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청이 주차장을 만들겠다며 근대건축물을 기습 철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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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청이 주차장을 만들겠다며 일제 강점기 때 지어져 보존가치가 높은 근대건축물을 또 기습 철거했다. 중구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근대문화재에 준하는 근대건축물 중구 신흥동 조일양조장 건물과 신포동의 동방극장 건물 등을 철거해 주차장으로 사용해 논란이 됐다.

31일 인천 중구청과 지역 문화계 인사 등의 말을 종합하면, 중구는 지난 5월30일 오전 일제 강점기 인천에 세워진 비누공장인 ‘애경사' 건물을 철거했다. 애초 2일 철거할 계획이었지만 문화계 등 지역 시민사회에서 지난 29일 철거 반대와 보존을 촉구하는 성명을 반대하는 등 철거 반대여론이 일자 일정을 앞당겨 굴삭기를 동원해 기습 철거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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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청이 지난 5월30일 오전 주차장 건설을 빌미로 근대건축물인 옛 애경사 건물을 허물고 있다. 문화공간 ‘스페이스 빔’ 민운기 대표 제공

중구는 철거 소식을 듣고 달려온 문화재청과 인천시 관계자들이 공사중지를 요구해 철거가 중단됐지만, 세 채의 건물이 거의 파괴되고 건물 전면 벽체만 남아 있는 상태다.

철거된 애경사 건물은 제1건물(289.25㎡), 제2건물(418.84㎡), 제3건물(497.84㎡) 등 세 개의 붉은 벽돌조 건축물로 1930년대에 세워진 건축물로 가치나 그 역사적 용도에 있어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근대 건축물로 평가되고 있다. 인천시도 유형문화재 가지정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건축물은 1954년 애경그룹 창업주인 고 채몽인 회장이 이 애경사를 인수해 애경유지공업(주)를 설립해 비누를 만들었고 1962년 서울 영등포로 이전하면서 비누 생산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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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에 세워진 옛 애경사 건물의 철거 전 모습. 문화공간 ‘스페이스 빔’ 민운기 대표 제공

문화계 등 지역 주민 20여명은 이날 중구청에 몰려가 “개항장인 인천 중구에서 시작된 한국 근대 산업사의 중요한 문화유산의 하나가 옛 애경사 근대건축물이다. 건물의 일부를 보존해 문화재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사 현장으로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인천시는 인천 전역에 남아 있는 근대 산업 유산에 대한 전면 조사를 하고 전문가가 합동으로 보존 대책을 마련하여 더 이상의 근대 건축물이 철거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구 관계자는 “인근에 있는 동화마을의 주차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경사 건물을 매입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말할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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