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테헤란 테러에 미국과 사우디가 개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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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시아파의 심장부인 이란 테헤란의 의사당과 호메이니 영묘를 겨눈 테러에 대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연루됐다’고 이란이 주장했다. 중동 지역에서 이란을 맹주로 하는 시아파와 미국의 지원을 받는 사우디 등 수니파의 충돌이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부는 7일 의사당과 호메이니 영묘에 대한 테러를 한 이들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한 이란 출신들이라고 밝혔다. 6명의 이슬람국가 대원이 총기를 난사하고 자살폭탄 조끼를 터뜨려 모두 13명이 숨졌다.

teheran

이란 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내어 “이번 테러 공격은 미국 대통령이 계속 테러리즘을 지원해 온 이 지역의 반동적인 정부(사우디)의 지도자를 만난 지 1주일 만에 발생했다”며 “이슬람국가가 자기들 소행이라고 주장한 사실은 그들(미국과 사우디)이 잔인한 공격에 개입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밝혔다. 이번 테러 공격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과 관련 있으며, 미국과 사우디가 하수인(이슬람국가)한테 지시해 공격을 하게 했다고 주장한 셈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트위터에 “테러를 후원하는 폭군들이 전투를 우리 조국으로 불러 들이려고 한다. 그들의 주인들이 가장 업신여기는 민주주의에 대한 대리 공격이다”라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자리프 장관의 이 발언은 지난달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하마드 빈 살만 부왕세자의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살만 부왕세자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란 정권의 목표가 무슬림들의 중심지(메카)에 도달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우리는 사우디 안에서 전투가 벌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이고, 전투가 그쪽, 이란 안에서 벌어지게 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이란은 사우디 고위 인사들의 과거 발언들을 끄집어내며 사우디와 이번 공격의 연관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 5일 사우디의 주도로 아랍 국가들이 카타르와 단교하면서 내세운 구실 가운데 하나가 ‘카타르가 이란에 우호적’이란 것이었을 정도로 사우디와 이란은 중동의 숙적이다. 이란은 이번 테러를 미국과 사우디가 주도하는 반이란 공세의 하나로 해석한다. 이란은 수니파 근본주의인 와하비즘을 신봉하는 사우디 왕가가 이슬람국가와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후원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혁명수비대 부사령관인 호세인 살라미 준장은 “오늘 테러 공격으로 순교한 이들의 피에 대해 보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란인들이 이슬람국가가 모술 등을 점령했던 이라크에 개입하는 것은 지지했지만 시리아에 개입하는 것은 실익도 없고 이란인의 피만 흘린다고 여겨 달갑지 않게 생각했지만, 이번 테러로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국가에 더 강경하게 대처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혁명수비대의 비난은 시리아와 예멘 등지에서 대리전에 개입하는 이란과 사우디 사이의 점증하는 적대감을 더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테러에 자국을 연관시키자 독일을 방문 중인 사우디의 아델 알주베이르 외무장관은 “우리는 어디서 발생하든 테러 공격과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하는 것을 비난한다”고 밝히며, 이번 테러와의 연루설을 부인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테러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나타내면서도 이란 정부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성명을 내어 “이란에서 발생한 테러의 무고한 희생자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이란 국민을 위해 기도한다”면서도 “우리는 테러리즘을 후원한 국가들이 스스로 조장한 악의 희생자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란이 테러를 지원했다가 테러를 당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8일 트위터에 “혐오스럽다”며 “이란인들은 미국의 그런 주장을 거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