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靑 부대변인 내정자가 전한 '문재인 대통령'(인터뷰)

게시됨: 업데이트됨:
인쇄

인터뷰/ 청와대 부대변인 내정자 고민정·시인 조기영 부부

w

아나운서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캠프 대변인으로, 다시 청와대 부대변인 내정자로. 숨 가쁜 변화를 이어가고 있는 고민정 전 <한국방송>(KBS) 아나운서는 요즘 ‘책’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고 있다. 국민이 대통령이 읽길 바라는 책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서재’를 만드는 기획을 주도하고, 자신도 최근 남편 조기영 시인과 함께 산문집 <당신이라는 바람이 내게로 불어왔다>를 펴냈다.


지난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인재 영입 1호’로 주목받은 고 전 아나운서(이하 호칭 생략)는 현재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국민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듣고 챙기는 역할이다. 힘없고 약한 사람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려 처음 방송 마이크를 잡았듯, 청와대에서도 국민께 희망을 전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민정·조기영 부부를 지난 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갑작스런 일정이 생겼다며 약속시간을 조금 미뤘다. 저녁 8시30분께까지 청와대 업무를 하다 중간에 나왔다는 그는 현충일이던 전날(6일)에 이어 이날도 ‘나라사랑 큰나무’ 배지를 달고 있었다. 그에게 먼저 물었다.

- 표정이 ‘정시 퇴근’한 사람처럼 생기 있다. 요즘 생활이 어떤가.

고민정(이하 고) “남편 덕분에.(웃음)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다. 아나운서와 너무 다른 영역으로 와서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줬다. 생각이 무뎌지지 않게 늘 곁에서 자극을 주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지내고 있다.”

2005년 희귀병인 강직성 척수염을 앓는 가난한 시인과 현직 아나운서의 결혼은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부부는 희귀병 유전의 위험을 극복하고 7살배기 아들, 4살배기 딸을 건강하게 키우고 있다. 조 시인이 육아를 전담한다. 그는 인터뷰 약속 때 “주부의 삶을 얘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애부터 결혼까지 두 사람이 함께한 18년 동안 조 시인은 시집(<사람은 가고 사랑은 남는다>)과 장편소설(<달의 뒤편>)을 펴냈다.


아내가 ‘문재인 캠프’로 갈 때 그가 쓴 ‘당신을 문재인에게 보내며’라는 편지글(▶관련기사 바로가기)이 화제가 됐다. 조 시인은 이 글에서 “근래 나는 당신이랑 비슷한 느낌을 가진 한 남자를 만났소. 기득권의 골칫덩이, 그의 이름은 문재인. 그는 소탈해서 편안한 이웃집 아저씨 같았소”라고 문재인 대통령을 표현했다. 캠프에서 먼저 연락을 해온 쪽도 조 시인이고, 문 후보와 처음 대면한 자리에도 부부가 함께했다.

w

-‘당신을 문재인에게 보낸 뒤’ 버전은 안 나오나.

조기영(이하 조) “청와대에 간 뒤론 아내가 아무것도 못 하게 한다.(웃음) 개인 블로그라도 요즘은 자유롭게 글을 쓰기가 조심스럽다. 민정씨가 더 바빠지면서 ‘독박 육아’로 글 쓸 여유가 부족하기도 하다.”

- 책에서 “주부, 시인”이라고 자신을 정의했다.

조 “아내가 바깥사람, 내가 안사람이다. 주부가 돼보니, 남편들이 가사일을 ‘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아내들을 서운하게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집안일은 ‘도와주는’ 게 아니다. 그건 자신이 집안일로부터 객체라는 뜻인데, 틀렸다. ‘내 일’은 내가 해야 한다. 많은 가족처럼 남편이 나가서 돈 벌고 밤늦게 들어오는 삶을 살아야 했다면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맞춰 살아가면서 진화하고, 서로 성숙해갔다.”

고 “우리 가족 중에선 내가 돈을 버는데, 나 역시 가족을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침 내가 하는 일이 돈을 벌 수 있는 일일 뿐이다. 남편과 나의 이런 작은 생각의 차이들이 서로의 행동도 바꿔갔다고 본다. 오히려 저는 남편들의 심리가 이해가 된다.(웃음) 우리 아이들은 가끔 엄마한테 아빠라 부르고, 아빠한테 엄마라 부른다. 모든 남성이 자신은 육아를 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야 한다. 아내와 남편의 역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잘하는 걸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 조기영 시인은 2000년에 첫 시집을 낸 뒤 시집은 내지 않고 있다.

조 “시집에 들어 있는 모든 시가 다 뛰어난 작품은 아닌 경우가 많다. 나는 모든 시가 고루 빼어난 한 권의 시집을 만들고 싶다. 그런 작품이 천년을 간다고 생각한다.”

- 고민정의 이름으로 펴낸 책으론 세 번째다. 7년간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고 “실질적으로는 두 번째 책이라고 해야 맞다. 첫 번째 책을 수정보완한 책이 두 번째 책(<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이라 그렇다. 쓰고 싶은 글이 너무 많다. 다만 남편이 시인이어서 그런지 순수예술에 대한 경외가 있다. 시나 소설을 넘보진 않는다. 그럴 능력도 안 되고.”

- 국민인수위원회에서 ‘대통령의 서재’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데.

고 “국민이 직접 추천한 책으로 대통령의 서재를 채우는 기획이다. 선택한 책과 대통령에게 소개하고 싶은 글귀, 감상을 자유롭게 적어서 서울 광화문에 설치된 ‘광화문1번가’ 부스나 국민인수위에 우편으로 보내면 된다. 목록은 모두 대통령께 전달된다. 금요일(9일) 점심 땐 추천도서를 지참한 분들과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정책 의견도 내놓는 ‘런치토크’가 진행된다.”

w

- 가까이서 지켜본 문 대통령의 독서생활은.

고 “문자중독 같다. 선거운동 할 때 곁에서 본 문 대통령은 늘 읽을거리를 가지고 계셨다. 나는 흔들리는 차 안에서 못 읽겠던데, 그분은 읽는다. 체력이 정말 좋으시다. 체력이 독서력을 거드는 것도 같다. 시도 무척 좋아하신다. 주변에 시인도 많다. 문 대통령 취임 뒤 연설문을 읽고 많은 분이 감동한 데는 대통령의 문학적 기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설비서관이 연설문을 작성하지만, 대통령은 문장을 꼼꼼하게 다루셔서 본인의 생각과 다른 표현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글을 판단하고, 더 낫게 고치고, 성에 안 차면 거절할 수도 있는 안목은 문학적 소양에서 비롯된다.

문 대통령이 읽으면 뻔한 내용도 특별하게 들린다는 얘기를 참 많이 듣는다. 그 저변에는 그분이 살아온 행적과 더불어 독서력이 있다고 본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따로 스피치 훈련을 받지 않아도 강조해야 할 부분을 알고, 속도를 조절할 줄 알고, 어떤 대목에서 상대방이 전율할지 안다.

식물에 대한 정보를 특히 좋아하시는 것 같다. 기자들 얘기가, 정책 현안에 대해 바로 질문하려 작정하고 대통령을 딱 뵈면 대통령은 주변에 보이는 식물 이름과 특징에 대해 한참 동안 말씀하신다고들 한다.”

- 펴낸 책을 보면, 양서나 스승을 통해 깨친 지혜를 자세히 기록한 글이다. 끊임없이 배우려는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다.

고 “모르는 게 많아서.(웃음) 아나운서 5년차인 2008년 큰 슬럼프가 왔었다. 그만두느냐 마느냐를 고민할 정도로. 2009년 중국 칭다오대에서 중어중문학 석사 공부를 하며 1·2학년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2010년부턴 성공회대 대학원에서 고 신영복 교수와 미디어문화를 공부했다.”

w

- 슬럼프는 한국방송에 대한 언론탄압을 뜻하나.

고 “그렇다. 또 그때가 방송인으로서 전성기였는데, 그럴수록 공허했다. 시대적 상황과 개인적 상황이 섞이면서 1년 방송을 쉬었다. 방송인에게 1년은 시청자에게 잊히기 충분한 시간이라 두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때 존경하는 신영복 선생의 글에서 ‘그릇을 채우려고만 하지 말고 그릇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1등은 선망의 자리지만, 꼴찌는 철학자의 자리’라고 배웠다. 나는 스타 아나운서는 아니었다. 그래서 떠날 수 있었다.”

2008년은 한국방송에 18년 만에 경찰이 진입한 해다. 한국방송 이사회는 그해 8월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을 가결했다. 이에 반대하는 노조원들을 막으려 전경 30여개 중대와 사복경찰관 300여명이 투입됐다. 고민정은 이듬해 낙하산 사장 퇴진 등을 내걸고 결성된 ‘KBS 새노조’ 소속으로 활동했다.


그는 지난 2월4일 “언론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언론 정상화에 대해 ‘줄탁동시’(啐啄同時)라고 했다. 줄탁동시는 어미 닭과 알 속 병아리가 동시에 껍질을 쪼아야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언론부역’이란 알을 깨기 위해 알 속에서 부리를 쪼던 그다. 알껍질 바깥에 선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물었다. 그러나 “언론이 어떤 길로 가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게 적절치 않은 자리에 있다”며 말을 아꼈다.

- 14년차 아나운서에서 정치인이 됐다. 어떤 변화들이 크게 와닿던가.

고 “동료였던 언론인들과의 관계가 가장 크게 달라졌다. 선후배로 같이 밥도 먹고 애 키우는 이야기도 하던 편한 사이에서, 지금은 긴장 관계일 수밖에 없다. ‘이런 관계가 슬프다’는 얘길 자주 하게 된다. 지금은 인간 고민정을 지우고 부대변인 고민정을 소화해야 하는 때라 감내해야 한다.”

- 사실상 ‘완충 기간’ 없이 변신한 셈 아닌가.

고 “한국방송에 있다가 청와대나 당에 바로 가지 않았고 캠프에서 과도기를 거쳤다. 언론윤리상 비판받을 수 있는 지점이라 퇴사와 캠프 합류 과정에서 최대한 마찰이 없도록 했다.”

- 퇴사한 뒤 세월호 뜨개전시, ‘위안부’ 피해자 이순덕 할머니 장례식 등을 찾았다.

고 “아나운서 신분으로는 그런 곳을 찾는 데 제약이 많았다. 관리자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거의 갈 수 없다고 보면 된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쳐선 안 된다는 원칙 때문이다. 이순덕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나를 알아보고 할머니의 약력을 읽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때 마이크를 잡는데 ‘그래, 이런 거 하려고 아나운서 됐지’ 싶더라.”

- 한국방송 언론인 출신 가운데 ‘망언 제조기’로 알려진 인물이 있다. 정미홍 더코칭그룹 대표, 청와대 대변인이던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등.

고 “정치적 의견을 개인적으로 밝힐 수 있다. 이와 다른 층위의 얘기로, 방송인으로 성장하면서 체화되는 정확하고 품위 있는 언어 또한 분명히 있다. 그분들에 대해 뭐라 할 말은 없다. 나도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평가하는 대로 각자 성적표를 받는 거 아닐까.”

- 어떤 부대변인이 되고 싶나.

고 “문 대통령 주변엔 대통령을 닮은, 닮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무래도 많다. 제가 본 대통령은 약자를 항상 먼저 챙긴다. 자기로부터 멀리 있는 사람일수록 다가가서 따뜻이 대한다. 그런 분들에겐 차갑게 대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기업 같은 곳엘 가도, 정해진 동선을 깨고 경비원분에게 먼저 가 계신다. 그런 면을 닮고 따라야 한다.

또 정치언어를 쉽고 친근하게 전하는 건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이전까지 언론을 통해 국민과 정부가 간접 소통했다면, 이제부턴 국민과 직접 소통한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의지다. 대변인실에서도 거의 모든 현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국민들께 투명하게 공개하고 직접 반응을 듣기 위해 연출된 소통이 아니라 진짜 소통,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얻는 소통에 집중하려 한다. 전에 없던 방식이라 고민이 많다.”

- ‘청와대 스타’ 마루와 찡찡이는 잘 있는지. 에스엔에스(SNS) 계정은 언제쯤.

고 “저희보다 대통령의 반려동물을 더 궁금해 하시는 것 같다.(웃음) 청와대 온라인 보안이 더 까다로워졌다고 한다. 에스엔에스 계정 하나 만드는 데도 오래 걸린다. 진행하고 있으니까 곧 퍼스트 도그, 퍼스트 캣 계정에서 만나실 수 있을 거다. 한 달은 더 걸릴 것 같다. 마루와 찡찡이가 단순한 개와 고양이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수정 사항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