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칸 레터] '옥자'로 꽃핀 고목나무...브라보! 변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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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변희봉이 생애 최초로 세계 최고 영화축제라는 칸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데뷔 이래 약 50년 만의 일이다. 지난 1966년 MBC 공채 성우 2기로 데뷔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에 출연해온 변희봉이지만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운 고목나무에 꽃이 핀 기분이다." 연기인생이 차츰 저물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찾아온 예상치 못한 경사. 배우 인생 50년이라는 큰 산을 넘은 변희봉에게도 칸영화제는 새로운 힘과 용기를 주는 계기다. 칸을 찾은 변희봉은 배우로서 맞이할 새로운 미래를 또다시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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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봉은 '옥자'에서 강원도 산골에 살며 손녀 미자(안서현)를 돌보며 슈퍼돼지 옥자를 키우는 촌로 주희봉 역을 맡았다. '옥자'가 지난 17일 개막한 제70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함께 출연한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안서현, 스티븐 연 등과 함께 레드카펫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광을 누렸다.

지난 19일 레드카펫에 이어 리한나, 줄리엣 비노쉬, 벨라 하디드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참석한 공식 상영까지, 전 세계 앞에 우뚝 선 변희봉은 "이것이 행복인가 소원을 이룬 것 같았다. 만감이 교차했다"고 당시의 감정을 회상했다.

"칸에 오는 것은 배우의 로망입니다. 정말 영광이에요. 배우 생활을 정말 오래 했지만 칸에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벼락 맞은 기분입니다. 뭐라고 할까요, 70도 기운 고목나무에 꽃이 핀 기분이라고 할까.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넷플릭스, 플랜B엔터테인먼트와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또 한 번 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감정이 나이테처럼 켜켜이 쌓여있는 듯한 변희봉의 얼굴에 상기된 미소가 떠올랐다. "인터뷰 기회가 없어 어제(19일)의 공식 상영보다 오늘(20일)이 더 떨린다"는 고백도 함께였다.

고목에서 꽃이 핀 순간, 많은 이들은 또다시 찾아온 봄을 직감한다. 그렇게 변희봉 역시 배우 인생에 또다시 찾아온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 다 저물었는데 뭔가 미래의 문이 열리는 것 아니냐 기대감도 생겨요. 힘과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두고 봅시다. 좌우간 이 다음에 뭘 또 하려는지 기대해 주십시오. 열심히 할랍니다. 죽는 날까지."

칸영화제에서 만난 변희봉.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길만을 걸었지만, 또다시 새롭게 자신의 다짐을 써내려가는 진정한 연기장인이었다. 50년이 지나도 꺼지지 않은 그의 연기 열정,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도전은 박수받아 마땅한 숭고한 정신이다.