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인권위 권고 수용'을 지시했다. 인권위는 군형법 92조6 폐지를 꾸준히 권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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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민우회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회원들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군형법 92조의6 폐지와 차별금지법 제정,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해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겨레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의 수용률을 높이라’고 지시한 가운데, 이미 인권위가 권고했던 동성애 처벌 조항인 ‘군형법 92조의6 폐지’와 ‘차별금지법 제정’을 정부가 끌어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았다’며 두 사안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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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형법 92조의6’은 지난 24일 육군 보통군사법원이 이 조항을 적용해 동성 군인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조항은 ‘군인 또는 준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합의에 의한 동성간 성관계도 ‘추행’으로 처벌하는 이 조항에 대해 인권위 입장은 확고하다. 2006년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의 ‘핵심추진과제’로 정부에 ‘동성애 편견과 차별을 내포하고 있는 군형법 제92조 등 법령을 폐지 또는 개정하는 것’을 정부에 권고한 뒤 줄곧 ‘폐지’ 기조를 유지해왔다. 2010년 이 조항이 헌법재판소에서 다뤄질 때도 인권위는 “군인 동성애자들의 평등권 및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위헌 요소가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도 당시 인권위원으로 의견서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인권위는 한국 정부에 유엔자유권위원회가 군형법 92조의6을 폐지하라고 권고한 대로 “(법무부의)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권고했지만 법무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별·연령·인종·장애·종교·성적지향·학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도 인권위의 오래된 권고사항이다. 인권위는 2006년 7월 차별금지법 제정을 국무총리에게 권고했고, 지난 4월에도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10대 인권과제’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포함하며, 아직 법이 제정되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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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달 30일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에 보낸 답변서에서 “군형법 92조의6은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법률 폐지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국제앰네스티에 보낸 답변서에서 “차별받아서는 안 되지만 (이 법 제정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인권단체 연대체인 ‘국가인권위 바로세우기 공동행동’은 성명을 내어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이라’는 청와대 발표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새 정부가 그동안 이행하지 않았던 인권위의 권고를 이제라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군형법 92조6 폐지안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