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청문회가 갑자기 '헌법 강의실'로 변신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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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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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속개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2차 청문회장은 한동안 헌법 강의실을 방불케했다. 보수야당 측이 전날에 이어 김 후보자의 소수의견을 놓고 색깔론에 가까운 공세를 취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이 야당측 간사와 협의를 통해 헌법학자들을 참고인으로 부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이날 2차 청문회에는 한국공법학회장, 헌법학회장 등 저명한 헌법학교수들이 참고인으로 나와 김이수 후보자의 ‘소수의견’의 법리적 타당성과 ‘소수의견’ 자체의 헌법적 가치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때 아닌 헌법 강의가 진행되자 국가 기본법인 헌법에 대한 일부 의원들의 몰이해가 인사청문회장을 대학 강의실로 둔갑시켰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통진당 해산결정 이후 헌법학계에서는 해산결정의 법정의견에 대한 비판적 연구가 다수 이뤄졌다. 상당수 헌법학자가 헌법 기본원리와 헌법상 정당제도 등에 비춰 김이수 후보자의 소수의견이 헌재의 법정의견보다 헌법정신에 더 부합한다는 취지의 연구결과를 발표해왔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헌법학자들 역시 같은 맥락의 진술을 하며 김 후보자의 소수의견에 색깔론을 덧입히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김종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진당 해산결정 판례평석으로 논문을 작성했다"며 "8대1이라는 숫자에 비해 전체적으로 소수의견이 8인을 압도할 만한 설득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한다"며 김 후보자의 소수의견이 법리적 타당성과 설득력을 갖춘 의견이라고 진술했다.

또 김 교수는 보수 야당의원들이 김 후보자의 많은 소수의견 가운데 다수가 민주당 의견과 부합한다는 점을 근거로 정치적 중립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냈다.

김 교수는 "특정 재판관이 정치적으로 판단을 한다는 추정은 엄격한 요건 하에서 주장돼야 하지 막연한 추측만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으면 헌법재판 자체의 신뢰가 붕괴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 46조 2항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정파를 떠나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를 행해야 하기 때문에 헌법재판관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때는 신뢰회복 과정 등을 고려해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헌법 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직무 수행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김 교수의 발언은 소속 정당의 정치적 이해를 고려해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의 신뢰를 손상할 우려가 있는 섣부른 의혹제기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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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교수

송석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 후보자가 낸 소수의견 19건이 해당 사안에 대한 민주당의 의견과 일치한다는 문제제기와 관련해 "평소 헌재 판례를 읽고 있지만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또 헌법재판관으로서 소수의견을 냈다는 것 자체가 헌재소장 임명에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리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헌재의 결정과 관련해서 소장의 지위는 헌법재판관 9표 가운데 1표에 그칠뿐"이라며 "소수의견을 많이 낸 것이 (헌재소장 임명의)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헌재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주목을 하고 있는 기관으로 이러한 상황에서 통진당 해산결정이 전원일치였다면 바깥에서 보기에 안좋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하며 "통진당 해산결정에 소수의견이 있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낯이 서는 측면도 있었다"고 김 후보자의 소수의견이 국제적 기준에 더 부합한다는 사실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철환 변호사도 헌법재판에 있어서 소수의견이 갖는 의미와 사회적 기능 등을 설명했다. 그는 "헌법재판소는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포섭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며 “세상이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개방적이고 추상적인 헌법을 어떻게 해석해 공동체의 모습을 정하느냐 하는 것이 헌재에 주어진 중대한 책무중 하나이다. 이런 맥락에서 소수의견의 가치가 평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