SHOES
AGCreativeLab via Getty Images
인쇄

박소영(27)씨는 고등학생 때 키가 170㎝로 훌쩍 자랐다. 그 뒤 10여년째 발에 맞는 편한 신발을 찾느라 ‘악전고투’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신발 가게를 돌아다녀 봐도 시중에서 판매하는 신발 사이즈는 225~250㎜뿐, 할 수 없이 15만원 가량을 들여 맞춤 구두를 제작해야했다. 제작이 힘들 땐 ‘빅 사이즈’가 많다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을 찾아가 큰 여성용 신발을 골라야했다. 하지만 맘에 드는 디자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태원 신발’은 발볼이 넓거나 한국인 체형에 맞지 않아 허탕친 적도 여러번이다.

박씨가 더 서러웠던 건 큰 발 여성에게 쏟아지는 편견이었다. 박씨는 “큰 신발을 신고 다니면 ‘도둑 발이냐’, ‘남자 신발이냐’라는 놀림을 많이 받았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싸움이 될 것 같아 웃고 넘어갔다”며 “체형이 서구화돼 키 큰 여성들이 많아졌는데 기성화도 사이즈가 커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성들 평균 키가 부쩍 커지면서 여성의 발은 ‘최대 250㎜’라는 통념이 깨지고 있다. 하지만 기성화 최대 사이즈는 여전히 ‘250㎜’에 묶여 있어 현실과 통념 사이에서 ‘큰발이’ 여성들이 겪는 불편이 커지고 있다.

중학교 2학년생 딸을 둔 김미숙(50)씨도 딸의 발 사이즈인 255㎜ 신발을 구하느라 어려움이 많다. 과거와 달리 초등학생, 중학생들의 키가 점점 커지고 성장 속도가 빠르다. 구두 제작업체 쪽 관계자는 “250㎜ 사이즈 이상은 수요가 많지 않아서 주문이 들어오면 제작을 한다. 제작해놨을 때 팔리지 않을 수도 있다. 위험 부담이 커서 제작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통계는 상당수 한국 여성들 발 크기가 250㎜를 넘어섰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1979년부터 5~7년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실시하는 인체 지수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16~30살 한국 여성 1664명 중 10% 수준인 169여명의 발길이가 250㎜를 넘었다.

최근에는 ‘빅 사이즈’ 여성화 판매업체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260㎜를 신는 박선영(30)씨는 직접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다. 박씨가 운영하는 ‘꼬시팝’ 누리집엔 지난달 하루 평균 1000여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박씨는 “빅 사이즈를 구매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면서 “최근 큰 사이즈를 찾는 초등학생도 많이 늘었다. 부모들이 신발을 사면서 딸 신발을 같이 산다”고 귀띔했다.

일부 ‘큰발이’ 여성들은 남성 신발을 신기도 한다. 발 크기가 255~260㎜인 송아무개(33)씨는 디자인을 포기하고 남성용 신발을 산다. 디자인이 예쁜 여성용 큰 신발은 주로 온라인에서만 살 수 있는데, 미리 신어보기 어렵고 반품도 귀찮기 때문이다. 송씨는 “가끔 외국에 갈 때마다 큰 신발을 열 켤레씩 사온다”며 “다양한 사이즈가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