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청와대의 수석보좌관 회의가 박근혜 청와대와 완전히 달라진 점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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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25일. 이날 회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와 여러모로 달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30분 회의 장소인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 도착했다. 손수 커피를 따른 뒤 먼저 온 수석 및 비서관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참석자들 대부분은 '노타이' 차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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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자, 이전 정부에서 볼 수 있었던 청와대 회의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1. "이제부터 받아쓰기 할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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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첫번째 수석보좌관회의(수보회의)다. 저로서는 10년 만의 수석보좌관 회의라 여러모로 아주 감회가 깊다"며 "청와대가 대한민국 국정의 머리라면 수석보좌관회의는 중추"라며 운을 뗐다.

이어 문 대통령은 "수보회의는 과거에 어떻게 운영해왔다는 건 다 잊어주시라"고 당부했다. "수보회의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회의가 아니다. 다 함께 공유하고 토론을 통해서 결정하는 회의다"라는 것.

문 대통령은 "그리고 받아쓰기, 이제 필요 없습니다"라며 웃었다. 참석자들도 함께 웃었다.

문 대통령은 "여기서 (논의가) 오갔던 내용들의 자료를 돌아가서 전파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런 자료가 필요할 수 있는데, 자료들은 정리해서 배포해드릴 것"이라며 "여기서는 적어갈 필요없이 그냥 열심히 논의에만 집중해 주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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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는 '적자생존'이라는 단어로 상징된다. 여기에서의 적자생존은 '대통령의 말을 빠짐없이 잘 받아적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평소 '메모왕'으로 불리던 박 전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오찬 도중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난 국무회의에서 발언할 때 쳐다만 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다. 내(대통령)가 하는 말을 메모해서 꼼꼼하게 수행해야 할 텐데 그렇게 기억력들이 좋은지 궁금하다."

이 말은 그날 당일로 바로 장관과 수석비서관들을 비롯한 관가에 급속도로 번졌다. 다음날 이미 관가에선 '대통령이 말할 땐 무조건 받아적어야 한다'는 말이 정설로 퍼져 있었다. (매일경제 레이더P 2014년 10월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참모들이 열심히 받아적은 것들 중 일부는 이후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의 훌륭한 증거로 채택됐다. '적자생존의 비극'이라고 할 만하다.

2. "대통령 지시에 이견을 제시하는 건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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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쓰기'가 논란이 됐던 건 바로 그 장면이 대통령의 일방적 리더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실제로도 박근혜 정부에서는 각종 회의에서 토론이 드물었다. 대체로 대통령이 혼자 말하는 구조였다는 것.

청와대 회의 분위기를 잘 아는 한 인사는 “오죽하면 ‘적자생존’(대통령 말씀을 잘 받아 적는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다)이라는 말이 회자되겠느냐”며 “공개 석상은 말할 것도 없고 비공개 국무회의 자리에서도 활발한 토론은 드물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선거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도 “내각 구성원과 참모진의 면면을 보라”며 “대통령이 선호하는 인재상은 묵묵히 할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동아일보 2015년 12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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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격의 없는 토론"을 강조하며 이렇게 당부했다.

임종석 비서실장 : "대통령님 지시사항에 이견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까?"

문 대통령 : "그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여기서 격의 없이 토론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는 그렇게 못하게 되거든요. 잘못된 방향에 대해서 한번은 바로 잡을 수 있는 최초의 계기가 여기인데, 다들 입을 닫아버리면 잘못된 지시가 나가버리고 나중에 바로 잡더라도 (어렵다). 대통령 지시에 대해서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해도 되느냐가 아니라 해야 할 의무입니다." (오마이뉴스 5월25일)

이어 문 대통령은 '소수 의견을 해도 되냐'는 전병헌 정무수석의 질문을 받고 "반대의견이 있었다는 것도 함께 나가도 좋다. 격의 없는 토론이 필요한데 미리 정해진 결론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문 대통령은 "잘 모르는 황당한 얘기는 물론,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얘기까지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며 "(회의에서 언급되는 논의 주제가) 전문 부서에서 충분히 검토됐고, 대통령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절대 가지면 안된다"고 거듭 당부했다.

3. "다같이 공유하고 논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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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칸막이 없는 회의, 폭 넓은 회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소속 부서와 상관 없이 다같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것을 주문하는 한편, 각 수석실의 수석과 보좌관 뿐만 아니라 소속 비서관들도 참석시켜 깊이있는 논의가 이뤄지게 하자고 제안한 것.

수석비서관과 보좌관뿐 아니라 각 수석실 산하 비서관들도 회의에 참석시켜 전문성을 높이자는 제안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보고 안건을 논의하다 보면 수석들이 다 파악하지 못하는 게 있을 수 있다"며 "주무 비서관들도 회의에 참석시켜 논의가 깊이 들어가면 직접 설명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문했다.

또 "정부 부처 칸막이처럼 청와대 내부도 안보라인, 정책라인 간 칸막이들이 생겨날 수 있다"며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싶으면 함께 올려 다같이 공유하고 논의하자"고 강조했다. (CBS노컷뉴스 5월25일)

이어 문 대통령은 수석이 아닌 비서관들에게도 자유롭게 발언할 것을 주문하며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의 참모가 아니라 국민의 참모다, 그런 생각으로 자유롭게 말씀해주셔야 됩니다."


4. "월요일 회의는 오후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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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문 대통령은 향후 수석보좌관 회의 일정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문 대통령은 "월요일 회의를 일찍 하게 되면 실무진은 일요일에 특별 근무를 하게 될 거니까 그것까지 감안해서 시간을 정해달라"며 "나는 오늘처럼 금요일 회의는 10시30분 경에 하고 월요일은 아예 오후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 그것은 (실무진들이) 적절히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5월25일)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는 격주 월요일 오전에 열렸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당분간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회의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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