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초거대 기업집단의 세부담은 최근 어떻게 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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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년 새 재벌 대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에 견줘 세부담은 외려 줄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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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 법인세 명목세율 인하 효과가 큰데다, 비과세 감면 혜택이 여전히 대기업에 집중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이후 법인세 실효세율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감세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대기업인 셈이다.

■ 재벌 대기업일수록 감세효과 더 커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기업규모별 세금신고 현황’을 보면, 2015년 재벌 대기업(주 : 31개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약 1,260여 개)들은 소득금액으로 104조6천억원을 신고하고, 21조1천억원을 세금으로 냈다. 2009년(소득금액 74조5천억원·세부담 16조9천억원)과 비교하면 소득은 40% 늘었는데, 세부담은 25%만 늘어난 셈이다. 소득금액 대비 실효세율은 20.17%였는데, 이는 2009년 22.65%에 비해 2.48%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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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기업 소득에 대해 부과되는 국내외 세부담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법인세와 지방소득세, 농어촌특별세, 외국납부세액 등을 포괄적으로 반영한 첫 분석이다. 정부는 법인세와 외국납부세액 만으로 실효세율을 매겨왔다. 현재 법인들은 법인세의 10%를 지방소득세로, 법인세 감면세액의 20%를 농어촌특별세로 낸다. 외국납부세액은 외국에서 얻은 이익에 따라 외국 정부에 납부한 세금을 말한다.

특히 기업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감세 효과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업의 실효세율이 2009년 19.98%에서 2015년 17.75%로 2.23%포인트 낮아진 반면, 대기업들은 2.48%포인트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런 격차는 국내에서 부담한 세금으로만 보면 더 커진다.

법인세·지방소득세·농어촌특별세 등 국내에서 납부한 세금으로만 비교하면, 전체 기업의 실효세율은 2009년 19.36%에서 2015년 16.05%로 3.32%포인트 줄었고, 같은 기간 재벌 대기업들은 21.37%에서 16.66%로 4.71%포인트나 줄었다.

■ 상위 10대 기업, 소득 비중보다 적은 세부담

상위 10대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분석한 결과는 이명박 정부 때 시행된 감세 정책의 최대 수혜자가 누구인지를 더 극명하게 보여준다. 김종민 의원 쪽이 법인세 비용 상위 10대 기업(국회 예산정책처 발표 기준)의 법인세 신고 현황을 국세청으로부터 받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들 기업은 2013~2015년 전체 법인소득의 16.9%를 차지하지만 법인세 부담은 전체의 14.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비중만큼 세부담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미다.

2015년 기준 상위 10대 기업에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한국전력공사, 에스케이하이닉스, 한국수력원자력, 엘지화학,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이마트, 에스케이텔레콤 등이 해당된다.

기업 소득 규모가 커질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제를 채택하고 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10대 기업에 비과세 감면 혜택이 집중돼온 탓이다.

이들 10대 기업이 3년간(2013~2015년) 공제·감면 세액은 평균 3조8511억원이다. 공제·감면 세액 중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한 외국납부세액 공제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국내에서 받은 것으로만 따져도, 전체 기업에 대한 국내 공제·감면 총액의 33.1%를 차지한다.

상위 10대 기업의 국내외 세부담(법인세·농어촌특별세·지방소득세·외국납부세 등을 모두 반영한 실효세율)은 2015년 기준 19.16%로 나타났다. 재벌 대기업(20.17%)보다 1.01%포인트 더 낮은 수준이다.

같은 해 국내 세부담으로 집계한 실효세율로 보면, 10대 기업은 14.49%, 재벌 대기업은 16.66%, 비재벌 대기업은 17.64%, 중소기업은 12.70%, 전체 기업 평균은 16.04%를 나타냈다.

김종민 의원은 “대선 이후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법인세 인상은 문재인 정부 조세개혁의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조세 정책에 관여한 김유찬 홍익대 교수(세무학)는 “박근혜 정부 이후 대기업에 쏠린 각종 비과세 감면 혜택을 줄이는 정책을 펼쳤지만, 그것만으로는 이명박 정부 감세 이전 수준으로 법인세 실효세율을 되돌리긴 어렵다”며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을 포함한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