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겟아웃'에 매료됐다면, '로즈메리 베이비'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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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겟아웃'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조던 필레 감독의 영화 ‘겟 아웃’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개봉 5일 만에 전국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사진작가인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인 여자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노예 제도와 인종적인 편견’을 스릴러 장르에 훌륭하게 녹여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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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겟아웃’은 종종 ‘미국판 곡성’이란 수식어로 불리고 있다. 이상한 기운으로 가득한 공간과 그곳을 찾은 외지인이라는 설정 덕분이다. 만약 ‘로즈메리 베이비’(1968, 한글 제목 ‘악마의 씨’)를 이미 본 관객이라면, ‘겟아웃’에서 그 영화가 먼저 떠올를 것이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공간의 어두운 면을 들추는 한편,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이용된다는 점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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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1968년에 연출한 ‘로즈메리 베이비’는 어느 맨하탄의 중산층 아파트가 무대다. 배우인 남편을 따라 이 아파트로 이사를 온 로즈메리(미아 패로우)는 이곳에서 친절한 이웃을 만난다. 바로 로만 캐스트(시드니 블래크머)와 미니 캐스트(루스 고든) 부부다. 로즈메리는 이 노부부에게 호감을 갖게되고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 그리고 로즈메리는 곧 임신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때부터 그녀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로즈메리는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의심하지만, 이웃의 노부부와 남편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겟아웃’과 비교하자면, 주인공 크리스의 연인인 로즈와 그녀의 부모가 이들에 해당하는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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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로즈메리 베이비’를 본 관객이’겟아웃’을 그 영화를 떠올리는 건, 당연한 반응이다. 조던 필레 감독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던 필레는 ‘겟아웃’이 세상에 공개되기 전부터 ‘로즈메리 베이비’에 관한 이야기를 해왔고, 이 영화로부터 자신이 영향을 받았다는 걸 숨기지 않았으며, ‘겟아웃’에도 그 영화의 여러 가지 요소를 담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조던 필레 감독은 ‘크라이테리온’과 인터뷰를 했는데, 이 인터뷰에서도 ‘로즈메리 베이비’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 당신은 ‘로즈메리 베이비’에 대한 사랑을 정말 많이 이야기해왔어요. 당신은 그 영화를 어떻게 보게 됐습니까? 그리고 ‘겟아웃’은 그 영화의 영향을 얼마나 받은 작품이죠?

“아마 11살 때 그 영화를 처음 본 것 같아요. 아이라 레빈이 쓴 원작소설이 가져온 현상에 대해 어머니가 이야기해주셨던 기억도 납니다. 1970년대 초, 뉴욕의 모든 사람들이 그 책을 들고 다녔다고 하셨죠. ‘로즈메리 베이비’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비주얼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나는 그 영화의 세계에 경탄했습니다. 또 그 영화는 나를 향수에 젖게끔 합니다. 나는 그 영화가 촬영된 다코타 빌딩에서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자랐거든요. 존 레논이 죽었던 곳이죠. 그 건물에는 어둔 역사가 정말 많습니다.

‘겟아웃’에는 ‘로즈메리 베이비’에서 가져온 것들이 많습니다. 오프닝 크레딧에서 으스스한 음악이 연주되는 것부터 그렇죠. 그 영화는 나에게 호러영화가 관객들에게 힌트를 주는 방식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겟아웃’의 파티 장면에서는 ‘로즈메리 베이비’의 마지막 파티 장면에 등장하는 일본인 캐릭터에 대한 오마주도 있습니다.”

조던 필레 감독은 로즈메리와 크리스가 그들의 본능적인 감각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는 점에서도 닮아있다고 말했다.

“로즈메리는 이제 막 엄마가 된 사람으로서 아기를 지키려는 본능으로 세상을 감지합니다. 크리스도 마찬가지죠. 그가 경험해 온 흑인으로서의 삶이 그에게 어떤 불길한 징조를 감지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1960년대 후반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 ‘로즈메리 베이비’가 당시 미국 상류층의 어두운 이면과 공포를 담고 있다면, ‘겟아웃’은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사는 흑인들이 가진 두려움을 품고 있다. 조던 필레 감독은 자신의 첫 장편 연출작을 구상하며 ‘트럼프 시대의 로즈메리’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로즈메리 베이비’는 지난 2014년, 조 샐다나 주연의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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