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은 단순히 법을 어겼는지 따지는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탄핵'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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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심각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미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17일 트럼프 선거캠프 측과 러시아의 관계, 은폐 시도를 수사하기 위한 특검이 지명되기 전부터도 변호사들은 TV에서 트럼프의 이제까지의 행동이 일반적 형법 위반에 해당하는 ‘사법 방해’ 요건을 충족하는지 이야기해왔다. 그들은 특히 트럼프가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에게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탄핵은 일반적 형사재판이 아니고, 탄핵의 헌법적 기반은 대통령이 법을 어겼는지 여부를 넘어선다. 헌법에 의하면 ‘반역, 뇌물 등 중범죄 및 경범죄’의 경우에 탄핵과 해고를 할 수 있다.

이유가 있다. 탄핵 조항을 만든 목적은 범죄의 처벌이 아니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의회, 나아가 대중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존재하는 증거로 보았을 때 트럼프가 그러한 위협이 되었는지 여부다.

탄핵은 헌법적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donald trump

헌법은 의회의 대통령 해임에 있어 상당히 구체적으로 내용을 적시하고 있다. 하원 법사위원회(혹은 하원이 임명하는 다른 위원회)가 대통령의 혐의에 따른 탄핵 서류를 만든다. 위원회가 이를 인정할 경우 하원 전체가 살핀다. 위원회와 하원의 다수가 찬성하면 승인된다.

기소와 어느 정도 비슷한 실제 탄핵은 의회 투표로 마무리 된다. 실제 ‘기소’를 할지는 상원에서 정한다. 정치보다는 사법적 절차에 가깝다. 하원은 검사 역할을 할 ‘매니저’를 보내고, 대통령은 자신을 변호할 변호사를 보낸다. 대법원장이 재판장 역할을 하여 절차를 관장하지만, 상원의 투표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상원은 비공개 회의를 한뒤 공개 투표를 한다. 3분의 2, 즉 상원의원 전부가 참여할 경우 67명이 찬성해야 대통령 탄핵이 이뤄진다.

그러나 헌법은 무엇을 위반해야 탄핵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구체적이지 않다. 뇌물과 반역은 분명하게 정의되어 있으나, ‘중범죄 및 경범죄’는 그렇지 않다.

이것은 1780년대 연방헌법을 수립했던 제헌협의회(Constitutional Convention)의 조지 메이슨이 뇌물과 반역 조항만으로는 전제적 지도자를 막을 수 없을지 모른다고 우려하여 탄핵 조항에 추가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 논의에 참여했던 제임스 매디슨(제4대 미국 대통령, 1809년-1817년 재임)은 메이슨이 사용한 ‘행정 실책’이라는 표현이 너무 광범위하다고 생각했다.

“하찮은 위법이 아닌, 국가에 대한 심각한 범죄를 다루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넬 대학교 법학 교수 조시 차페츠가 17일 이메일로 설명했다.

차페츠는 ‘정권의 권력 강화, 통치 규범 위반 등’과 관련이 있으며, ‘민사 사건, 공직과 별로 관계가 없는 사소한 위반’은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클린턴과 닉슨의 경우는 다르다.

donald trump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안이 나왔던 1990년대 말에는 이런 기준이 통했다. 클린턴은 민사 사건 수사 중 백악관 인턴과의 성관계에 대해 거짓말을 해서 탄핵 위협을 받았을 때 아무도 클린턴이 법을 어겼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클린턴은 위증죄를 지었다.

그러나 탄핵안이 하원은 통과했으나, 상원에서 좌절되었다. 공화당원들조차 클린턴이 ‘중범죄’를 지은 것은 아니라는 민주당원들에게 동조했기 때문이었다. 클린턴은 사적인 관계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했으며, 애초에 그 관계가 공개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1974년의 상황은 상당히 달랐다. 하원 법사위원회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탄핵 서류를 준비하고 있었다. 2년에 걸친 용감한 저널리즘과 공격적 특검에 의해 닉슨이 1972년 선거에서 민주당원들을 감시하고 방해한 사실을 보좌관들과 상의하려 덮으려 했고, 그뒤에는 수사도 막으려 했다는 게 분명해졌다.

닉슨이 실제로 워터게이트 난입을 지시했는지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딜런 매튜가 복스에 기고한 워터게이트 관련 글을 읽어보면 기억이 되살아 날 것이다.)

그러나 닉슨이 보좌관들에게 FBI가 범죄 수사에서 손을 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이 녹음된 테이프가 있다. 그냥 범죄가 아니라 대선 개입과 관련된 범죄였다. 닉슨이 연방 경찰 통제권을 이용해 자신과 주위 관련인들이 책임을 지지 않게 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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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플린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말하는 것을 코미가 메모해두었다고 밝혔다. 이건 트럼프가 잘못을 저질렀음을 부인했지만 닉슨과 놀랍도록 비슷한 행동을 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의회 증언이나 막 시작된 특검을 통해 이런 증거가 더 나타날 수 있다.

‘사법 방해’의 정의와 연방 경찰을 장악한다는 대통령의 독특한 위치 때문에 이것만으론 법적 기소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노아 펠드먼 하버드 법학 교수가 블룸버그뷰에 썼듯, 이는 ‘명백한, 터무니없는 권력 남용’일 수 있다. 닉슨이 해임된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

차페츠는 “탄핵에 필요한 중범죄나 경범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형법 위반은 필요하지도,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도 않다. 필요하지 않은 이유는 온갖 경범죄가 탄핵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충분하지 않은 이유는 정말 심한 직무 유기나 부정 행위가 형법상 유죄는 아니라 해도 대통령직을 유지할 자격이 없음이 분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탄핵은 늘 정치적인 요인으로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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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닉슨이 물러나게 된 것은 원칙 때문은 아니었다. 정치적 이유였다. 그는 최대한 사임에 저항했다. 충성스런 공화당원들이 앞으로 진행될 탄핵 절차에서 표결로 이길 수 없다고 개인적으로 말했을 때야 사임했다.

지금도 그럴 것이다. 앞으로의 수사에서 트럼프가 살아남을 수 있는지는 결국 공화당원들이 그의 편을 들지에 달려 있다.

이제까지는 공화당은 트럼프의 편을 들어왔다. 러시아부터 납세 내역 공개까지, 모든 건에서 그를 지켜주었다. 그가 백악관에 남는 것이 공화당의 입법 계획을 실현하는 가장 좋은 기회라 믿었을 수도 있고, 여러 공화당 유권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지도자에게 공개적으로 도전할 준비가 아직은 되지 않았기 때문일수도 있다.

프레임을 잡은 사람들 역시 이렇게 되길 원했다.

“적법성은 탄핵 절차에 제동을 걸고 양당간의 전쟁 도구가 되는 것을 막는다. 동시에 (판사가 아닌) 상하원이 재판과 비슷한 탄핵 절차를 맡는다. 헌법을 만든 사람들은 정치적 고려가 국회의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중범죄와 경범죄’라고 열린 표현을 썼기 때문에 의원들은 상황에 따라 여러 이유로 탄핵을 진행할 수 있다.” 17일 미시건 대학교 법학 교수 니콜라스 베이글리가 밝혔다.

물론 정치적 상황은 변한다. 특별검사가 트럼프의 잘못에 대한 증거를 더 많이 밝혀낸다면 대중의 분노가 심해져 공화당 의원들이 무시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래에 대한 대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가 법치나 민주 절차를 크게 어기는 행동을 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For Impeachment, It Doesn’t Matter Whether Trump Broke The Law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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