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한 달 청와대 코앞 1인시위 행렬...분위기 확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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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이 청와대에서 300m가량 떨어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주차장에 1인용 텐트 4동을 기습적으로 설치하고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금속노조는 14일까지 노숙농성을 예고하고 경찰에 집회 신고를 했지만, 천막 설치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 농성 천막이 설치된 것은 지난 2014년 8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76일간 농성했을 때가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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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가 농성을 위해 청와대 인근에 천막을 쳤는데도 경찰은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 집회 참가자들의 텐트를 철거할 권한은 구청에 있다는 게 현재 경찰 입장이다. 과거 경찰은 시민단체가 청와대 인근에 천막을 설치하려고 할 때마다 각종 법규 위반 혐의를 들며 강하게 대응해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한달여, 청와대 앞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 과거 경찰이 경호 문제를 들며 대부분 제지했던 기자회견도 하나둘 열리고 있다. 손팻말을 들고 선 이들의 1인시위도 눈에 띄게 늘었다.

기자회견은 신고 없이 자유롭게 열 수 있는데도 경찰은 청와대 분수대 앞 등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은 ‘중요시설 경호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막아왔다. 기자회견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집회’나 ‘시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어디서든 열 수 있다. 그러나 경찰과 대통령경호실은 그동안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대통령경호법)에 근거해 분수대 앞을 경호구역으로 지정했고, 기자회견도 규제해왔다. 경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검색 등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대통령경호법 제5조를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 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수활동비 유용 여부에 대한 엄정 조사를 요구하는 노동당의 기자회견을 막지 않았다. 나흘 뒤인 5일엔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사실상’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이 “기자회견은 안 된다”고 만류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요구가 담긴 편지를 낭독하고, 청와대에 편지를 전달하는 문화행사 형식으로 대체했지만 사실상 기자회견에 가까웠다.

1인시위도 늘었다. 최근 청와대 앞 분수대 인근엔 15명 안팎의 사람들이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경찰은 청와대 인근 집회나 분수대 앞 기자회견을 일률적으로 허용하지도 규제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호구역임을 고려해 기자회견 주최자가 경호에 위해가 될 만한 물품을 가져오는 경우 등에 한해 제지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청와대 경호실과 조율이 필요한 부분인데,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최근 경찰의 전향적인 집회·시위 대응은 문재인 정부가 경찰 수사권 독립의 전제조건으로 ‘인권 경찰’을 주문하자 이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나온 움직임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달 28일 청와대나 국회의사당·헌법재판소 같은 국가 중요시설 인근에서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