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 ‘미2사단 100주년 콘서트' 가수 출연거부로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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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어느 때인데 미군 위안잔치를 벌입니까.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망신을 자초한 의정부시장과 시청 공무원, 시의원들은 시민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경전철 파산으로 빚더미에 앉은 경기도 의정부시가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수억원을 들여 ‘주한미군 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를 강행했다가 초대가수의 공연 거부로 파행을 겪자 의정부 시민들이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

의정부시는 6·10민주항쟁 30주년인 지난 10일 오후 6시부터 의정부체육관에서 ‘우정을 넘어선 미래를 위한 약속’(The next movement)이라는 주제로 미 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열었다. 시어도어 마틴 미 2사단장을 포함한 미군과 한국군 장병, 청소년 등 3500명이 참석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콘서트에는 인순이, EXID, 산이, 오마이걸, 크라잉넛, 스윗소로우 등 유명 가수들이 대거 초대돼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콘서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팬 카페에 항의성 글이 잇따르자 EXID 등 대부분 가수들이 불참 의사를 통보하고 행사장에 나오지 않았다. 인순이와 크라잉넛은 행사장에는 나왔지만 “노래를 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죄송하다”며 사과의 말을 남긴 채 공연을 하지 않고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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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D가 지난 10일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슈퍼콘서트에 불참한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팬 카페에 올렸다.

의정부시는 미8군 군악대, 의정부시립무용단·합창단, 태권도, 가야금 연주 등 일부 공연만 한 채 20분 정도 앞당겨 콘서트를 끝냈다. 시는 내년 평택으로 이전하는 미2사단과 52년 우정을 나누고 환송하는 행사로 콘서트를 마련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콘서트는 미 2사단 창설 100주년을 44만 의정부 시민과 함께 기념하고 국가 안보를 위해 애쓰는 미군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지속적인 한미우호관계를 증진시켜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경전철 파산으로 수천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할 상황이고, 더구나 미 2사단 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 효순·미선양의 15주기를 사흘 앞둔 추모주간에 시가 자청해서 미군을 위한 호화판 축제를 여는 것에 강하게 반발했다.

의정부지역 13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수많은 범죄가 미 2사단 군인에 의해 저질러졌다. 이번 행사는 의정부시가 미군의 부속 도시가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렵다”며 콘서트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 30여명은 콘서트 당일에도 행사장인 의정부체육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이어가며 안 시장을 규탄했다. 의정부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는 이날 배포한 ‘미군 창설 100주년 기념콘서트 행사에 참석하는 젊은이들에 고함’이란 글에서 “콘서트가 무료라고 하는데 행사비로만 4억5천만원이 투입돼 1인당 약 13만원의 시민 세금이 들어간 무료티켓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어 “의정부시는 한미 우호증진과 협력확대 차원에서 여는 행사라고 말하는데, 이같은 국가적 의미의 행사를 국비 한 푼 받지 않고 경전철 파산으로 수천억원의 빚을 안은 의정부 시민 세금만으로 치르고 있다. 효순이·미선이 추모 기간에 전국 어느 도시에서도 하지 않는 미군부대 창설기념 콘서트를 여는지 의정부시가 미국의 부속도시가 아니고서야 납득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 의정부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제공
  • 의정부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제공
  • 의정부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제공
  • 의정부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제공



시민 조아무개(56)씨는 “대통령은 서울광장에서 6·10항쟁 정신을 강조하고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는데, 같은 날 같은 당 소속의 시장은 효순·미선양 15주기에 가해자인 미군 위안잔치를 벌였다. 행사를 강행한 안 시장과 시 공무원, 시의회 의원들의 역사인식이 공연을 거부한 연예인들에 못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의환 의정부경전철시민모임 정책국장은 “미군 주둔이 국가적으로 긍정적 요소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의정부시민 처지에서는 미군범죄 공포와 기지촌 도시라는 오명, 도시개발 저해 등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경전철 파산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은 안중에 없고 거액을 들여 치적 과시용 전시성 행사를 강행한 안 시장과 공무원들의 독선적 태도에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이에 의정시 관계자는 “미선·효순양 15주기를 앞두고 팬카페 등에 악성 댓글이 이어지며 가수들이 공연장에 오지 않았다. 콘서트가 파행으로 진행된 것에 대해 시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